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먹는 단백질 보충제, 사실은 석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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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먹는 단백질 보충제, 사실은 석유였다”?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5-12-27 05:21:00 신고

3줄요약

CJ제일제당이 식물로 만든

‘탄소순환형 아미노산’

석유의 화학공정을 바꾸다

패러디 삽화=최로엡 ai화백
패러디 삽화=최로엡 ai화백

 그동안 우리가 섭취한 아미노산, 단백질 보충제, 사료 첨가제의 대부분은 석유 기반 화학공정으로 만들어졌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막대한 탄소배출은 우리가 먹는 음식의 그림자였다. 그러나 CJ제일제당이 개발한 미생물 발효 기반 아미노산 생산기술은, 석유 대신 식물에서 얻은 당을 원료로 사용해 탄소를 태우는 대신 되돌리는 ‘순환형 제조’를 구현하고 있다. 이 기술은 산업계의 탈탄소화와 생물자원 중심 제조혁명의 한 축으로 주목받고 있다.

 ‘먹는 석유’의 실체 – 우리가 몰랐던 화학공정의 뒷면

아미노산은 단백질의 기본 구성요소로, 인류 식생활과 축산업의 핵심을 이루는 물질이다. 식품첨가제, 사료보충제, 스포츠 영양제 등 일상 속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지만, 정작 그 생산 과정은 대부분 화석연료 기반이었다. 

1970년대부터 글로벌 화학기업들은 석유 기반 화합물을 원료로 아미노산을 합성했다. 기본적으로 석유 정제 과정의 부산물을 원료로 한다. 프로필렌(C3H6), 아세톤(CH3)2CO), 암모니아(NH3) 등 화석 연료에서 유도된 화합물들이 복잡한 화학 반응을 거쳐 아미노산 분자로 재구성된다. 이른바 '합성 아미노산(Chemical Synthetic Amino Acids)'의 시대였다. 따라서 생산 과정에서 고온·고압 반응기와 금속 촉매를 사용하고,이를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태웠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석유기반 공정에서 L-메티오닌 1톤을 생산할 때 평균 3.2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했다. 이는 일반 승용차 1,400대가 하루 동안 배출하는 양과 맞먹는다.게다가 반응 과정에서 폐촉매, 유기용매, 산화폐수 같은 환경부담 물질도 남았다.

이런 ‘먹는 석유’의 구조는 세계적으로 오랫동안 관행이었다. 일본 아지노모토, 독일 에보닉, 미국 ADM 등 글로벌 아미노산 제조기업들 역시 기술의 기반을 석유화학에서 찾았다.

하지만 문제는 점점 커졌다.
지속가능한 식량생산이 산업의 화두로 떠오르면서,탄소배출이 많은 화학공정 제품은 소비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부담이 됐다. 이때 CJ제일제당이 제시한 해법은 생물학이었다.

 CJ제일제당의 반전극

"식물이 만든 아미노산

 미생물 공정으로 완성"

CJ제일제당은 1990년대 후반부터 ‘바실루스’와 ‘코리네박테리움’ 계열의 미생물을 연구해 그들의 유전자를 조절하고, 당을 먹여 스스로 아미노산을 만들게 하는 공정을 개발했다. 이 기술의 핵심은 발효 기반 대사공정(Bio Fermentation Process)이다. 원료는 석유가 아니라 옥수수, 사탕수수, 카사바 같은 식물이다. 미생물은 바로 이 식물에서 얻은 포도당을 탄소원으로 삼는다.
CJ의 연구진은 미생물의 유전자를 편집해 필요한 효소만 활성화하고 불필요한 대사경로는 차단했다. 이렇게 조절된 세포는 탄소를 불태우지 않고, 대사과정을 통해 필요한 아미노산만 선택적으로 만들어낸다.

CJ제일제당의 바이오부문 CTO 김상준 부사장은 2025년 글로벌 바이오산업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발효공정은 화학반응이 아니라 생명반응이다. 대기에서 흡수된 탄소를 식물이 포도당으로 만들고, 미생물이 그 탄소를 아미노산으로 전환한다. 우리는 제품을 만드는 동시에 탄소를 되돌려놓는다.”

이 발효공정은 단순히 친환경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효율적이다. 발효온도는 37도 내외, 압력은 대기압 수준이다.
기존 석유화학 공정처럼 200~300도의 고온·고압이 필요하지 않다. 그만큼 에너지 소비가 적고, 생산비용도 절감된다.

CJ제일제당의 인도네시아 파수루안 공장에서는 이 공정을 통해 연간 8만 메가와트시의 전력을 절감했다. 이는 1만 3,000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하는 전력량에 해당하며, 약 3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였다.

이 공정은 CJ 내부에서 Bio-Catalytic Process (BCP)로 불린다. 즉, 생물촉매가 에너지를 대신 쓰는 방식이다.

탄소를 태우지 않고, 되돌리는 제조법

CJ제일제당의 식물기반 발효공정은 탄소를 소비하는 대신 순환시키는 구조다. 이를 ‘탄소순환형 제조(Carbon Circular Manufacturing)’라고 부른다.

공정의 세 단계는 다음과 같다.

첫째, 식물원료의 탄소흡수.
옥수수나 사탕수수는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의 탄소를 흡수한다. 따라서 이 원료를 사용하면 화석연료처럼 ‘추가 배출’을 하지 않는다.

둘째, 미생물의 효율적 탄소 이용.
CJ가 개발한 대사공학 기술은 NADH·ATP 효소의 소모를 줄이고 불필요한 부산물 생성을 억제한다. 그 결과 동일한 포도당으로 아미노산을 더 많이 생산하고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줄어든다.

셋째, 공정 에너지 절감.
고온·고압 반응이 없기 때문에 전체 공정의 에너지 소비는 기존 화학공정의 약 35~40% 수준이다.

 이 세 단계를 합치면, 제품 1톤당 탄소배출량이 평균 60% 이상 감소한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SGS의 검증에 따르면
CJ의 발효공정으로 만든 L-메티오닌은 기존 화학공정보다 63%의 탄소를 덜 배출한다. 트레오닌은 62%, 라이신은 58% 절감됐다. 이 수치는 단순한 계산이 아니라, ISO 14067 국제표준에 따른 실제 전과정평가(LCA) 결과다.

산업 구조를 바꾸는 탄소 절감

CJ제일제당의 이 공정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평가받는다. 정부는 2024년 ‘그린바이오 산업 육성전략’에서 이 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했다. 산업통상자원부 한 관계자는 “CJ의 발효공정은 한국이 수입에 의존하던 석유화학 원료를 대체하면서도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대표적인 생물제조 기술”이라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연간 12만 톤의 탄소 절감량을 확보하고, 2025년부터 국제 자발적 탄소시장(VCM)에 탄소감축 크레딧을 판매할 계획이다. 예상 수익은 연간 100억 원 규모다.

이런 변화를 업계는 ‘바이오 제조 전환’이라고 부른다. 즉, 에너지를 태워 만드는 공장에서 생물이 만들어내는 공장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생명공학 전문가들은 “CJ의 미생물 발효공정은 생명이 공장을 대신하는 기술”이라며 “석유화학 중심 제조국이었던 한국이 이제는 생물자원 중심의 제조국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입을 모은다.

 글로벌 경쟁의 판도 변화

CJ의 기술은 단순한 환경문제를 넘어 국제 시장에서의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 아미노산 시장은 약 180억 달러(한화 약 24조 원) 규모다. 기존 시장을 지배한 기업은 독일의 에보닉, 일본의 아지노모토, 미국의 ADM이다. 이들은 여전히 석유 기반 원료를 부분적으로 사용한다. CJ는 발효공정 전환으로 생산 단가를 20% 이상 낮추며 세계 시장 점유율 3위(약 29%)를 기록했다.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 측은 “화석원료를 쓰지 않는 공정은 향후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CBAM)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은 2026년부터 탄소집약도가 높은 수입제품에 대해 탄소배출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발효공정으로 만든 CJ의 아미노산은 화석 기반 제품보다 세금 부담이 적어 가격경쟁력까지 확보하게 된다.

미래 제조업의 시나리오

CJ의 사례는 앞으로의 제조산업이 ‘화석에너지에서 생물에너지로’,‘직선형 생산에서 순환형 생산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이제 우리가 먹는 단백질, 사료, 식품첨가물은 단순히 “먹거리”가 아니라 지구의 탄소순환에 참여하는 산업의 생태계 구성원이 됐다.

CJ제일제당은 현재 미생물 발효공정을 응용해 PHA 생분해 플라스틱과 바이오 단백질 생산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 과정에서도 탄소배출을 최대 70% 이상 줄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CJ의 그린바이오 기술은 탄소를 덜 배출하는 기술이 아니라 탄소를 다시 순환시키는 제조 시스템”이라며 “이 기술은 결국 우리가 먹는 식품에서부터 기후위기의 해법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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