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성착취물이 올라간 웹사이트 전체를 차단할 수 있도록 방송통신미디어심의위원회(방미심위) 규정을 바꾸라고 지시한 가운데, 실제로 접속 차단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방미심위 심의위원 구성이 먼저라는 여성계 비판이 나왔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등 30개 단체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접속 차단을 심의할 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실제로 접속 차단을 할 수 있겠느냐"며 정부와 국회에 신속한 심의위원 구성을 촉구했다.
이태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는 "방미통위는 불법촬영물이 유포된 플랫폼에 삭제, 접속 차단 등의 시정 요구를 내릴 수 있고 불응 시 시정 명령 및 처벌이 가능해 디지털성폭력 삭제 지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라며 "그런 방미심위가 지난 6월 심의를 멈춰 10월 말 기준 디지털성폭력 심의 1만 4000건이 계류 중에 있다. 기능 공백에 따른 정부 차원의 대처는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활동가는 "최근 방미심위 홈페이지를 보니 여전히 신고 후 24시간 내 조치를 취한다고 안내돼 있다. 이는 피해자를 향한 기망"이라며 "국회와 이재명 정부는 방미심위 심의위원을 즉각 구성하고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했다.
구구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도 "방미심위 위원은 대통령 및 국회의장과 각 교섭단체 대표, 국회 과방위 등에서 추천한 사람을 위촉하게 되어 있지만 지난 10월 방미심위 출범 이후 정부와 국회는 현재까지 위원장과 심의위원을 단 한 명도 선임하지 않았다"며 "1만4000여 건에 달하는 실정을 알면서도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방미심위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국가는 디지털성폭력 앞에서 스스로 책임을 포기했음을 선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라며 정부와 국회에 심의위원을 당장 임명할 것을 주문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는 정부와 여당이 반대 의견이 많은 '허위조작정보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신속히 통과시키려 하면서 디지털성폭력 피해자들의 피해 구제는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 활동가는 "대통령은 방미심위에 지시를 내리면서도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본인의 일은 하지 않고 있고, 국회 또한 심의위원 위촉은 하지 않으면서 위헌 가능성이 높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처리는 열을 올리고 있다"라며 "결국 권력자들은 디지털성범죄와 피해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권력자들은 늘 권한만 이야기하고 책임은 뒷전이다. 방미심위 업무 공백 사태 또한 다르지 않다"라며 "언제까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소수자들을 위한 입법은 '나중에'라고 이야기하는지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7일 54만 회원이 가입한 불법 성인사이트 'AVxxx'에서 60만 건에 달하는 디지털성폭력 게시물이 유포되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론화됐다. 해당 사이트 운영자가 불법촬영물, 아동청소년성착취물 등을 유포해 벌어들인 수익은 최소 40억 원으로 추산된다.
공론화 뒤 지난 19일 이재명 대통령은 성평등가족부 업무보고를 듣고 "1%의 불법촬영물이 있더라도 차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미심위에 성착취물이 게시된 웹사이트 전체를 차단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꿀 것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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