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와 싸우고,IBK은행과 싸우고"·· ·이재현 회장의 CJ '좌충우돌 소송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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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와 싸우고,IBK은행과 싸우고"·· ·이재현 회장의 CJ '좌충우돌 소송전'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5-12-26 06: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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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 삽화=최로엡 AI화백
패러디 삽화=최로엡 AI화백

 이재현(65) 회장이 이끄는 CJ 그룹이 문화 산업의 영토 확장을 위해 쌓아 올린 야심 찬 청사진이 법정이라는 차가운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의 거대한 벌판에 세워질 예정이었던 세계 최대 규모의 K-팝 전용 공연장 'K-컬처밸리'는 현재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채 멈춰 섰다. 이는 단순한 건설 중단이 아니라, 민간 자본과 공공 행정이 결합한 거대 프로젝트가 어떻게 법적 공방의 소용돌이로 빠져드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CJ ENM과 그 자회사 CJ라이브시티가 경기도를 상대로 제기한 5,161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및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은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의 미래를 담보로 한 거대한 도박과도 같다. 동시에 CJ CGV는 인천 연수역점의 폐점을 둘러싸고 220억 원대의 임대차 분쟁에 휘말려 있다. 이 두 사건은 최근 CJ그룹의 좌충우돌 소송전의 불투명성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공공과 민간 사업 협력의 신뢰가 무너지는 법적 풍경

K-컬처밸리 사업의 좌초는 공공과 민간의 협력이라는 이상적인 구호가 현실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행정의 비효율성 앞에서 얼마나 무력해질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2016년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총사업비 1조 8,0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경기 북부 최대의 개발 사업이었다. 그러나 8년이 지난 지금, 경기도가 확인한 공정률은 고작 3%에 불과하다. 경기도는 이를 근거로 시행사인 CJ라이브시티의 사업 추진 의지 부족을 탓하며 지난해 6월 기본협약 해제를 통보했다. 이에 대해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경기도의회 본회의에서 "협약 종료 전 이틀 안에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지체상금을 감면해 줄 경우 배임과 특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해제가 불가피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하지만 CJ ENM 측의 시각은 완전히 다르다. 이들은 8년이라는 긴 시간 중 무려 50개월이 넘는 기간이 각종 인허가 절차에 묶여 있었다고 항변한다. 특히 경기도와 경기주택도시공사가 계약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인허가권은 고양시가 쥐고 있는 이원화된 행정 구조가 사업의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이다.

 CJ 측 변호인단은 법정에서 경기도가 사업의 성공을 위한 협력 의무를 저버렸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이 청구한 5,161억 원의 소송가액은 경기도가 부과한 3,144억 원 규모의 지체상금과 위약금에 대한 방어적 성격뿐만 아니라, 행정 지연으로 입은 실질적 손해 1,814억 원 등을 포함한 공격적 성격을 동시에 띠고 있다.

사업을 가로막은 결정적인 장애물 중 하나는 전력 공급 문제였다.

한국전력공사는 2019년 당시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냈으나, 2023년에 이르러 경기 북부의 데이터 센터 급증 등을 이유로 2028년 말에나 변전소 신설이 가능하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대규모 아레나와 테마파크를 가동해야 하는 사업자 입장에서 이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였다.

 또한 사업 부지를 관통하는 한류천의 수질 문제 역시 갈등의 핵심이다. 고양시의회 손동숙 의원은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2급수 수준의 하천을 만들든지, 아니면 복개를 통한 구조적 개선을 하든지 이제는 선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고양시 측은 2015년 5급수였던 수질을 3급수로 개선한 것이 최선이라며, 2급수 달성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태도를 보였다. CJ 측은 이러한 인프라 구축의 실패가 전적으로 공공 부문의 책임이며, 이를 시행사의 귀책 사유로 돌려 지체상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맞서고 있다.

상가임대차법이 던진 새로운 시장의 딜레마

 CJ그룹의 K-컬처밸리 소송이 거대한 담론을 다룬다면, CJ CGV와 IBK기업은행 간의 220억 원대 임대차 분쟁은 우리 사회의 계약 정의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발단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마련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1조의2'였다. 이 조항은 감염병 예방 조치로 인해 3개월 이상 영업 제한을 받아 경제 사정이 급변한 경우, 임차인이 폐업과 함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법정 해지권을 부여한다. CJ CGV는 지난 2월 인천 연수역점의 폐점을 결정하며 이 권리를 행사했다. 영화관 산업이 OTT 서비스의 확산이라는 구조적 변화와 팬데믹의 타격을 동시에 입어 더는 영업을 지속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임대인인 IBK기업은행 측은 이 조항이 영세 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이지, 대형 멀티플렉스 체인을 거느린 대기업에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반박한다. 처음에는 9억 7,700만 원 규모의 미납 임대료 청구로 시작된 이 소송은, 이제 계약 해지 자체는 인정하되 잔여 기간 전체의 임대료를 손해배상으로 청구하는 220억 원 규모의 대형 분쟁으로 번졌다. 이는 CJ CGV 자기자본의 3.67%에 달하는 금액이다. 임대인 측은 "CJ CGV가 무리하게 점포를 확장하다가 매출이 떨어지자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했다"며 법원에 5개 은행 계좌의 가압류를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일부 받아들였다.

이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민사33부의 판단은 향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지형을 바꿀 이정표가 될 것이다.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법이 보장한 해지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야 하는가, 아니면 계약의 신뢰성을 지키기 위해 산업 구조적 침체의 리스크를 임차인이 온전히 짊어져야 하는가의 대결이다.

 CJ CGV 관계자는 "법정 해지권 행사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으며, 원고 측의 손해배상 청구는 과도하다"고 밝히며 법정에서의 정면 승부를 예고했다. 이는 단순히 한 영화관의 폐점 문제를 넘어,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변화된 경제 환경을 사법부가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대한 시험대다.

재무적 관점에서 볼 때, CJ 그룹의 이번 소송전은 뼈아픈 매몰 비용의 확인 과정이다. CJ ENM은 이미 K-컬처밸리 사업에 약 7,000억 원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토지 매입비 2,700억 원과 건설 중 자산 2,663억 원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만약 소송에서 패소하여 수천억 원의 지체상금까지 현실화된다면, 그 타격은 가늠하기 어렵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2025년 하반기 정기 평가에서 CJ ENM과 CJ CGV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등급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이 모든 분쟁의 끝은 사법부의 몫으로 남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3부의 김동빈 부장판사는 공공 개발 사업에서 주무관청의 협력 의무가 어디까지인지를 규정해야 하며, 민사33부의 최종진 부장판사는 상가임대차법의 혜택이 대기업이라는 거인에게도 허용될 수 있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법정의 변론기일이 아직 지정되지 않았거나 2026년으로 예정된 만큼, CJ 그룹은 수년간 법적 불확실성이라는 짙은 안개 속을 걸어야 할 것이다. K-콘텐츠의 화려한 성공 뒤에 가려진 인프라 구축의 좌절과 계약의 해체는, 한국 경제가 선진국형 법치주의와 행정 시스템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높은 고개다. 앙상한 뼈대만 남은 아레나 부지는 그 거대한 소송의 시작을 알리는 고요한 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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