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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26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 등 5명에게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2022년 말 재판에 넘겨진 지 3년여 만에 나온 법원의 첫 판단이다.
재판부는 “공소 사실을 인정할 충분한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무죄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이 처벌받을 정도의 혐의를 가졌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은 문재인 정부 시절이었던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가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살해된 사건에 대해 윤석열 정권에서 2022년 6월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은 이씨가 피살된 이튿날인 2020년 9월 23일 열린 제1차 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 피격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합참 관계자와 김 전 청장에게 보안을 유지하라는 조치를 지시했다고 봤다. 김 전 청장은 해당 지시를 받고 월북 가능성에 관한 허위 자료를 배포한 혐의를 받았다. 박 전 원장과 서 전 장관, 노 전 실장은 ‘보안 유지’ 방침에 동조해 국정원과 국방부 직원들에게 관련 첩보와 문건 등을 삭제하게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망인 사건 관련 논의, 지시 및 보고, 분석, 조치 결과 보고, 수사 등 모두 정식 체계와 절차를 밟아 진행된 것으로 보이고 사실상 거의 대부분 문서를 통해 기록돼 남아 있다”며 “다수의 관련 정보 보고서 등이 삭제된 경위를 살펴 보면 최초 전파 시 첩보의 민감성과 출처 보호 필요에 의해 배포선이 제한됐어야 했는데 일반 전파됐다가 이를 뒤늦게 알아채고 급격히 삭제한 것으로 보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언론 등 대외 발표를 하는 데 있어서도 그대로 설명하려 애쓴 것으로 보일 뿐 어떤 허위가 개입돼 있다고 볼만한 사정을 발견하기 어렵다”며 “정부 당국의 ‘월북 가능성이 있다, 월북이라고 판단한다’는 표현은 확정적이고 최종적 결론이라기 보다는 당시까지의 제한된 정보 만을 전제로 한 잠정적 판단으로 이를 허위인지 여부를 따지긴 어렵다”고 부연했다.
앞서 지난달 5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서 전 실장에게는 징역 4년, 박 전 원장에게 징역 2년과 자격정지 2년, 서욱 전 국방부 장관에게는 징역 3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함께 기소된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에게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1년 및 자격정지 1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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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중한 분위기 속에서 선고를 기다리던 이들은 재판이 끝난 뒤 악수와 포옹으로 서로를 격려했다. 지지자들은 이들의 이름을 연호하며 무죄 판결을 반기는 분위기였다. 반면 재판장을 직접 찾은 서해 피살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는 “허위 사실로 월북을 만들어 놓고 무죄가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무죄 선고와 관련해 박 의원은 “저희 네 사람을 믿어준 국민과 현명한 심판을 해주신 재판부에 감사 말씀을 드린다”며 “저를 제거하려고 정치공작을 한 윤석열은 파면됐고 감옥 갔고 저는 무죄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검찰, 국정원 되지 않기 위해 더 개혁하는데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서훈 전 실장은 “재판부가 있는 그대로 실체적 진실을 잘 판단을 해주셨다고 본다”며 “애당초 지난 정권하고 검찰이 너무 무리했던 사건이다. 정치적 의도에서 했던 사건인데 잘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무도한 행위로 돌아가신 망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고 유족들에게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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