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링장 레인은 건물과 운명을 함께하는가? 종물의 법리[판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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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링장 레인은 건물과 운명을 함께하는가? 종물의 법리[판례방]

이데일리 2025-12-27 12:3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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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희봉 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부동산 경매 시장이나 상가 권리금 거래 현장에서 종종 발생하는 분쟁이 있다. 바로 건물의 소유권과 그 건물 내부의 고가 설비 소유권이 충돌하는 경우다. 최근 대법원에서 선고된 판결(대법원 2025. 10. 16. 선고 2025다213056 판결)은 이러한 주물(主物)과 종물(從物)의 관계, 그리고 저당권의 효력 범위에 대해 매우 중요한 법리를 재확인했다. 오늘은 이 사건을 통해 부동산 담보와 부속물의 소유권 관계를 명쾌하게 풀어보고자 한다.

(사진=나노바나나)


사건의 무대는 서울의 한 볼링장이다. 건물주 G는 2010년 은행에 건물을 담보로 제공하고 돈을 빌리면서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이때 공장저당법을 활용해 건물뿐만 아니라 볼링장 레인, 볼 배급기 등 기계 기구까지 저당권 목록에 포함시켰다. 이후 원고 A사는 2015년 G로부터 볼링장 기계 설비를 매수했다.

시간이 흘러 건물이 경매에 넘어갔고, 낙찰자(임대인)들로부터 공간을 빌려 볼링장을 운영하던 피고 B(현재 운영자)와 기계 설비 소유권을 주장하는 원고 A사 사이에 다툼이 벌어졌다. 원고 A사는 “내 돈 주고 산 기계니 돌려달라”고 했고, 피고 B는 “경매로 건물과 기계가 일괄 매각되었으니 낙찰자의 소유”라고 맞섰다.

이 사건은 1심과 2심의 판단이 극명하게 갈렸다.

1심은 낙찰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원고가 설비를 매수했다 하더라도 저당권이 설정된 사실을 몰랐다고 보기 어려우므로(악의), 경매 절차를 통해 낙찰자가 설비의 소유권도 취득했다고 보았다.

반면, 2심(원심)은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다. 2심 재판부는 해당 건물이 공장이 아니므로 기계 기구까지 묶는 공장저당법상 저당권은 무효라고 보았다. 또한, 일반 민법상 저당권 효력이 미치려면 설비가 건물의 종물이어야 하는데, 원고가 경매 개시 전에 설비를 매수하여 소유자가 달라졌으므로 더 이상 종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즉, 저당권의 효력이 설비에는 미치지 않으니 원고의 소유권이 유지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다시 뒤집었다. 핵심은 종물(從物)의 법리였다.

민법 제100조에 따르면 종물이란 주물(주된 물건)의 상용에 이바지하기 위해 부속된 물건을 말한다. 대법원은 이 사건 기계 설비(우드 레인, 볼 배급기 등)가 없으면 해당 건물이 볼링장으로서의 경제적 효용을 다할 수 없으므로, 이 설비들은 건물의 종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여기서 중요한 법적 쟁점은 저당권 설정 후, 경매 전에 종물의 소유자가 바뀌면 어떻게 되는가? 이다.

대법원은 비록 공장저당법에 따른 저당권이 무효라 해도, 일반 민법상 저당권의 효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았다. 민법 제358조에 따라 저당권의 효력은 저당 부동산의 종물에도 미친다. 이 효력은 저당권 설정 당시에 존재했던 종물뿐만 아니라, 설정 후 경매 전에 제3자가 그 종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고한 입장이다.

즉, 2010년 저당권 설정 당시 건물주 G가 기계 설비도 소유하고 있었고 이것이 종물이었던 이상, 2015년에 원고 A가 이를 매수했다 하더라도 이미 설정된 저당권의 효력을 피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결국 경매 낙찰자는 건물과 함께 종물인 기계 설비의 소유권까지 모두 취득하게 되므로, 원고 A는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게 되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특수 목적 건물(볼링장, 사우나, 주유소 등)의 설비 거래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눈여겨볼 대목은 설비와 건물의 일체성이다. 볼링장의 레인이나 주유소의 주유기처럼 건물 기능에 필수적인 설비는 단순한 동산이 아니라 건물의 종물로 취급될 공산이 크다. 더 무서운 것은 저당권의 위력이다. 건물에 설정된 저당권은 그 종물까지 지배한다. 나중에 기계만 따로 떼어내 샀더라도,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면 낙찰자가 설비 소유권까지 몽땅 가져가 버릴 수 있다는 얘기다. 뒤늦게 억울함을 호소해도 법원의 판단은 단호할 것이다.

따라서 설비를 매입하거나 사업을 인수할 때는 반드시 건물 등기사항증명서(등기부등본)부터 확인해야 한다. 만약 선순위 저당권이 있다면, 해당 기계가 저당권의 효력 범위에 포함되는지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안전하다. 설비 따로, 건물 따로라고 쉽게 생각했다가는 이번 사건처럼 거액을 들여 매수한 설비를 하루아침에 잃을 수도 있다.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특허청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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