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패권 전쟁이 심화하며 글로벌 혁신기업 육성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내 산업 혁신 동력을 책임지는 중견·중소·스타트업·벤처기업은 한국 산업의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요한 요소다. 불확실성이 팽배한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국내 산업 혁신 지표를 형성하고 경제 역동성 엔진 역할을 하는 국내 기업들의 성장 과정과 리스크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 한스경제=김종효 기자 | 생성형 AI 생태계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업으로 진화 중인 맥케이(MCCAAi)는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한 영상 제작 솔루션 '모아이(MOAI)'와 광고 합성 엔진 '리로드(reloAD)'를 글로벌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그 기술적 성과를 입증했다.
맥케이의 성장을 지탱하는 핵심 동력은 '자율성에 기반한 엘리트 연구 문화'다. 전 직원 상당수가 박사급 인력으로 구성된 조직적 특성상 맥케이는 여타 스타트업과는 다른 학구적이고 진지한 분위기를 띠고 있다. 최재호 대표의 경영철학은 ‘기술은 인간의 가치관과 철학이 담겼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명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는 효율성 추구뿐 아니라 AI가 생성하는 콘텐츠가 사회에 미칠 영향력을 고려하는 책임감 있는 개발 문화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직원들은 정기적인 내부 기술 세미나를 통해 글로벌 최신 논문을 공유하고 이를 모아이 솔루션에 즉각 반영하는 기동성을 발휘한다. 하지만 이런 '기술 최우선주의'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연구 중심 조직 문화가 상업적 기민함이나 영업 조직과의 소통에서 때때로 불협화음을 낸다는 내부 평가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맥케이는 최근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마케팅 및 비즈니스 개발(BD) 부문을 강화하며 연구소 모델에서 기업 모델로의 완벽한 전환을 꾀하고 있다.
맥케이는 글로벌에서 입증된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 '청신호'를 켜고 있지만 그 앞에 놓인 법적 리스크와 운영 효율성 문제는 맥케이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맥케이의 2025년 실적은 생성형 AI 시장의 폭발적인 수요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2025년 3분기 기준 맥케이의 누적 매출액은 약 58억원을 기록했으며 연간 예상 매출액은 115억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00% 이상 성장한 수치다. AI PPL 솔루션인 ‘리로드’의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과 ‘모아이’ 솔루션의 대기업 설치형 모델 공급이 실적 견인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매출의 외형적 성장 뒤에 숨은 비용 리스크는 간과할 수 없다. 생성형 AI 영상 제작은 텍스트나 이미지 생성에 비해 수십 배 이상의 컴퓨팅 자원을 소모한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GPU 서버 임대료 및 유지보수 비용은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핵심 요인이다. 맥케이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온디바이스 최적화 기술과 고효율 추론 알고리즘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나 글로벌 인프라 비용 상승의 파고를 완전히 피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맥케이의 향후 목표는 영상 생성 도구를 제공하는 기업을 넘어 전 세계 미디어 자산을 AI로 관리하고 변환하는 ‘콘텐츠 인프라 기업’이 되는 것이다. 2026년에는 AI가 사용자 취향에 맞춰 광고 영상을 즉시 생성하는 ‘초개인화 광고 기술’과 광고 성과를 측정해 최적의 위치에 PPL을 자동 제안하는 ‘에이전틱 커머스’ 기능을 ‘모아이’에 통합할 계획이다.
또한 맥케이는 고가의 GPU 서버 없이도 CCTV, 키오스크, 개인용 태블릿 등에서 생성형 AI가 작동할 수 있도록 모델을 경량화하는 피지컬 AI 및 온디바이스 최적화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전력 소모와 하드웨어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 ‘모아이’ 솔루션의 대중화를 이끌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생성형 AI 광고 시장은 2029년까지 연평균 24.4%씩 성장해 81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가운데 맥케이가 현재의 기술적 우위를 상업적 시장 지배력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다면 한국형 AI 기업 중 가장 먼저 글로벌 유니콘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글로벌 빅테크와의 자본 전쟁이다. 수백조원을 투자하는 미국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나 중국의 ‘AI+ 이니셔티브’에 대응하기에는 스타트업인 맥케이의 자본 규모가 부족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맥케이는 범용 모델이 아닌 ‘상업 광고 및 보안’이라는 특정 도메인에 특화된 수직적 AI(Vertical AI) 전략을 더욱 정교화해야 한다.
기술 오용에 따른 윤리적 리스크도 주의해야 한다. 정교한 영상 합성 기술인 ‘모아이’는 자칫 딥페이크나 허위 정보 생성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 방통위 등 규제 당국이 허위조작정보 대응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맥케이는 자사 솔루션에 강력한 워터마크 삽입과 위변조 감지 기술을 내재화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업계는 맥케이가 직면한 가장 큰 외부 리스크로 ‘AI 저작권법’의 정립을 꼽는다. 정부는 올해 인공지능-저작권 제도개선 협의체를 통해 AI 학습 데이터의 적법 처리 근거를 마련하고 AI 생성물에 대한 표시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AI가 생성한 영상의 저작권 인정 여부는 여전히 논쟁의 중심에 있으며 법원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이 창의적으로 개입된 경우’에만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모아이’ 솔루션을 사용하는 광고주나 콘텐츠 제작사 입장에서는 AI가 만든 영상이 저작권법 보호를 받지 못할 경우 이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데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또한 모바일 앱이나 SNS 플랫폼에서 AI 생성 영상 출처 표시가 강제될 경우 광고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미국 뉴욕대학교 등 연구진에 따르면 광고에 ‘AI 생성’ 등 문구를 표시할 경우 클릭률은 사람이 만든 광고 대비 31.5% 감소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AI 생성 의심 광고 60여건에 대해 접속 차단 조치를 내렸으며 유튜브는 조회수 10억뷰를 넘겼음에도 AI로 만든 사실을 숨겼다는 이유로 AI 제작 영화 예고편 게시 채널을 아예 폐쇄했다.
맥케이는 이같은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AI가 생성한 결과물에 인간 제작자가 세부 수정(Inpainting, Masking)을 가했다는 과정을 기록하는 시스템을 솔루션 내에 탑재하는 등 선제적인 법적 방어 기제를 구축하고 있으나 글로벌 규제 환경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큰 변수다.
맥케이의 여정은 이제 막 제2막에 접어들었다. 기술적 완성도는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으나 규제와 비용, 글로벌 경쟁이라는 파도를 넘어서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박사급 인재들의 지성과 최재호 대표의 경영 철학이 현실의 벽을 뚫고 한국 생성형 AI의 미래를 열 수 있을지 전 세계 미디어 업계가 지켜보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맥케이는 기술력 면에서 이미 글로벌 챔피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나 내년부터 본격화될 전 세계적 규제 환경 변화는 피할 수 없는 도전”이라며 “생성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저작권 이슈를 기술적으로 해결하고 컴퓨팅 비용을 극단적으로 낮추는 '수익 중심의 기술 최적화'가 향후 2년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기업이 지닌 원천 기술의 가치를 법적 안전지대 안에서 상업적 매출로 연결하는 경영 전략의 묘미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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