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HEV 확대로 캐즘 돌파…EV 투자 분산은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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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HEV 확대로 캐즘 돌파…EV 투자 분산은 ‘딜레마’

투데이신문 2025-12-26 11:24:0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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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호세 무뇨스 대표이사 사장이 ‘2025 현대차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 호세 무뇨스 대표이사 사장이 ‘2025 현대차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HEV)를 함께 확대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HEV로 단기 수익성을 확보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전동화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구상이다.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지만, 업계에서는 ‘병행 전략’이 전기차 기술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전기차 캐즘과 주요국 정책 변화에 대응해 HEV에 무게를 싣고 있다. 현대차는 현재 8종인 HEV를 2030년까지 18종으로 확대하고 독립 브랜드 제네시스도 내년 HEV를 출시할 계획이다. 기아도 현재 7종인 HEV 모델 라인업을 2030년까지 10종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전기차 축소 흐름에 ‘유연 대응’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를 생산하던 자국 공장을 폐쇄하거나 규모를 축소하기 시작했다. 폭스바겐그룹은 지난 20일 독일 드레스덴에 위치한 ‘폭스바겐 트랜스패런트’ 공장 가동을 완전히 멈췄다. 해당 공장은 소형 전기차를 생산하던 시설이었다. 

미국·일본 완성차 업체도 자국 전기차 공장을 닫고 있다. 미국 GM은 내년부터 디트로이트주의 전기차 공장을 2교대에서 1교대로 줄이고 근로자 1200명을 해고하기로 했다. 테네시주 스프링힐에 위치한 배터리 공장도 내년 초부터 약 반년간 운영을 중단할 방침이다.

‘완전 전기차 시대’를 선언했던 포드도 전기차 사업을 대폭 축소했다. 주력 전기차 모델 ‘F-150 라이트닝’ 모델의 생산 중단을 확정했고, 그동안 전기차에 투자한 195억달러(약 28조2770억원)를 전액 손실 처리하는 등 대대적인 사업 재편에 나섰다. 

일본의 닛산은 자국 공장 2곳을 2028년까지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내 전기차 생산을 준비하던 미시시피주 캔턴 공장에서도 전기차 대신 HEV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 닛산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전환이 늦어 업계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쟁 업체들이 주춤한 사이 현대차는 오히려 속도를 내고 있다. 일찌감치 HEV를 전동화의 ‘징검다리’로 삼아 전략을 정비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미국 내 HEV 생산의 거점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지난 9월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HEV를 확대하며 전기차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전기차 캐즘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미국과 EU의 전기차 속도 조절 정책이 나오는 상황에 대응한 것이다. 미국은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고 내연기관차 판매를 가로막던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전기차 전환을 강력하게 추진하던 EU도 2035년 내연기관차 퇴출 정책을 조건부 허용하며 한 발 물러섰다.

현대차의 ‘투트랙’ 전략은 글로벌 시장에서 유효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11월 미국에서 전년 대비 48.9% 증가한 3만6172대의 HEV를 판매하며 월간 기준 역대 최다 기록을 썼다. 유럽 시장에선 올해 1~10월 15만3161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3% 증가한 수치다. EU의 내연기관차 판매 규제 완화가 발표된 만큼 HEV에도 더 많은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9.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 아이오닉9.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투자 분산에 전기차 경쟁력 우려

현대차가 전기차·HEV 병행 전략으로 효과를 보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미국과 중국 기업에 전기차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기차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미국의 테슬라나 중국 기업보다 투자가 분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창업 초기부터 전기차에 집중했다.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의 가능성을 가늠할 시점에 이미 대량 생산 체계를 구축했고, 배터리 효율·소프트웨어·자율주행 등을 경쟁력으로 세계 전기차 시장을 주도했다.

BYD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은 내연기관을 건너뛰고 전기차에 역량을 모았다. 중국 정부의 정책 지원과 거대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기술을 축적했고,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도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반면 현대차는 전기차에만 역량을 집중할 수 없다. 수출 비중이 높은 만큼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기보다 변화를 따라가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전기차·HEV뿐 아니라 EREV(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FCEV(수소전기차) 등 미래를 주도할 차종을 다양하게 준비하며 대응하는 상황이다.

차종 확대는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도 불리할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은 규모의 경제가 뚜렷하게 작용하는 분야다. 테슬라는 적은 차종을 대량 생산해 높은 수익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도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여러 차종에 적용하며 비용 절감을 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병행 전략’이 글로벌 정세에 대응하기 위한 필연적 선택이지만, 전기차 개발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우려한다. 투자 여력이 분산되는 만큼 전기차에 집중하는 테슬라나 중국 기업과의 기술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덕대학교 이호근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는 내수보다 수출 비중이 훨씬 크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전기차·HEV·FCEV 등 가능성이 있는 모든 분야를 준비해야 하기에 전기차에 ‘올인’하는 테슬라·중국 업체보다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현대차는 수익성 성장과 미래차 선도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마주했다. 업계 전문가는 한 쪽으로 균형을 잃지 않도록 ‘선택과 집중’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테슬라나 중국 업체들에 전기차 주도권을 내주는 일은 없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술 격차가 벌어지지 않도록 균형 있는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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