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김기주 기자] 유재명이 상실의 시간을 지나 다시 사랑 앞에 섰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그의 선택에 조용한 응원을 보냈다.
지난 26일 방송된 JTBC 금요시리즈 ‘러브 미’ 3·4회에서는 아내를 떠나보낸 뒤 다시 마음을 열기까지의 서진호(유재명)의 시간이 그려졌다. 상실 이후의 사랑이라는 쉽지 않은 설정에도 불구하고, ‘러브 미’는 이를 성급한 로맨스로 밀어붙이지 않았다. 충분히 슬퍼했고, 충분히 버텨낸 끝에야 도착한 감정임을 차분히 쌓아 올리며 시청자들을 설득했다.
7년 전 사고로 아내 김미란(장혜진)이 쓰러진 이후, 진호는 간병과 생계를 홀로 책임져 왔다. 아내의 끝없는 자기혐오와 위로를 가장한 주변의 오지랖 속에서도 그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하루하루를 견뎌냈다. 아내를 위해 이른 퇴직과 제주 여행까지 준비했지만 끝내 함께하지 못했고, 그 시간은 1·2회를 통해 묵묵히 그려졌다. 자신의 슬픔보다 가족을 먼저 챙기며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던 진호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이제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응원을 보냈다.
혼자 떠난 여행에서도 진호는 좀처럼 즐기지 못했다. 35주년 결혼기념일로 꾸며진 숙소 침대 앞에서 머뭇거리다 아내의 사진을 올려두는 장면은, 여전히 남아 있는 죄책감과 공허함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런 진호 앞에 나타난 인물은 가이드 진자영(윤세아). 햇살 같은 에너지를 지닌 자영 역시 10년 전 남편을 떠나보낸 상실의 시간을 지나왔다. 남편과 함께 걷기로 했던 산티아고 순례길을 혼자 걸으며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던 과거를 털어놓는 자영의 진심은, 진호가 짊어지고 있던 무거운 마음을 조금씩 내려놓게 했다.
이 서사의 정점은 유재명이 직접 꼽은 명장면, ‘아내의 환영’에서 완성됐다. 자영과 가까워진 이후 나타난 환영은 낯선 설렘과 자신만 행복해져도 되는지에 대한 죄책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특히 한쪽 다리를 잃었던 아내가 두 다리로 다시 걷는 모습은 멈춰 있던 진호의 시간이 비로소 흐르기 시작했음을 의미했다. “그분 참 예쁘더라. 당신이 진심으로 행복했으면 좋겠어”라는 아내의 말은 이별의 완성이자, 새로운 사랑을 향한 조용한 허락처럼 다가왔다.
그리고 그 감정은 4회 엔딩에서 확실해졌다. “자고 갈래요?”라는 자영의 제안 앞에서 망설이던 진호는 결국 와인 한 병을 들고 다시 그 문 앞에 섰고, “진짜 자고 가도 돼요?”라고 답했다. 미안함과 두려움을 넘어, 아직 끝나지 않은 인생을 이제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겠다고 선택한 순간이었다.
제작진은 “진호의 사랑은 누군가를 잊어서가 아니라, 이별을 끝까지 완주한 뒤에야 가능한 감정”이라며 “그 선택이 시청자들에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도록 감정의 시간을 차곡차곡 쌓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딸 서준경(서현진), 아들 서준서(이시우) 등 가족과 얽히며 펼쳐질 진호의 제2의 인생 멜로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편 ‘러브 미’는 요세핀 보르네부쉬(Josephine Bornebusch)가 창작한 동명의 스웨덴 오리지널 시리즈를 원작으로 하며, 호주 BINGE/FOXTEL에서도 리메이크된 작품이다. 매주 금요일 오후 8시 50분 JTBC에서 2회 연속 방송된다.
뉴스컬처 김기주 kimkj@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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