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락 국가안보실장이 18일(현지시간) 뉴욕을 방문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면담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19일 유엔본부에 따르면 위 실장은 전날 오후 2시 45분께 구테흐스 사무총장을 만나 유엔과 한국의 협력 강화, 한반도 평화 문제 등을 논의했다. / 연합뉴스(유엔본부 제공)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최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북한 방문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착 상태에 빠진 남북 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국제기구 수장의 중재라는 외교적 카드를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위 실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를 방문해 구테흐스 사무총장과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위 실장은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설 수 있도록 구테흐스 총장이 방북 등을 통해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뉴욕을 방문했을 당시 구테흐스 사무총장을 접견해 "남북이 갈등과 대립을 넘어 대화와 협력의 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유엔이 적극적으로 지원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당시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한국 정부의 유연하고 전략적인 대북 정책에 대해 "매우 현명한 접근"이라고 높이 평가하며 유엔 차원의 지지를 약속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이번 면담의 구체적인 제안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대통령실은 공지 메시지를 통해 "위 실장과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지난 만남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그러나 상세한 논의 내용은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구테흐스 총장에게 북한 방문을 요청한 건 이 대통령이 언급한 '바늘구멍을 뚫는 노력'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남측과의 직접 대화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유엔이라는 공신력 있는 제3자를 통해 대화의 명분을 제공하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통일부와 외교부 업무보고에서 현 남북 관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업무보고에서 "최근 남북 관계를 보면 과거와 달리 진짜 원수가 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북한이 전 군사분계선에 걸쳐 3중 철책을 치고 도로를 끊는 등 유례없는 폐쇄 조치를 취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더욱 인내심을 갖고 주도적으로 적대 상태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남북 간에 신뢰가 조금이라도 싹틀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며, 바늘구멍을 뚫는 심정으로 소통과 공존의 길을 열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북한의 도발이나 거부 전략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대화의 여지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구테흐스 총장에게 방북을 요청한 것은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가용한 모든 외교적 자원을 동원하겠다는 정부의 의중이 실린 행보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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