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련의 Artist Life_Story #71] 선물처럼 머문 시간, 12월의 호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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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련의 Artist Life_Story #71] 선물처럼 머문 시간, 12월의 호수에서

문화매거진 2025-12-26 11:21:0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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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매거진=정혜련 작가] 12월의 문화실험공간 호수는 유난히 조용하고 따뜻했다. 연말이라는 시간의 결이 공간 안에 천천히 스며들어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3D펜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선들이 자연스럽게 하나의 풍경이 되었다.

이번 12월, 나는 문화실험공간 호수에서 두 번의 크리스마스 수업을 마쳤다. 크리스마스 트리 만들기와 선물상자 만들기. 단순한 만들기 수업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안에는 내가 오랫동안 작품 속에서 이야기해 온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아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었다.

▲ 수강생 작품 / 사진: 정혜련 제공
▲ 수강생 작품 / 사진: 정혜련 제공


첫 번째 시간, 아이들과 함께 만든 것은 크리스마스 트리였다. 트리의 형태와 색감이 왜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지 이야기하며 초록은 쉼과 생명을, 반짝이는 장식은 각자의 소망과 기억을 닮아 있다는 이야기를 건넸다.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속도로, 다른 방식으로 트리를 쌓아 올렸다. 삐뚤빼뚤한 선도 있었고, 생각보다 단단한 구조도 있었다. 그 모습들을 보며 문득 ‘잘 만든 트리’보다 ‘자기 마음이 담긴 트리’가 훨씬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해를 지나온 아이들 각자의 시간이 그 작은 입체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 수업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 수업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두 번째 시간은 선물상자였다. ‘Present is present’라는 말처럼 아이들에게 선물상자는 물건을 담는 상자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마음’을 담는 그릇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누구에게 주고 싶은지, 혹은 자기 자신에게 주고 싶은 선물은 무엇인지 천천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어떤 아이는 가족을 떠올렸고, 어떤 아이는 친구를, 또 어떤 아이는 “나 자신에게 주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 말이 유난히 오래 마음에 남았다. 어쩌면 크리스마스는 누군가를 위로하는 날이기 전에 스스로를 다독이는 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수강생 작품 모음 / 사진: 정혜련 제공
▲ 수강생 작품 모음 / 사진: 정혜련 제공


수업을 진행하며 다시 한번 느꼈다. 내가 작품 속에서 이야기해 온 크리스마스는 화려한 장식이나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한 해 동안 애쓴 나와 서로를 조용히 위로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아이들과의 수업에서도 그 마음은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서툴러도 괜찮다는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속도로 손을 움직였고, 나는 그 과정을 지켜보며 함께 숨을 고를 수 있었다. 

문화실험공간 호수라는 이름처럼 이곳은 언제나 ‘실험’이 허락되는 공간이다. 결과보다 과정이, 속도보다 마음이 먼저인 공간. 12월의 호수에서 보낸 이 두 번의 수업은 나에게도 작은 쉼이자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바쁜 연말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아이들과 함께 ‘지금 이 순간’을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업 중 아이들이 만든 트리와 선물상자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작은 작업이 아이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지 않더라도 괜찮다고. 다만 언젠가 연말이 되었을 때, 누군가를 떠올리며 마음이 조금 따뜻해지는 순간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크리스마스는 그렇게, 조용히 마음을 건네는 선물처럼 다가오는 것이라는 것을, 이번 12월의 호수에서 또 한번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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