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러시아 라트마노프섬 해변에서 바다코끼리 수천 마리가 한자리에 모인 모습이 확인됐다. 바다코끼리는 평소 바다 위에 떠 있는 두꺼운 얼음판인 해빙 위에서 쉬는 동물이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바다 얼음이 녹아 사라지면서 쉴 곳을 찾아 육지로 이동했다. 이는 북극의 서식 환경이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조사됐다.
2톤의 몸무게와 상아, 북극 생태계의 핵심 포유류
바다코끼리는 몸길이가 4미터에 이르고 무게가 2톤까지 나가는 큰 포유동물이다. 입 밖으로 1미터 정도 길게 자란 엄니는 송곳니가 길게 변한 부분이다. 이 엄니는 얼음판 위로 무거운 몸을 끌어올릴 때 몸을 지탱하거나 무리 안에서 자리를 잡을 때 도구로 쓰인다. 바다코끼리는 주로 얕은 바다 밑바닥에 사는 조개나 게를 찾아 먹으며 지낸다.
바다 얼음이 사라져 해안가 육지에서 머물게 되면 먹이가 있는 먼바다까지 헤엄쳐 이동하는 거리가 길어진다. 헤엄치는 시간이 늘어나면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게 되어 몸 상태가 나빠진다. 먹이를 먹어 얻는 힘보다 이동에 쓰는 힘이 많아지면 새끼를 낳고 기르는 힘까지 떨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이는 무리 전체의 개체 수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주는 원인이 된다.
사라진 쉼터, 얼음 대신 육지를 택한 바다코끼리의 사투
바다코끼리는 물속에서 계속 지낼 수 없으므로 주기적으로 딱딱한 바닥에 올라와 몸을 말려야 한다. 본래는 바다 위를 떠다니는 큰 얼음덩어리인 해빙을 쉼터로 삼았으나, 현재 북극의 바다 얼음은 과거보다 빠르게 소멸했다. 이 때문에 바다코끼리들은 얼음 대신 해안가 땅 위로 올라와 휴식을 취하게 됐다.
좁은 해변에 수천 마리의 개체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압사 사고가 일어난다. 무게가 2톤인 성체들이 겹치는 과정에서 아래에 깔린 새끼들이 죽는 일이 빈번해졌다. 무거운 몸으로 서로를 밟게 되는 이러한 현상은 무리 생존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과학자들은 바다 얼음이 다시 얼어붙기 전까지 이러한 육지 상륙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한다.
국제 보호종 지정과 경기도 고양시 수족관의 보호 관리
바다코끼리는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에 따라 보호받는 종으로 정해져 있다. 한국에서도 허가 없이 이 동물을 들여오거나 판매하는 행위를 엄격히 막는다. 이러한 법 규정을 어기면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3년 이하의 감옥에 갇히거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국제 보호종에 대한 관리는 나라 사이의 협력을 통해 실시된다.
현재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한화 아쿠아플라넷 일산에는 예전에 북극에서 길을 잃거나 다친 상태로 구조된 바다코끼리 두 마리가 살고 있다. ‘바랴’와 ‘메리’라는 이름을 가진 이 개체들은 사람들에게 북극 환경 보전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리는 교육 자료로 쓰인다. 정부는 보호종의 반입 기록을 꼼꼼히 관리하고 있으며, 서식지 파괴를 막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에 함께 참여한다. 멸종을 막기 위한 법적 장치는 더욱 엄격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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