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에 근접하면서 은행권의 배당과 주주환원 전략에 경고등이 켜졌다. 고환율 국면이 이어질 경우 은행의 위험가중자산(RWA)이 확대되고, 이는 배당 여력의 핵심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 하락으로 직결될 수 있어서다. 특히 환율 1500원대가 ‘뉴노멀’로 굳어질 경우 은행 실적과 주주환원 정책 전반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1500원 눈앞…고환율 장기화 조짐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3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7원 오른 1483.8원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 4월 9일 이후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6개월 이상 이어진 원화 약세 흐름 속에서 환율은 1500원 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고환율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외환당국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지난 24일 “원화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구두개입에 나섰다. 구두개입 직후 환율은 1449.8원까지 떨어지며 3년 1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지만, 고환율 국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은행권 역시 이례적인 환율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환율은 단순한 외환 변수에 그치지 않고, 은행의 자본비율 관리 부담을 직접적으로 키우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도 지난 24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고환율이 일정 기간 지속될 경우 RWA 증가와 함께 은행 자본비율이 하락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RWA 확대 압력…실적·주주환원 모두 부담
국내 은행들은 수출금융과 해외 거래 지원을 위해 외화를 조달해 영업하는 구조상, 외화자산보다 외화부채 비중이 큰 경우가 많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외화부채의 원화 환산액이 늘어나면서 RWA 증가 압력이 커지고, 이는 자본비율 산정 과정에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환율 상승 자체가 은행 자본비율의 분모를 키우는 구조다.
RWA 확대는 실적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본비율 관리 부담이 커질수록 은행들은 자산 성장 속도를 조절하거나, 위험가중치가 높은 대출 취급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중장기 수익성 관리 측면에서도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
주주환원 정책 역시 예외가 아니다. 최근 금융지주들은 CET1을 기준으로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RWA가 늘어나 CET1이 낮아질 경우, 주주환원 여력도 함께 제한될 수밖에 없다.
◇자본비율 방어 총력…연말 경영 판단 시험대
은행권은 연말을 앞두고 자본비율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고환율이 자본비율 관리에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응이 불가능한 영역은 아니다”라며 “환율, 당기순이익, 주주환원, 자산 성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관리하면 자본비율을 일정 수준 내에서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 전반에서는 “고환율 상황이 당장 실적 악화나 주주환원 축소로 직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고환율이 장기화할 경우 은행들의 운신 폭은 점차 좁아질 수밖에 없다. 환율 상승이 지속되면 RWA 증가 압력이 누적되고, 이는 자본비율 관리뿐 아니라 자산 성장 전략과 주주환원 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환율 1500원대가 ‘뉴노멀’로 자리 잡을 경우, 은행권의 경영 판단 무게 중심은 성장보다는 자본비율 방어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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