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정관 개정을 통해 3연임에 성공하며 본격적인 'JB금융 3.0' 시대를 선언한 김기홍 회장의 관료 인맥이 새삼 화제다. 김 회장은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출신답게 금융당국 관료들과 두루 인연을 맺고 있는데 그 중 일부를 JB그룹으로 영입해 핵심 중책을 맡긴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조직 내 우호 세력을 근간으로 한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 시도를 문제 삼은 만큼 김 회장의 장기 집권과 인사 기조를 둘러싼 여론의 관심도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금감원 출신' 김기홍 인사 기조 새삼 주목, 금감원 출신 인사들 핵심 요직 곳곳에
김 회장은 1957년 서울 출신으로 경동고와 미국 바랫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주리대에서 석사학위, 조지아대에서 박사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이후 충북대 교수, 한국조세연구원 전문위원, 보험개발원 연구조정실장 등을 거쳐 1999년 금융감독원 출범 첫 해 초대 보험담당 부원장보에 발탁됐다. 김 회장은 2014년 JB자산운용 대표이사에 선임된 이후 2019년 3월 JB금융 회장직에 올랐고 2022년 연임에 이어 올해 3연임에 성공했다. 그의 세 번째 회장 임기는 오는 2028년까지다.
현재 JB금융 핵심 요직에는 금융관료 출신 인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올해 3월 JB금융 이사회에 새롭게 합류한 김용환 사외이사는 행정고시 23회로 공직에 입문해 재무부 기획관리실, 증권보험국 등을 거쳤고 증권선물위원회 및 금감원 상임위원, 금감원 수석부원장 등을 역임했다. 2011년부터 3년간 수출입은행장을 맡기도 했다. 올해 초 신규 선임된 김동성 감사본부장(부사장) 역시 금감원 출신이다. 김 부사장은 1999년 금감원 조사연구국을 시작으로 기획조정국, 보험검사국, 뉴욕사무소 등에서 다양한 직책을 역임했다. 이후 금감원 은행 담당 부원장보, 전략감독 담당 부원장보 등 주요 보직을 맡았다.
JB금융의 핵심 계열사로 꼽히는 전북은행의 이사회 내부에도 금감원 출신 인사가 포함돼 있다. 김 회장의 두 번째 임기 시절 선임된 오승원 상임감사위원이 대표적이다. 오 위원은 한국은행 출신으로 금감원 은행검사 5국, 신용감독국, 은행감독국 등에서 실무를 담당했다. 이후 금감원 인재개발원 팀장, 금감원 특수은행국 국장,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보 등을 거쳐 2022년 JB금융 이사회에 합류한 이후 현재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 회장의 관료 영입은 임기 초부터 줄곧 있어왔다. 임기 첫 해 단행한 임원 인사에선 금감원 출범 초기 멤버인 유관우 전 사외이사를 발탁하기도 했다. 유 전 이사는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 국장, 기회조정국 국장, 보험담당 부원장보 등 요직을 두루 거친 관료 출신 인사다. 2019년 사외이사로 선임된 이후 4연임에 성공해 올해 초까지 약 6년간 활동했다.
2019년과 2021년에 발탁된 권재중 전 부사장과 송현 전 전무 등도 금감원 출신이다. 금감원 자문관 출신인 권 전 부사장은 3연임을 끝으로 2023년 회사를 떠났다. 송 전 전무는 금감원 금융서비스개선국장 출신으로 4연임 후 지난해 12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송 전 전무는 재직 당시 JB우리캐피탈 전무, JB자산운용 비상임사, JB인베스트먼트 비상근감사 등 주요 계열사 요직을 겸직했다.
금융당국, 국회 등에 따르면 김 회장은 과거 금융권의 실세 집단으로 평가됐던 '이헌재 사단'의 일원이라는 막강한 배경을 지니고 있다. 1999년 이헌재 당시 초대 금감원장 시절 40대 초반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금감원 부원장보에 발탁된 김 회장은 금감원을 떠난 이후에도 이 전 위원장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특히 그는 이 전 원장이 세계적 민간 싱크탱크를 목표로 설립한 연구소 'KorEI(코레이)' 이사를 맡기도 했다. 이 전 위원장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두 차례에 걸쳐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역임한 인물이다.
전문가들은 김 회장의 관료 중심 인사 기조에 대해 안정적인 경영 연속성을 확보하는 데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특정 인맥 중심의 인사 구조가 고착화될 경우 외부 견제와 내부 다양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과 정치권에서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연임과 관치금융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만큼 JB금융 역시 따가운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반응도 일부 존재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김 회장은 대표적인 관료 출신 인사로 그를 금감원에 발탁한 이헌재 전 장관과 그 주변 인물들은 고령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 경제·금융계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지금은 '이헌재 사단' 1세대보다 그 영향을 받은 이른바 '이헌재 키즈들'이 금융권 곳곳의 요직을 차지하며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구조로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금융권 네트워크는 위기 대응 측면에서 매우 큰 장점이 될 수 있지만 최근 금융권 전반에 관치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만큼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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