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공황 시기 실화 바탕…짙은 블루스·강렬한 록 등 매력적 넘버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아무 의미 없던 하루가 숨을 쉬고 있는 걸…."
보니는 하루를 지겨워하던 평범한 웨이트리스다. 결혼했지만 남편은 그를 떠났고, 매일 몇 푼의 돈을 벌기 위해 손님의 희롱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클라이드가 나타나면서 보니의 삶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노래를 부르고 시를 쓰는 보니의 재능을 알아보는 클라이드 덕에 보니는 유명 배우라는 어린 시절의 꿈을 다시 꾼다. 보니는 클라이드와 함께 할리우드로 향한다.
문제는 그들의 여행에 범죄도 함께 한다는 점이다. 보니와 클라이드는 총으로 사람들을 협박하고 돈을 뜯어낸다. 게다가 감옥에서 탈출한 클라이드는 경찰에 쫓기는 몸이다. 낭만을 넘어 범죄로 얼룩진 그들 여정의 끝은 어디일까.
지난 11일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는 희대의 범죄자 커플 보니와 클라이드의 행각을 그렸다.
작품은 1930년대 대공황 시기 미국에서 벌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실존 인물 보니 파커와 클라이드 배로우는 당시 절도와 강도를 거듭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커플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1967년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뮤지컬로는 2011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고 국내에서는 2013년과 2014년 공연했다. 이번 시즌은 11년 만의 공연이다.
잘 알려진 이야기에 매력을 더하는 건 매혹적인 넘버들이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드라큘라', '웃는 남자' 등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다채로운 넘버는 무대를 풍성하게 해준다. 보니가 짙은 블루스풍에 "나와 함께 꿈을 꿔봐요"라고 부르며 매혹적이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클라이드는 록에다가 "오늘 밤 다 끝낼 거야"라며 억울함과 분노를 실어 보내며 강렬한 무대를 만든다. 목사와 앙상블이 선보이는 찬송가풍 노래와 군무는 흥겨운 분위기로 눈과 귀를 만족시킨다.
보니와 클라이드의 행각에 관한 다층적인 관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당시 이들 범죄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작품은 대공황으로 주식 가격이 폭락하고 일자리를 잃고 가뭄 등으로 빚더미에 앉아 은행에 집을 빼앗긴 사람들을 보여줌으로써, 보니와 클라이드를 향한 열광의 원인을 짚는다. 사람들에게 보니와 클라이드가 위험을 감수하고 자유를 향해 달려가는 부러운 우상처럼 보였다는 점이다.
한편으로, 다른 인물들을 통해 보니와 클라이드 행동이 용납될 수 없는 범죄라는 점도 상기한다. 보니의 엄마와 클라이드의 아버지는 끊임없이 보니와 클라이드가 옳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남편의 개과천선을 계속 시도하는 클라이드의 형수 블랜치는 보니·클라이드와 대비되며 이들 행동의 정당성을 문제 삼는다.
보니의 엄마는 클라이드를 그리워하는 딸에게 말한다. "그건 애플파이 한 조각 같은 거야. 모래알 씹히는 애플파이." 달콤하면서도 씁쓰레한 '낭만'의 결말을 무대는 가감 없이 보여준다.
클라이드 역은 조형균·윤현민·배나라가, 보니 역은 옥주현·이봄소리·홍금비가 연기한다. 공연은 내년 3월 2일까지.
encounter24@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