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2025년 과학계가 꼽은 가장 결정적인 변화는 하나의 발견이 아니었다.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 저장 기술이 동시에 성숙 단계에 접어들며, 재생에너지가 더 이상 '대안'이 아닌 '주력'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는 이 같은 흐름을 '2025년 올해의 과학 성과(Breakthrough of the Year)'로 선정하며, 에너지 전환이 과학과 사회 전반을 관통하는 구조적 변화임을 분명히 했다.
◆ 재생에너지, 기술을 넘어 체제로
2025년을 전후해 재생에너지는 비용과 효율, 공급 안정성이라는 세 가지 장벽을 동시에 넘기 시작했다. 대규모 태양광과 풍력 설비의 발전 단가는 화석연료 발전을 꾸준히 밑돌았고, 고밀도 배터리와 장주기 에너지 저장 기술의 진전으로 간헐성 문제 역시 빠르게 완화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이 흐름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다. 중국은 2024년 한 해에만 원전 약 100기 규모에 해당하는 재생에너지 설비를 새로 증설하며 글로벌 에너지 전환의 속도를 끌어올렸다. 일부 국가에서는 신규 발전 설비의 대부분을 재생에너지가 차지하고 있으며, 전력망 설계 자체가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재편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사이언스는 이를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수십 년간 축적된 과학적 성과가 임계점을 넘어선 결과로 평가했다.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명분을 넘어, 경제성과 안정성 측면에서도 재생에너지가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 2025년, 과학의 여러 '간극'이 좁혀진 해
에너지 분야 외에도 2025년은 과학 전반에서 오랜 간극이 조정된 해였다. 물리학에서는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었던 뮤온의 이상 자기모멘트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격자 양자색역학 계산을 포함한 정밀 이론이 축적되면서, 표준 모형의 예측치와 실험치 사이의 차이가 상당 부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수수께끼가 완전히 해소됐다기보다, 계산의 정밀화가 해석의 방향을 바꿨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고인류학 분야에서는 중국 하얼빈에서 발견된 '용인'이라 불리는 호모 롱기(Homo longi) 두개골의 정체가 보다 또렷해졌다. 연구팀은 이 화석이 데니소바인과 동일하거나 매우 밀접한 집단에 속한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유전 정보로만 존재하던 데니소바인이 실제 형태를 갖춘 존재로 인식되기 시작한 셈이다.
◆ 실험실을 벗어난 생명과학
의학 분야에서는 맞춤형 유전자 교정 치료가 실제 환자 치료 단계로 진입했다. 특정 유전 질환의 원인이 되는 염기를 정밀하게 교정해 증상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사례가 이어지며, 희귀 질환 치료의 접근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이종이식 연구에서도 의미 있는 진전이 나왔다. 면역 거부 반응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교정한 돼지의 신장이 인체 내에서 9개월 이상 정상 작동한 사례가 보고되며, 장기 부족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현실적인 단계로 끌어올렸다.
생물학 연구에서는 암세포가 신경세포로부터 미토콘드리아를 전달받아 에너지를 보충하고 전이를 촉진한다는 메커니즘이 규명됐다. 암을 고립된 종양이 아니라, 주변 세포와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존재로 바라봐야 한다는 인식을 강화한 성과다.
◆ 우주를 '시간까지 포함해' 바라보다
천문학 분야에서는 베라 루빈 천문대가 본격적인 관측을 앞두고 있다. 이 망원경은 하늘 전체를 반복적으로 촬영해, 우주의 변화를 시간 축까지 포함한 3차원 지도로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의 분포를 추적하는 데 핵심적인 자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5년의 과학 성과들은 단일한 발견의 나열이 아니다. 에너지 전환을 축으로, 생명과 우주를 이해하는 인간의 시선이 동시에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사이언스가 올해의 성과로 재생에너지의 부상을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25년은 과학이 실험실을 넘어, 우리 사회의 선택지와 구조를 실제로 바꾸기 시작한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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