사드사태·코로나 팬데믹 넘어 10년 만에 역대 최고치 기록
평균 체류일 4.4→ 6.2일로 증가, 지출액도 8천592억원 달해
[※ 편집자 주 = 부산이 외국인 관광객 300만명 시대를 열었습니다. 사드 사태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10년 가까이 침체했던 부산 관광이 양적·질적 성장을 동시에 이루며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습니다. 야간 관광과 미식, 마이스(MICE), 의료·웰니스 관광 등 체류형 콘텐츠 확충으로 외국인 관광객의 평균 체류 기간과 소비도 많이 늘어났습니다. 연합뉴스는 부산 관광이 어떻게 도약의 계기를 만들었는지 살펴보고, 외국인 관광객 500만 시대를 향한 성과와 과제를 3편에 걸쳐 짚어봅니다.]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은하수가 내려앉은 것 같습니다. 밤에도 즐길 거리가 많아서 좋습니다."
지난 20일 '해운대 빛 축제'가 열리는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에서 대만인 왕즈민(35)씨는 축제장을 함께 찾은 여자친구와 함께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왕씨는 10m 크기의 지구 모형 조명이나, 180m 구간을 조명으로 물들인 '해운대 유니버스 존'을 둘러보며 연신 감탄을 터트렸다.
같은 날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빌리지 부산 2025'에도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대형 트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세계 각국의 크리스마스 음식과 부산 지역 대표 메뉴를 한자리에서 즐겼다.
필리핀인 라모스 후안(42)씨는 "색다른 체험을 한자리에서 할 수 있어서 좋았다"면서 "한국은 낮에 관광지를 구경하고, 밤에도 즐길 게 많아서 특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축제장을 방문한 부산시민 김모(34) 씨는 "작년부터 부산에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늘어났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면서 "해운대해수욕장이나 광안리해수욕장, 유명 카페에 가면 마치 동남아나 대만에 온 것처럼 현지어가 여기저기서 들린다"고 웃었다.
외국인 관광객 3백만 시대, 부산이 올해 처음 달성한 기록이다.
2016년 296만명으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사드 사태',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10년간 주춤했던 부산 관광이 폭발적으로 되살아났다.
부산시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부산 방문 외국인 관광객은 301만9천164명이다.
11월과 12월 통계가 합쳐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2016년 기록을 가뿐하게 넘기며 연일 최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과거 부산은 코로나19 이전에는 2017년 239만명, 2018년 247만명, 2019년 268만명으로 200만명대 머물렀고, 코로나19 기간에는 2020년에는 35만명, 2021년 15만명, 2020년 28만명 수준에 그치기도 했다.
올해는 처음부터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4월에는 통계 집계 이래 최단기간 100만명을 돌파했고, 7월에도 최단기간 200만명을 넘었다.
관광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무려 23%나 증가했다.
올해 부산 외국인 관광객은 양적·질적 측면에서 모두 성장했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관광객 유입구조가 더욱 다변화하며, 국가별 균형을 이룬 것이 주목받는다.
2016년에는 총 296만 관광객 중 중국 관광객이 94만 명으로 약 3분의 1을 차지해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았다.
이 때문에 2017년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과 외교적 문제가 발생하자 순식간에 관광객이 22.7% 줄어들며 부산 관광의 취약점이 그대로 노출됐었다.
하지만 올해는 대만 관광객 56만명, 중국 48만명, 일본 43만명, 구미주(유럽+북·중·남미) 37만명을 차지하며 주요국의 관광객이 평균 15% 내외의 고른 비중을 차지했다.
이정실 부산관광공사 사장은 "관광 수요가 특정 국가에 쏠리지 않고 균형 잡힌 글로벌 유입구조로 전환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외국인 관광객 지출액은 지난해 6천535억원에서 올해 8천592억원으로 31.5%나 증가해 전국 최고 증가율을 기록하며 지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외국인 관광객 평균 체류 기간은 2023년 4.4일에서 지난해 6.2일까지로 대폭 늘어났고, 1인당 평균 소비 금액도 828달러로 2023년 567달러 대비 261달러 증가했다.
외국인 관광객을 생활인구로 계산하면 36만명이 증가한 효과가 있었다.
관광객 수의 증가는 부산 관광의 위상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과 제주에 집중됐지만, 올해 부산 방문객은 전국 방한 외국인의 약 5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커졌다.
부산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84.8%는 재방문 의사를 나타내기도 했다.
부산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K-팝과 영화 등 한류 열풍으로 이제 외국인 관광객들도 서울 외에 다른 도시를 찾기 시작했다"며 "특히 부산은 바다와 도시가 공존하고 먹거리까지 풍부해 매력이 다양하다 보니 한 번 왔다가 단골이 되는 관광객이 많다"고 말했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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