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대상 '쿠팡'이 '유출자'에게 장비 회수..."유출 3000건 뿐" 주장
과기부, "조사 중인에 일방 발표"...경찰 "분석중, 확인되지 않았다"
피해자 측 "책임 축소를 염두에 둔 소송 전략"...증거보전 필요
[포인트경제] 쿠팡이 정부의 공식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자체 조사 결과를 전격 발표하면서, 사태의 초점이 개인정보 유출 여부를 넘어 플랫폼 기업의 책임성과 신뢰 관리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범정부 차원의 대응 수위는 격상됐고, 피해자와 소비자들의 불신 역시 한층 깊어지는 양상이다.
미국기업 쿠팡이 국내 집단소송 이어 미국에서도 징벌적 손해배상 예고됐다 / 사진=뉴시스,프리픽 ⓒ포인트경제CG
쿠팡은 지난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고객 개인정보를 유출한 전직 직원을 특정했으며, 해당 인물이 정보 탈취에 사용한 노트북과 저장장치 등 모든 장비를 회수했다고 밝혔다. 포렌식 분석 결과를 근거로 “유출자는 3300만 명의 고객 계정에 접근할 수 있었지만, 실제로 저장한 정보는 약 3000개 계정에 국한됐다”며 “해당 정보는 외부로 전송되지 않았고 현재 모두 삭제됐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표 직후 정부 당국은 즉각 제동을 걸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해당 자료는 민관합동조사단의 확인이 필요한 사항”이라며 “조사 중인 사안을 기업이 일방적으로 공표한 데 대해 쿠팡 측에 강력히 항의했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 역시 21일 쿠팡으로부터 진술서와 노트북 등을 임의 제출받아 분석 중이라는 입장을 내놓으며, 쿠팡의 발표를 사실상 ‘확정되지 않은 주장’으로 선을 그었다.
정부 대응 체계도 격상했다. 26일 대통령실 주재로 열린 ‘플랫폼 기업 개인정보 유출 및 소비자 보호 관계부처 대책회의’에는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을 비롯해 공정거래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 수장이 총출동했다. 정부는 기존 과기정통부 제2차관이 이끌던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부총리 주재 체제로 확대하고, 플랫폼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제도 개선까지 병행하기로 했다.
쿠팡 유출사고 자체 조사 공지 / 쿠팡 홈페이지 캡쳐
그러나 쿠팡은 같은 날 자사 홈페이지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자체 조사 결과를 공지 형태로 그대로 게시했다. 공식 수사·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 기업이 선제적으로 결론을 제시한 셈이다. 이를 두고 정부와의 인식 차는 물론, 절차적 정당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소비자와 피해자 측의 반발도 거세다. 쿠팡의 셀프 조사 발표 직후,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2만749명을 대리한 법률사무소 호인의 김경호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증거보전 신청서를 제출했다. 서버 접속 로그와 네트워크 트래픽 기록, 전직 직원 조사 자료, 유출에 사용됐다고 주장되는 노트북과 저장매체 등 핵심 증거의 제출과 보전을 요구한 것이다.
피해자 측은 신청서에서 “개인정보보호법상 손해배상 책임에서 고의·과실이 없음을 입증할 책임은 전적으로 기업에 있다”며 “쿠팡이 제3의 객관적 검증 이전에 자체 분석 결과를 공표한 것은 책임 축소를 염두에 둔 소송 전략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서버 로그와 트래픽 데이터처럼 시간이 지나면 삭제·덮어쓰기 위험이 큰 자료들이 모두 쿠팡의 통제 하에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법원이 증거보전을 인용할 경우 쿠팡의 자체 조사 결과는 사법적 검증대에 오르게 되고, 기각되더라도 플랫폼 기업의 개인정보 관리와 위기 대응을 둘러싼 제도적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대형 플랫폼에서 개인정보 사고 자체를 완전히 막기는 어렵지만, 사고 이후의 대응은 기업 신뢰를 좌우한다”며 “수사 대상이 스스로 결론을 발표하는 방식은 오히려 논란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경찰이나 조사단 발표가 아닌 기업 발표만으로는 소비자 불안을 잠재우기 어렵다”며 “투명한 자료 공개 없이는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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