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부엌 창을 두드리기 시작하면 집밥 풍경도 달라진다. 국을 자주 끓이고, 조림과 볶음이 식탁에 오르는 횟수도 늘어난다.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조미료가 간장이다. 검은빛 액체가 담긴 병은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이름은 제각각이다. 국간장, 양조간장, 진간장, 혼합간장. 여기에 산분해간장이라는 낯선 단어도 따라붙는다. 같은 간장이라 불리지만, 만들어지는 방식은 서로 다르다.
마트 진열대에 놓인 간장은 겉모습만으로는 구분이 쉽지 않다. 병 앞면에는 진간장, 양조간장이라는 이름이 크게 적혀 있지만, 뒷면에는 식품 유형과 제조 방식, 혼합 비율이 작은 글씨로 이어진다. 지금부터 간장 이름에 따라 갈리는 제조 방식과 쓰임새를 차례로 살펴본다.
콩 단백질을 어떻게 쪼갰느냐의 차이
간장은 콩 속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성격이 갈린다. 국간장은 가장 오래된 방식이다. 삶은 콩으로 메주를 만들고 자연 발효를 거친다. 항아리 속에서 시간을 보내며 간장과 된장을 함께 얻는다. 색은 맑고 짠맛이 뚜렷하다. 국과 나물처럼 재료 맛이 중요한 요리에 쓰인다.
양조간장은 콩에 밀이나 보리를 더해 누룩 균으로 발효하며, 메주 방식보다 발효 속도가 빠르다. 색이 짙고 단맛이 도는 편이다. 향이 살아 있어 무침이나 찍어 먹는 용도로 쓰인다.
산분해간장은 전혀 다른 방식이다. 콩이나 밀 단백질에 염산을 넣고 고온에서 끓여 단백질을 빠르게 분해한다. 짧은 시간 안에 대량 생산이 가능하며, 이후 중화와 숙성 과정을 거친다. 가격이 낮아 업소용이나 가공식품에 주로 쓰여 왔다. 시중에 판매되는 진간장 상당수는 혼합간장이다.
제조 방식이 갈라놓은 간장의 경계
간장 종류가 갈라진 배경은 제조 방식에서 비롯된다. 과거 국간장은 조선간장, 양조간장은 왜간장이라 불렸고, 이름은 사라졌지만 차이는 남아 있다. 국간장은 단백질 중심 발효로 단맛이 거의 없고 국물 요리에 어울린다.
양조간장은 밀과 보리를 함께 발효해 당분이 생기며 향이 살아 있다. 제조 방식이 다른 간장을 하나의 이름으로 묶어도 되는지를 두고 의견은 엇갈린다. 다만 분명한 점은 병 앞면보다 뒷면 표기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간장처럼 보여도, 안에 담긴 과정은 서로 다를 수 있다.
병 뒤에 적힌 표기가 말해주는 차이
혼합간장은 제품 뒷면의 식품 유형 표시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혼합간장으로 표기돼 있고, 그 아래에 양조간장과 산분해간장의 비율이 적혀 있다. 현행 기준상 산분해간장이 소량만 들어가도 혼합간장으로 분류된다. 같은 진간장이라도 맛과 쓰임새가 달라지는 이유다.
국제암연구소는 산분해 과정에서 생성될 수 있는 특정 물질을 2B군으로 분류했고, 국내에서도 1990년대부터 기준 조정과 관리 강화가 반복됐다. 업계는 관리 범위 안에 있다고 설명하지만, 소비자 쪽에서는 같은 간장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점을 문제 삼는다.
Copyright ⓒ 위키푸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