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는 남성 권력자들의 욕망과 충돌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다. 우민호 감독의 전작〈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을 떠올리면 이 그림은 더욱 선명해진다. 그런데 이번엔 조금 다르다. 권력의 중심에 서지는 않지만, 이야기의 흐름을 단단히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여성 캐릭터들이 존재한다. 장식처럼 소비되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서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이들을 하나씩 짚어본다.
배금지 역 조여정: 보이지 않는 권력의 손
조여정이 연기하는 '배금지'는 권력 실세들이 드나드는 고급 요정의 마담이다. 정·관계 인사들의 욕망과 비밀이 오가는 현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하는 인물. 그는 직접 권력을 휘두르지 않는다. 대신 정보를 쥔 자로서 국가 권력의 흐름을 은밀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흔든다.
영화 〈기생충〉, 〈히든 페이스〉, 〈살인자 리포트〉까지. 조여정은 이미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해왔다. 과장된 감정 대신 미묘한 표정과 말투로 긴장을 축적하는 그의 연기는, 배금지를 〈메이드 인 코리아〉 속 ‘보이지 않는 권력’의 얼굴로 완성시킨다.
오예진 역 서은수: 발로 뛰는 믿음직한 파트너
서은수가 맡은 '오예진'은 부산지방검찰청 장건영 검사실의 수사관이다. 현장에서 발로 뛰며 사건을 좇고, 장건영(정우성)과 함께 거대한 범죄 카르텔의 실체를 추적한다. 잘생긴 건영의 얼굴에 잠시 넋을 놓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누구보다 믿음직한 파트너로 활약한다.
〈마녀(魔女) Part2. The Other One〉에서 액션을, 〈수사반장 1958〉에서 시대극 캐릭터를 소화한 경험은 오예진이라는 인물에 설득력을 더한다. 과하지 않은 리얼리티와 단단한 중심. 서은수의 강점이 가장 또렷하게 드러나는 지점이다.
최유지 역 원지안: 국경을 넘나드는 야망
원지안이 소화한 재일 교포 '최유지'는 일본 암흑가 이케다 조직의 실세이자 로비스트다. 조직의 후계자가 되겠다는 야망을 품고 백기태(현빈)와 손을 잡으며,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과 범죄, 욕망이 교차하는 지점에 선다. 1~2회에 짧게 등장했음에도 그 존재감은 강렬했다.
〈D.P.〉, 〈소년비행〉을 거쳐 〈오징어 게임〉 시즌2·3의 세미로 인지도를 탄탄히 쌓은 원지안은, 캐릭터의 목적과 온도를 분명히 각인시키는 배우다. 올해 공개된 디즈니+ 〈북극성〉, 현재 방영 중인 JTBC 〈경도를 기다리며〉까지 이어지는 행보를 보면, 그가 보여줄 다음 변신이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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