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1년, 국민의힘 초·재선을 중심으로 계엄과 탄핵에 대해 반성했지만 장동혁 대표와 지도부는 일관되고 끈질기게 탄핵을 반대하고 계엄을 옹호했다. 급기야 위헌적 계엄에 대해 "의회 폭거에 맞선 계엄"이라고 정당화했다.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문과 판박이다.
윤석열 부부와 그와 한 패였던 무리들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 정치자금법, 일반이적죄, 뇌물 등 각종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고, 내년 1월에 내란의 전모가 조금씩 법정에서 밝혀질 것이다. 이러한 사법적 처리와 다른 차원에서 앞으로의 한국 보수의 앞날은 암울하기만 하다. 보수의 몰락은 이미 예견되어 왔다.
윤석열의 용산 시대 1000일, 혼미와 무능으로 점철된 최악의 시기였다. 극우적 사고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고 안보와 성장이라는 보수의 가치조차 스스로 무너뜨렸다. 종북과 반국가세력이라는 망상적 이념의 굴레로 상대를 제거하고 말살시키려는 근본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박근혜 정권의 탄핵 이후, 보수 세력은 반성과 성찰은커녕 진보에 대한 적대와 적개를 노골적으로 드러냈고, 시대를 한참 거슬러서 냉전시대의 반공과 친일의 서사를 끌어다 상대 진영을 공격했다. 종북과 용공이 등장했고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을 반국가세력으로 내몰고, 남북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정권을 찾아와야 한다는 강박이 정치의 경험이 전무한 검찰 출신의 차용을 가져왔고 참담한 지금의 상황으로 스스로를 가뒀다. 뉴라이트란 이름으로 일제의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고 역사를 거스르는 냉전 사고는 해방 공간과 군사정권에서나 들어왔던 빨갱이·좌빨 등의 용어가 부활했다. 역사의 퇴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더 문제는 지금도 이러한 사고와 인식이 보수 주류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도 '태극기'가 강성 보수의 상징처럼 집회에 성조기와 이스리엘 국기가 예외 없이 등장한다. 미국도 왜 성조기가 등장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극우 기독교 세력과의 연대와 미국과 일본의 극우 세력과의 연대를 의식하는 것이라면 위험천만하기까지 하다. 중국이 부정선거를 획책했다는 음모론을 믿는 '윤 어게인' 세력은 단순히 계엄이 정당했다는 의미를 넘어 역사의 줄기를 되돌리려는 무리다. 이러한 유전자적 요소를 바꾸지 않으면 진정한 보수로 거듭날 수 없음은 불문가지다.
친윤과 국민의힘의 주류는 1970년대 유신 체제의 군사정권의 인식과 사유 체계에서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시대착오적 냉전 인식의 바탕위에 작동되는 반공 이데올로기는 종북이라는 반역사적 개념이 기저에 자리잡게 만드는 기본 동력이다. 미·일에 대한 막연한 동조, 북·중·러와 관련해서는 전략적 사고보다 이데올로기적 경직성으로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지 못하는 불찰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계엄과 탄핵을 바라보는 태도와 그대로 일치한다.
피고인 윤석열은 성탄절을 일주일 앞두고 "올바른 나라를 물려줘야 한다는 절박감이 제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비상사태를 선포한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그리고 재판정에서는 "위태로운 상황에 대한 북을 친다는 개념의 계엄이었다"면서 "입법·예산 폭거로 국가위기 상황이라 비상사태 선포가 불가피했다"는 궤변을 또 늘어놓았다.
이는 확증편향이라는 말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정상적 사고의 작동이 정지됐거나, 스스로 알면서도 재판에 유리하기 위하여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둘 중의 하나일 개연성이 높다. 만약 둘 다 아니라면 아무리 인식체계를 이해하려해도 설명되지 않는다.
사정이 이러한대도 '윤석열 어게인'을 신봉하는 일군의 세력은 지금의 집권세력이 종북이거나 용공의 사고에 젖어있으므로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나라의 장래를 망친다고 보는 것 같다. 국민의힘이 명색 '보수' 정당을 자처한다면 보편과 상식에 입각한 정치로 돌아와야 한다. 그리고 극우적 사고의 늪에서 탈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 지방선거를 통해 민주당이 입법·행정·지방권력을 쥘 것을 국민이 견제할 것이라는 망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한국 정당체계에서 극우적 사고를 가진 유권자를 대표하는 정당임을 과감히 선언하고 보수의 위선을 벗어버리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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