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자체조사 `기습 발표`, 적절성 논란…`악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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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자체조사 `기습 발표`, 적절성 논란…`악수` 될까

이데일리 2025-12-26 14:09:5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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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대규모 정보 유출로 파문을 일으킨 쿠팡이 수사가 진행되는 도중 이례적으로 자체 조사결과를 기습 발표한 것을 두고 적절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수사당국을 배제한 상황에서 증거물을 선점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형사적으로 책임을 질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방해 혹은 증거 훼손 등을 의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쿠팡의 자체조사…“형법상 책임 따져 물어야”

2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지난 21일 쿠팡이 임의 제출한 ‘유출 피의자가 작성했다는 진술서’와 ‘범행에 사용됐다는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하고 있다. 경찰은 “쿠팡 측이 주장하는 내용의 사실 여부를 철저하게 수사해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쿠팡은 전날 자체 조사결과 유출한 중국인 국적 전직 직원을 특정했고 해당 직원이 유출 행위를 자백하고 고객 정보에 접근한 방식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쿠팡이 직접 유출자의 진술서를 받아 정부에 제출했고, 유출자가 정보를 빼내는 데에 사용한 노트북 등을 파손한 뒤 하천에 버렸지만 잠수부를 동원해 회수한 뒤 이 역시 경찰에 제출했다는 게 쿠팡의 설명이다.

경찰은 이 노트북이 실제 피의자가 사용한 게 맞는지부터 증거가 훼손된 정황이 없는지 등을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쿠팡 역시 피고발인인 상황에서 경찰을 배제하고 자체적으로 피의자와 접촉했고, 핵심 증거물들을 확보하는 과정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도 살펴볼 전망이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 교수는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받으려면 형사소송법상 압수수색 영장에 의하거나 정당한 임의제출 절차를 거치는 등 법적 과정을 엄격히 따라야 한다”며 “쿠팡이 어떤 경로로 노트북을 습득했고, 그 과정에서 증거물 훼손이나 절차 위반은 없었는지 면밀히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만약 불법적인 습득이나 상대방에 대한 협박이 있었다면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며 “사적 보복이나 증거물 훼손, 재물손괴 등에 대한 책임은 물론, 대규모 개인정보 침해라는 공공의 피해를 방치하고 신고를 누락한 부분에 대해서도 형법상 책임을 하나하나 따져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증거인멸·공무집행방해 적용 가능할까…의견 분분

법조계에선 쿠팡의 행위에 대해 증거인멸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 적용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결국엔 수사를 방해하는 행위가 됐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쿠팡의 발표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민관합동조사단에서 조사 중인 사항을 쿠팡이 일방적으로 알린 것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고, 쿠팡이 주장하는 사항은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며 불쾌한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낸 것도 이를 방증한다.

다만 실제 범죄혐의 성립 여부를 두고는 견해가 갈린다.

우선 증거인멸죄(형법 제155조)의 경우 ‘타인’의 형사 사건 증거를 ‘인멸’할 때 성립한다. 다만 쿠팡이 노트북을 파기하거나 은닉하는 대신 자체 포렌식 후 경찰에 임의 제출했기 때문에 적극적인 ‘인멸’ 행위로 보기 어렵단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타인’이라는 요건도 걸림돌이다. 만약 수사 과정에서 쿠팡과 전직 직원이 ‘공범’으로 묶이면 법적으로 ‘자기 사건’의 증거를 다룬 셈이 돼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한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는 “현재 쿠팡과 전직 직원이 ‘공범’으로 묶일 가능성이 있는데, 이 경우 ‘자기 사건’으로 흡수돼 원칙적으로 처벌이 안 된다”며 “공범이 아니라 하더라도 쿠팡의 행위를 타인 사건의 증거 인멸로 보기에는 법리적으로 애매한 대목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향후 수사에서 쿠팡이 전직 직원과 ‘공범’으로 묶일 경우 증거인멸죄는 피할 수 있어도, ‘조직적 공모’라는 더 큰 형사 책임을 져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형법 제137조) 역시 언론 발표만으로는 수사 기관을 직접 속였다는 ‘위계’를 인정하기 매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 중론이다. 발표 내용이 허위로 확정되지 않았고, 수사 기관을 직접 기망했다는 행위 입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번 쿠팡 행보가 ‘악수’라고 입을 모은다. 수사 중 핵심 증거인 노트북을 경찰에 먼저 넘겼어야 타당하며, 이를 먼저 분석하고 발표한 것은 사법 시스템에 대한 불신과 의심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한 현직 판사는 “정말로 기업이 결백을 증명하고 싶었다면 증거물 확보 즉시 수사 기관에 공동 조사를 제안하거나 봉인된 상태로 임의 제출하는 것이 사법적 상식”이라며 “수사 기관이 손을 대기 전에 사설 업체를 통해 데이터를 여러 번 열람하고 추출했다면 데이터 무결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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