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 앞둔 유가족 추모대회서 편지 낭독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가족 없는 세상에 홀로 남겨진 지 오늘로 364일째….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아빠가 너무나 미안했고 또 미안했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를 이틀 앞둔 27일 오후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광주·전남 추모대회에 참석한 유가족 김영현 씨는 아내와 아들의 이름을 목 놓아 부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추모대회에서 유가족을 대표해 희생자들에게 전할 말을 편지에 눌러 담은 김씨는 깊은 한숨만 내뱉으며 오열했다.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참사로 배우자와 두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김씨는 편지를 낭독하며 '사랑한다' , 미안하다', '고마웠다'는 말을 연거푸 하며 진상 규명을 재차 다짐했다.
김씨는 "지칠 때면 추모관에서 한없이 울면서 다시 다짐하고 있다"며 "무너지지 말고 아빠답게 행동할 테니 지켜보고 응원해달라"고 울먹였다.
"나는 영원히 남편·아빠임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며 "오늘도 너희들의 억울함을 밝히기 위해 많은 사람 앞에 섰다"고 울부짖으며 허탈해했다.
3분간의 편지 낭독으로 희생자들에게 전하지 못할 말을 김씨가 대신하자 추모대회에 참석한 유가족 30여명도 눈시울을 붉히거나 오열했다.
추모대회 내내 '책임을 규명하라'는 문구의 손팻말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여러 번 구호를 외쳤다.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도 인사말을 통해 "1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왜 아무도 없는 것이냐"며 "책임 있는 진상 규명이 밝혀지지 않은 한 유가족들의 슬픔은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는다"고 말했다.
묵념으로 시작한 추모대회는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라는 주제의 참사 경과 영상 상영, 김영록 전남지사·강기정 광주시장의 추모사·헌화 순으로 이어졌다.
철거 중이던 건물이 무너진 광주 학동참사·이태원참사 유가족 대표들과 지역 국회의원들도 함께해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유가족들은 1주기인 오는 29일까지를 추모 기간으로 정했고, 1주기 당일에는 무안국제공항에서 공식 추모 행사를 연다.
da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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