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 고물가·고환율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의 외식 발길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외식 물가는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소비 여력은 따라가지 못하면서 외식업 전반의 경기 침체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통상적인 대목으로 불리는 연말에도 매출 반등 조짐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어 자영업자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지역에서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주요 외식 메뉴 8종의 평균 가격은 지난해 11월 대비 3~5%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식 물가 전반이 고르게 오르며 소비자 체감 부담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메뉴별로 보면 김밥 평균 가격은 지난해 11월 3500원에서 올해 11월 3700원으로 1년 새 5.7% 상승했다. 칼국수는 같은 기간 9385원에서 9846원으로 4.9% 올라 1만원에 근접했고, 김치찌개 백반도 8192원에서 8577원으로 4.7% 상승했다. 삼계탕 평균 가격은 4.2% 올라 1만8000원 수준을 기록했다. 이 밖에도 냉면(4.2%), 삼겹살(200g 기준·3.9%), 비빔밥(3.4%), 자장면(3.1%) 등 주요 외식 메뉴 가격이 일제히 상승했다.
외식 가격 인상의 배경으로는 인건비와 임대료 부담 확대, 전기·가스 요금 등 고정비 상승이 꼽힌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 식재료 가격 부담까지 겹치면서 외식업체들의 원가 압박은 한층 심화됐다. 업계에서는 가격을 더 이상 올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비용 부담만 커지는 구조에 직면했다고 호소한다.
문제는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외식 소비 자체가 줄고 있다는 점이다. 고물가로 가계 지출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외식 빈도를 줄이거나 집밥으로 대체하는 소비 행태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영업자 간 매출 격차도 확대되는 등 외식업 전반의 체력 저하가 가시화되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음식점 및 주점업의 실질 총매출액은 161조1000억원으로 1년 전(163조3230억원)보다 1.4% 감소했다. 이는 외식물가가 급등한 영향이 크다.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외식 물가는 최근 5년간 약 25% 상승하며 전체 물가 상승률보다 큰 폭으로 오르기도 했다.
‘연말 특수’ 역시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외식산업경기동향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4분기 전망지수는 83.86으로 전 분기 대비 1.43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기준치(100)를 밑돌며 업황 부진 전망이 우세하다. 앞서 3분기 지수는 76.76으로 집계됐다.
경기도 광주시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A씨는 “연말임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예년보다 크게 줄었다”며 “소비가 위축되다 보니 손님들이 규모가 큰 가게 위주로 몰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인건비와 임대료 등 고정비 부담은 계속 커지고 있지만, 메뉴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걱정에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업계 관계자는 “연말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고정비 부담은 계속 늘고 있다”며 “외식 소비 위축이 장기화될 경우 자영업자들의 경영난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 안정과 소비 회복을 동시에 고려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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