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아스널에 크리스마스 1위는 호재가 아닌 징크스다. 그리고 맨체스터시티에 크리스마스 1위가 아닌 건 분명한 호재다.
영국 현지에서는 매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크리스마스 1위를 조명한다. 크게 유의미한 지표는 아니다. 지금껏 33번의 PL 시즌에서 크리스마스 1위가 실제 1위로 이어진 건 17번뿐이다. 첼시에 주제 무리뉴 감독이 부임한 뒤로 한동안 크리스마스 1위와 최종 1위가 동일했던 시즌도 여럿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 기류가 다시 옅어졌다.
그래도 시즌 전반기를 가를 수 있는 상징적인 지표라는 점과 크리스마스 다음날부터 박싱데이에 돌입하는 영국 축구 특성도 반영할 수 있기에 현지 매체에서는 앞다퉈 크리스마스 1위가 누구인지 보도하곤 한다. 올 시즌 크리스마스 1위는 아스널이다. 아스널은 승점 39점을 쌓아 현재까지 PL 정상을 지키고 있다. 가브리엘 마갈량이스를 비롯해 핵심 몇몇이 부상으로 한동안 빠지며 위기를 겪었음에도 현재까지는 PL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이번 시즌 1위 경쟁은 치열하다. 아스널의 뒤를 맨시티와 애스턴빌라가 바짝 뒤쫓는다. 맨시티는 승점 37점으로 2위, 빌라는 승점 36점으로 3위다. 한두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확 뒤집힐 수도 있다.
최근 흐름 자체는 맨시티와 빌라가 더 좋다. 아스널은 최근 리그 7경기에서 4승 2무 1패로 시즌 초반 맹렬한 흐름을 다소 잃었다. 반면 맨시티는 엘링 홀란, 필 포든, 라얀 셰르키 등 여러 선수가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며 최근 리그 7경기 6승 1패 호조를 달린다. 빌라는 한 술 더 떠 리그 7경기 전승, 공식전 10연승으로 두 팀을 맹추격 중이다. 걸출한 경기력의 맨시티와 그런 맨시티마저 잡아내는 돌풍의 빌라 앞에서 아스널은 불안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아스널이 불안한 이유는 또 있다. 아스널은 크리스마스 1위가 아닐 때만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아르센 벵거 감독 부임 후 첫 우승이었던 1997-1998시즌에는 크리스마스에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 1위를 내줬다. 2001-2002시즌에도 크리스마스 당시에는 1위 뉴캐슬유나이티드에 승점 3점이 뒤진 2위였지만, 크리스마스 이후로는 17승 3무로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으며 우승을 차지했다. 전설의 무패 우승 시즌이었던 2003-2004시즌에도 크리스마스에는 맨유와 승점 1점 차로 2위에 있었다.
반면 크리스마스 1위에 올랐던 지난 4시즌은 우승하지 못했다. PL 창설 후 처음 크리스마스 1위에 올랐던 2002-2003시즌에는 승점 39점으로 2위 첼시에 2점, 3위 맨유에 4점 앞선 1위였으나 최종적으로 맨유가 승점 83점으로 1위를 차지하고 아스널이 승점 5점 차 2위로 내려앉았다.
그나마 해당 시즌에는 잉글랜드 FA컵 우승으로 체면치레를 했지만, 이후 3시즌은 해당 시즌 무관에 그쳤다. 2007-2008시즌에도 아스널은 크리스마스 1위를 끝까지 지키지 못하고 맨유가 리그는 물론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2022-2023시즌과 2023-2024시즌에도 아스널은 크리스마스에 1위에 올랐지만, 끝내 맨시티에 역전 우승을 내줬다. 특히 2022-2023시즌에는 아스널이 248일 동안 PL 1위를 지키고도 끝내 우승하지 못해 불명예스러운 신기록도 세웠다. 미켈 아르테타 감독은 그때의 교훈을 잊지 않고 이번 시즌 주전과 후보 자원 영입에 모두 공을 들였는데, 현재까지는 쉽지만은 않은 흐름이다.
아스널에 더 불안한 점은 자신들을 추격하는 상대가 역전 우승에 도가 튼 맨시티라는 점이다. 맨시티는 2010-2011시즌부터 PL에서만 8회 우승을 차지했는데, 이는 해당 기간 나머지 구단의 우승 횟수를 합쳐도 많은 독보적인 수치다. 또한 PL 우승 8회 중 5회는 역전 우승이었다.
특히 펩 과르디올라 감독 부임 후로 맨시티는 ‘역전의 명수’로 자리매김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2016-2017시즌 맨시티에 부임한 이래 6차례 PL 우승을 차지했는데, 이 중 4회가 크리스마스 이후 역전 우승이었다. 2018-2019시즌을 시작으로 2020-2021시즌, 2022-2023시즌, 2023-2024시즌에 자신들의 순위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2018-2019시즌에는 크리스마스 당시 1위였던 리버풀에 승점 4점이 뒤지는 상태였으나 후반기 14연승을 거두는 등 맹렬한 추격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당시 승점 98점으로 우승컵을 거머쥐었고, 리버풀의 승점 97점 준우승은 전설로 남았다.
2020-2021시즌에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시즌이 늦게 개막한 상황에서 크리스마스 당시 1위에 승점 8점이 뒤진 리그 8위였지만 최종적으로는 승점 86점으로 리그 1위에 올랐다. 2023-2024시즌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맨시티는 크리스마스 1위는커녕 전체 5위에 올라있었는데, 크리스마스 이후에만 승점 57점을 쌓아 아스널을 승점 2점 차로 누르고 전설적인 PL 4연패를 달성했다.
아스널은 맨시티에 추격당했던 지난 역사 속에서 후반기에도 탄탄한 경기력을 유지하는 법을 터득했다. 2022-2023시즌 맥없이 무너졌던 것과 달리 2023-2024시즌에는 끝까지 맨시티를 위협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이번 시즌에도 맨시티가 아스널을 맹렬히 따라갈 걸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아르테타 감독이 크리스마스 1위를 마지막까지 수성할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하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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