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정부 패싱' 발표, 美 보잉은 수십조 과징금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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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정부 패싱' 발표, 美 보잉은 수십조 과징금 맞았다

이데일리 2025-12-27 09: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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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이번엔 ‘자체 조사’ 공방으로 새 국면을 맞았다. 앞서 지난 25일 쿠팡이 유출 용의자와 만나 진술서를 받아내고 증거를 확보한 뒤 언론에 발표한 일련의 과정에 대해 정부가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 발표’라고 질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쿠팡은 이튿날 두 번째 입장문을 통해 “문제의 조사는 정부 지시에 따라 진행한 공조 조사였다”고 반박했다. 다만 이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쿠팡과 협의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고, 과학기술정통부도 “쿠팡이 민관합동조사단에서 조사 중인 사안을 사전 협의 없이 일방 공개했다”고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글로벌 항공기 제조사 보잉(Boeing)의 이야기다. 보잉은 기체결함 문제로 정부의 수사를 받았는데, 조사 정보를 당국과 협의 없이 공개했다가 37조원이 넘는 경제적 손해를 입은 바 있다.

데이터 회수 사진.(제공= 쿠팡)


◇정부 절차 ‘패싱’한 보잉의 최후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월 알래스카 항공 소속 보잉 737 맥스 9 기체에서 비행 중 비상구 덮개(도어 플러그)가 튕겨 나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즉각 수사에 착수했으나 보잉은 조사 과정에서 핵심 자료를 누락하거나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특히 지난 6월 보잉은 NTSB의 최종 승인 없이 조사 정보를 언론에 일방 공개하며 사고 원인을 ‘작업자 개인의 숙련도 문제’로 규정했다. 조사 협조를 구실로 기업에 유리한 결론을 먼저 공표한 셈이다. 이에 대해 NTSB는 “보잉이 조사 비밀 유지 약속을 어기고 수사의 무결성을 훼손했다”며 조사 참여 자격을 박탈했다. 나아가 미 법무부(DOJ)는 이를 ‘사법 방해(Obstruction of Justice)’로 규정해 형사 기소를 추진했다.

보잉은 이 과정에서 약 37조원(276억5000만 달러) 규모의 재정적 타격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직접적인 형사 벌금과 피해자 구제 기금, 안전 시스템 강제 투자 비용 등이 포함된 결과다. 특히 수사 방해에 따른 징벌적 조치로 주력 기종인 737 맥스의 생산 대수가 강제로 제한됐다. 이로 인해 발생한 경영 손실과 현금 유출액이 피해 규모를 키웠다.

다만 보잉과 쿠팡의 세부적인 대응 양상은 대조적이다. 보잉은 핵심 작업 기록의 제출을 거부하거나 누락하는 등 ‘은폐’를 통해 수사 기관의 손발을 묶으려 했다. 반면 쿠팡은 잠수부를 동원해 증거물을 직접 인양하고 유출 규모를 특정하는 등 ‘정보의 선점’을 통해 수사 결론을 미리 정의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의도’만으로도 처벌하는 美… 한국은?

미 사법당국이 보잉에 철퇴를 내린 근거는 한국 법체계에는 없는 광범위한 사법방해죄에 있다. 한국은 증거 인멸 등 구체적인 결과가 입증돼야 처벌하는 ‘결과주의’ 성격이 강하지만 미국은 수사 기관의 직무 수행을 방해하려는 의도나 시도만으로도 무거운 처벌을 내리는 ‘의도주의’ 원칙을 고수한다. 미 연방법은 수사 과정에서 기망적인 수단을 동원해 수사관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려 하는 모든 행위를 사법 시스템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간주한다.

이러한 미국식 법리를 이번 쿠팡 사례에 대입하면 기업이 수사 기관의 승인 없이 핵심 증거물을 직접 확보하고 분석 결과를 공표한 행위 자체가 사법 시스템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증거의 무결성을 훼손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수사 기관의 최종 판단이 내려지기 전 기업이 특정 정보를 선별적으로 공개해 수사 방향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점에서 보잉이 직면했던 ‘사법 방해’ 논리와 궤를 같이 한다는 지적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수사 과정의 보고와 결과의 공개는 별개의 문제”라며 “피고발인이 수사 기관보다 앞서 증거를 확보하고 결과를 발표하는 것은 수사 교란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특히 사설 포렌식 업체에 분석을 지시한 행위가 ‘증거인멸 교사’에 해당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교수는 “만약 증거물이 오염돼 재판에서 사용 불능이 될 것까지 계산했다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 적용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쿠팡은 매출 대부분을 한국 시장에서 올리고 있지만, 법적으론 미국 기업이다. 김범석 의장도 미국인이다. 하지만 이번 유출 사태가 한국법인의 문제라는 이유로 김 의장은 국회의 출석 요구 등에 응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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