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국보다 39.5% 비싼 생리대…“너무 비싸서 하나로 버텨요”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성평등가족부 업무보고에서 “우리나라 생리대가 엄청 비싸다. 평균적으로 다른 나라보다 39%가량 비싸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깔창으로 버텼다는 ‘깔창 생리대’ 논란도 언급하며 가격 공정성 문제를 들여다보라고 지시했다.
이는 앞서 지난 2023년 시민단체 여성환경연대가 낸 ‘일회용 생리대 가격 및 광고 모니터링’ 보고서를 인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조사에 따르면 국내 생리대 1개당 평균 가격은 일본·영국·미국·독일 등 11개국 제품보다 39.6% 비싼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국내 생리대 가격은 해외 제품에 비해 비쌀 뿐 아니라 국내 일반 공업제품과 비교해 가격도 더 빠르게 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생리대 소비자물가지수는 120.61로 5년 전 3분기(100.3)에 비해 20.3%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공업제품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17.0%)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서정희 여성환경연대 활동가는 “(여러 물가 통계를 보면) 동일한 상품 가격을 비교할 순 없지만 생리대의 가격 변화 추이를 본다면 이전보다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생리대 가격 상승은 취약계층에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대학생 A씨는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서 1개로 버틴 적도 있다”며 “최소 5~6개는 필요한 날도 있다”고 했다. 생계가 어려운 가정의 청소년은 사정이 더 열악했다. 서울 관악구의 한 아동센터 관계자는 “(아이들이) 생리대가 너무 비싸다는 얘기를 한다”며 “아르바이트로 돈을 버는데 생리대 구매 비중이 너무 큰 상황”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온라인상에서도 ‘생리대가 너무 비싸다’는 글이 다수 게재되기도 했다.
|
◇생리대 지원책 있어도 ‘사각지대’ 여전
앞서 2016년 ‘깔창 생리대’가 국민적 논란이 된 이후 정부는 각종 바우처 제도를 만들었다. 정부는 현재 수급자나 차상위계층·한부모가족 중 9~24세 여성을 대상으로 월 1만 4000원의 생리용품 바우처를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용품을 아껴써야 할 정도로 지원이 넉넉하지 않고 사각지대도 있다.
여성환경연대가 지난해 진행한 설문에서 청소년 B양은 “가정폭력으로 독립했더니 더이상 차상위계층이나 한부모가정으로 인정받지 못해 생리용품 바우처 지원이 끊겼다”고 토로했다.
더욱이 생리대를 지원토록 하는 법이 있어도 집행기관인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지역별 지원 제도도 제각각이다. 2023년에는 전북교육청이 생리대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하기도 했다.
일부 생리대 바우처를 지원받지 못하는 취약계층 아동들은 기업이나 비정부기구(NGO)의 비정기적 후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다문화 가정 청소년을 주로 돌보는 경기 지역 아동센터 관계자는 “18개입 생리대가 비정기적으로 후원이 들어오면 그럴 때마다 1~2통 정도를 나눠주고 있다”며 “지원을 하더라도 한 가정에 생리를 하는 여성이 많으면 더욱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결국 근본적으로 생리대 가격 안정화가 필요하고 합리적인 예산 배분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서 활동가는 “청소년이 아니더라도 생리를 하는 여성들이 모두 비싼 가격을 감당하기 때문에 가격 안정화가 꼭 필요하다”며 “아울러 청소년에게 생리대를 지원하는 법안이 마련돼 있지만 예산을 끌어내지 못한 상황 등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유한킴벌리, LG유니참, 깨끗한나라(004540) 등 주요 생리대 제조업체에 대한 현장조사에 나섰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