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근로자를 중심으로 취업자가 증가하며 고용 지표는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노동시장 내부의 질적 불안정성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임금 근로자 20명 중 1명은 주 15시간도 일하지 않는 초단시간 근로자이며, 이 비중은 10년 전보다 3배 이상 늘었다.
특히 고령층과 청년층, 여성에게 초단시간 일자리가 집중돼 구조적 취약성이 두드러졌다. 이와 함께 초등학생 사교육 참여율은 90%에 육박했고,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한국 사회의 구조적 변화가 동시에 드러났다.
국가데이터처가 26일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5'에 따르면, 올해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초단시간 근로자는 106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임금 근로자의 4.8%에 해당한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초단시간 근로자 수와 비중 모두 사상 최대치다. 2015년 초단시간 근로자는 29만6300명(1.5%)에 불과했지만, 10년 만에 3배 이상 급증했다.
연령별로 보면 초단시간 근로는 특정 계층에 집중돼 있었다. 전체 초단시간 근로자 가운데 60세 이상 고령층이 68.9%(73만1000명)로 가장 많았고, 30세 미만 청년층도 16.9%(17만9200명)를 차지했다. 반면 30대(3만3200명), 40대(5만2100명), 50대(6만5500명)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성별로는 여성 초단시간 근로자가 76만4700명으로 남성(29만6400명)의 2.6배에 달했다.
김기홍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초단시간 근로는 고령자, 청년, 여성 등 취업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청년층은 시간당 임금 수준도 가장 낮아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교육 분야에서는 사교육 의존도가 다시 급격히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남궁지영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초등학생 사교육 참여율은 87.7%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 69.7%까지 떨어졌던 참여율이 4년 연속 상승한 결과로, 2007년(88.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초등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07년 22만7000원이었던 초등학생 사교육비는 2021년 처음으로 30만원을 넘었고, 지난해에는 44만2000원으로 통계 집계 이후 처음 40만원대를 돌파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역시 사교육 참여율과 지출액이 동반 상승했다. 중학생 사교육 참여율은 지난해 78%, 고등학생은 67.3%로 각각 집계됐으며,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중학생 49만원, 고등학생 52만원에 달했다.
고령화의 또 다른 단면은 교통안전 분야에서도 확인됐다. 김주영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수는 475만명으로, 2019년 대비 42.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운전자 수 증가율이 연평균 1.3%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고령 운전자 증가 속도는 연평균 9.2%에 달한다.
고령 운전자의 증가와 함께 교통사고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유발한 교통사고는 4만2369건으로,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5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2521명 가운데 고령 운전자 사망자는 761명으로 30.2%를 차지했다.
사고 원인으로는 전방 주시 태만, 급제동·급가속 등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이 가장 많았다. 지난해 고령 운전자 사고의 55.7%가 이 같은 원인으로 발생해, 전체 운전자 평균(27.5%)을 크게 웃돌았다. 김 연구위원은 "고령 운전자 사고는 사망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며 "신체·인지 능력 저하를 고려한 제도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보고서가 고용·교육·교통 등 각 영역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변화가 서로 맞물려 사회 전반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평가한다. 취업자 수 증가라는 양적 성과 이면에서 노동의 질 저하, 사교육 부담 확대, 고령사회 안전 리스크가 동시에 누적되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종합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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