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니어들에게 핫한 이야기는 파크골프다. 파크골프는 ‘Park(공원)’와 ‘Golf(골프)’의 합성어이다. 가볍게 공원 등에서도 즐길 수 있어 인기다. 골프가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추고 멀리까지 나가야 하지만, 파크골프는 클럽 한 개와 공 하나만으로도 플레이할 수 있다. 비용도 저렴하고 배우기도 쉽다.
파크골프가 인기를 끌자 각 지자체에서 앞다투어 파크골프장을 만들고 있다. 개천이나 공원 등 소규모 녹지공간에 만들어서 공간적 제약도 없고 접근성도 우수하다. 파크골프가 이렇게 인기를 끌다 보니 도심에서는 경쟁이 치열하다. 그래서 동호회 등 단체에서는 버스를 대절하여 지방으로 원정을 가기도 한다.
때마침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재건축하게 되어 집을 비워줘야 했다. 새집으로 들어가려면 적어도 5년은 걸려야 한다. 은퇴자에게 5년의 시기는 황금 같은 시기다. 기왕에 집을 비워야 한다면 공기 좋고 경치 좋은 곳을 찾아야 한다.
여기저기 알아보던 중 찾던 곳이 나와 계약했다. 가천대역 근처에 산을 끼고 있는 아파트다. 지은 지 7년 되었으니 새 아파트다. 더구나 영장산을 끼고 있어 거실에서는 영장산 자락이 앞마당처럼 펼쳐져 있다.
공원에는 파크골프장, 게이트볼장, 배드민턴장이 있다. 파크골프장은 집에서 5분 거리다. 봄이 되면 파크골프장 둘레로 영산홍이 붉게 피고 영장산자락을 따라 벚꽃 터널이 이어져 천국이 따로 없다고 한다. 아침 눈을 뜨면 거실에서는 붉은 태양이 솟아오른다. 멀리 남한산성 위로 떠오르는 일출이다.
청주 사는 아내 친구 부부들이 파크골프에 빠져 카톡으로 사진을 연신 올리며 아내에게도 배울 것을 권유한다. 우리도 앞으로 파크골프를 하면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보려 한다. 다른 환경도 좋지만, 파크골프장이 집 가까이 있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봄에는 청주로 원정도 가 볼 셈이다.
은퇴자의 삶이란 죽을 때까지 돈을 벌려고 애쓰는 것만이 아니다.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좋은 것을 보고 즐기며, 맛집도 찾아 맛있는 것도 먹으며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이사 후 정리가 되니 안정이 되었다. 더 미룰 것도 없이 파크골프 회원으로 가입하고 골프채를 주문했다. 값도 20만 원부터 몇백만 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요즘은 골프채도 싸지고 질도 좋아졌다. 너무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적당한 것으로 두 개를 주문했다. 비싼 외국산도 많지만, 국산으로 선택했다. 애국자는 아니라도 이것 하나라도 국산을 사주는 것이 애국이 아닌가 싶다. 골프채가 문제가 아니라 골프는 골프채 헤드에 정확히 공을 맞히는 것이 중요하다. 정확한 스윙 자세에 적당한 힘과 스피드가 필수다.
골프에 비해 파크골프는 여러 면에서 좋은 점이 있다. 직장을 나온 은퇴자들에게 적합한 운동이 아닌가 싶다. 골프는 좋긴 하지만 비용이 너무 비싸다. 필드 한 번 나가는데 적어도 20만~30만원은 기본이다. 하지만 파크골프는 기본적인 경비 외에 특별히 들어갈 게 없다. 지자체에서 대부분 운영해서 비용도 1만~3만원이면 충분하다.
골프장은 먼 데 있으니 하루 날 잡아서 가야 하고 오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파크골프장은 공원이나 공지천 등에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다. 장비도 골프는 여러 가지 종류의 채가 있어야 하고 값도 고가이지만, 파크골프 채는 단 하나면 된다.
또한 골프는 사교에 좋다지만 함께 라운딩하는 인원이 4명이라 그렇게 사교에 큰 장점이 되지 못한다. 하지만 파크골프는 가까운 지역 사람들이 많아 어울리기에도 좋다. 골프는 공을 띄워야 해서 허리를 다치기도 하지만 파크골프는 공을 대부분 굴리기 때문에 크게 다칠 일도 없다.
골프를 잘하진 못해도 남들은 한 번도 하기 힘들다는 홀인원을 두 번씩이나 했으니 더 이상 미련도 없다. 골프 한 번 나갈 때마다 쓰는 비용을 파크골프장에 가서 쓴다면 “돈도 쓸 줄 알고, 사람도 좋다”는 말을 듣는다고 한 친구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이사를 하면서 다행히 이러한 좋은 시설까지 있으니 기대가 된다. 회원 등록도 하고 하루 나가보니 거의가 집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라서 친절하게 맞아 주었다. 원정도 가고 일 년에 몇 번씩 시에서 주관하는 파크골프 대회도 있다고 하니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
나의 5년은 내 남은 인생의 가장 왕성할 때 아닌가. 그러고 보니 이곳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남다르고 의미 있어 보인다. 그야말로 내가 건강할 때 가장 즐겁고 보람 있게 보낼 수 있는 황금 같은 시기가 틀림없다. 이렇게 나는 은퇴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또 한 가지 방법을 찾았다. 나의 5년은 하루가 소중하다.
여성경제신문 박종섭 은퇴생활 칼럼니스트 jsp10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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