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국내 최대 플랫폼 기업을 둘러싼 개인정보 유출 사안이 단순 보안 사고를 넘어, 정부의 플랫폼 규제·소비자 보호 체계를 전면 점검하는 계기로 번지고 있다. 쿠팡의 대응 방식과 정보 공개 수위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자, 정부는 조사·수사 단계의 개별 사안으로 보지 않고 범정부 차원의 관리 대상으로 격상해 대응 수위를 끌어올렸다. 플랫폼 기업의 개인정보 보호 책임과 국가 차원의 통제·감독 구조가 동시에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쿠팡 사태 대응을 위해 운영 중이던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 주재로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대통령실 역시 관계부처 장관급 회의를 직접 주관하며 사안을 범정부 차원에서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25일 관계부처 대책 회의 결과를 공유한 과기정통부는 기존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이 팀장을 맡았던 TF를 부총리 주재 체제로 전환했다. 이날 회의에는 대통령실을 비롯해 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공정거래위원회·개인정보보호위원회·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 장차관급 인사들이 참석해 개인정보 유출 경과와 2차 피해 예방 대책을 논의했다.
이번 조치는 쿠팡이 민관합동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 자체 조사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한 데 따른 대응 성격이 강하다. 쿠팡은 보도자료를 내고 “고객 정보를 유출한 전직 직원을 특정했으며, 외부로 정보가 전송된 정황은 없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3300만 개 계정 정보에 접근이 가능했으나 실제 저장된 정보는 약 3000개 계정에 불과하고, 결제 정보나 로그인 정보에는 접근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부는 즉각 반박했다. 과기정통부는 “쿠팡이 주장한 내용은 민관합동조사단에 의해 확인되지 않았다”며 “조사 중인 사안을 일방적으로 대외에 공표한 데 대해 쿠팡 측에 강력히 항의했다”고 설명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 역시 “제출된 진술서와 증거물의 실제 작성 여부와 범행 연관성을 자세히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통령실의 대응도 이례적으로 강경했다. 대통령실은 25일 김용범 정책실장 주재로 ‘플랫폼 기업 개인정보 유출 및 소비자 보호 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쿠팡 사태를 개별 부처 차원의 문제를 넘어 범정부 관리 사안으로 격상했다. 회의에는 과기정통부·공정위·개인정보위·금융위·방통위 장관을 비롯해 외교·안보 라인까지 참석했다. 대통령실은 행정관급 이상 직원들의 쿠팡 접촉을 원천 배제하라는 내부 지침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쿠팡의 자체 발표 방식이 수사와 조사 절차에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수사 대상과의 사전 접촉, 진술 오염 가능성, 외부 전송 여부에 대한 검증 절차 부재 등이 쟁점으로 거론된다. 전문가들 역시 “개인 일탈로 사건을 축소하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며 내부 통제 체계 전반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플랫폼 기업 전반의 개인정보 보호와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개인정보위는 반복적·중대한 위반 행위에 대해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고, 집단분쟁·단체소송 제도도 강화할 계획이다. 대통령실과 관계부처는 향후 범부처 TF를 중심으로 조사 결과에 따른 추가 조치와 제도 보완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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