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널도, 맨시티도 아니다…EPL서 제일 뜨거운 애스턴 빌라, 11연승 질주, ‘만년 중위권’의 우승 레이스도 꿈이 아니다!

애스턴 빌라 모건 로저스(왼쪽)가 28일(한국시간)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열린 첼시와 EPL 18라운드 원정경기 도중 리스 제임스를 제치고 돌파하고 있다. 런던｜AP뉴시스

지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가장 뜨거운 팀은 단연 애스턴 빌라다. 한때 ‘만년 중위권’으로 불리던 빌라는 이제 우승 레이스를 이야기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팀이 됐다.

애스턴 빌라는 28일(한국시간)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열린 첼시와 EPL 18라운드 원정경기에서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 승리로 애스턴 빌라는 12승3무3패(승점 39)를 마크하며 3위를 지켰고, 선두 아스널(13승3무2패·승점 42), 2위 맨체스터 시티(13승1무4패·승점 40)를 바짝 추격했다.

애스턴 빌라의 돌풍이 매섭다. 지난달 7일 마카비 텔아비브(이스라엘)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리그 페이즈 4라운드 홈경기(2-0 승)부터 이날까지 리그와 컵대회를 통틀어 11연승을 달렸다. 시즌 초만 해도 상위권 경쟁 자체가 낯설었던 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돌풍이다.

이날 경기는 애스턴 빌라의 현재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전반은 완벽하게 첼시의 흐름이었다. 첼시는 높은 점유율과 강한 압박으로 빌라를 몰아붙였고, 전반 37분 주앙 페드루(브라질)의 행운 섞인 선제골로 앞서 나갔다. 빌라는 전반전 동안 유효슛조차 만들지 못했다.

그러나 후반의 애스턴 빌라는 완전히 달랐다. 우나이 에메리 감독(스페인)은 후반 13분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올리 왓킨스와 제이든 산초(이상 잉글랜드), 아마두 오나나(벨기에)를 동시에 투입하며 흐름을 단숨에 바꿨다. 중원에서 힘과 균형을 더한 오나나는 첼시의 템포를 끊어냈고, 빌라는 그제야 전진할 발판을 마련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역시 왓킨스가 있었다.

왓킨스는 투입 직후부터 첼시 수비를 정면으로 흔들었다. 전반 내내 여유로웠던 첼시 센터백들은 갑작스러운 스피드와 직선적인 움직임에 당황했고, 결국 무너졌다. 후반 18분 동점골을 만들었고, 후반 39분 헤더로 역전골을 터트렸다.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는 이날 경기가 애스턴 빌라의 상승세를 설명하는 핵심이 모두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첫째는 에메리 감독의 용기와 신념이다. 전반 내내 밀렸음에도 조급하게 움직이지 않았고, 흐름을 읽은 뒤 결정적인 타이밍에 변화를 줬다. 단순한 교체가 아니라, 팀의 구조와 에너지를 완전히 바꾸는 선택이었다.

둘째는 선수단의 깊이다. 벤치에서 출격한 자원들이 경기를 지배했고, 특히 왓킨스는 에이스가 무엇인지를 몸소 증명했다. 누구든 투입되면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이 팀 전체에 퍼져 있다.

셋째는 정신력이다. 애스턴 빌라는 전반을 완전히 내주고도 흔들리지 않았고, 동점 이후에는 오히려 상대를 압도했다. 이는 단기간에 만들어질 수 없는 팀 컬러다. 에메리 감독 체제 아래에서 빌라는 조직력과 전술 이해도, 그리고 위닝 멘탈리티를 동시에 갖춘 팀으로 진화했다.

백현기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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