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지혜 기자】이재명 대통령이 성탄절인 25일 교회와 성당에 잇달아 참석하며 민생 행보에 나섰지만 이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은 거세지고 있다. 이 대통령이 이날 인천 계양구의 교회와 수녀원을 잇달아 방문하는 일정에 내년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인천 계양 출마설이 거론되는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이 동행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노골적인 선거 개입”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공세를 두고 “왜곡과 망상”이라며 선을 그었다. 앞서 이 대통령이 정원오 성동구청장을 공개적으로 칭찬하며 논란을 빚은 데 이어,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전제로 한 강훈식 비서실장의 등판론까지 불거지면서 대통령 행보를 두고 선거 개입 논쟁이 이어져 왔다. 이번 성탄절 일정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정치적 해석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는 이날 인천 계양구 해인교회를 찾아 성탄 예배에 참석했다. 해인교회는 1986년 노동자들이 설립한 ‘민중교회’로 현재 노숙인 쉼터 운영 등 지역 내 소외계층을 위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계양구는 이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이기도 하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번 일정은 성탄의 의미를 되새기고 종교를 넘어 사회적 통합의 가치를 강조하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 대통령은 예배 전 이준모·김영선 목사를 만나 “가장 낮은 곳에 예수님이 임하셨던 모습 그대로 교회다운 모습을 지닌 이곳에서 인사를 나누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목회자들은 “낮고 초라한 곳에 오신 아기 예수님처럼 우리 사회의 어려운 곳을 보듬는 대통령이 돼줄 수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예배 후 이 대통령 부부는 교인 130여 명과 교회 식당에서 오찬을 함께했다. 이 대통령은 직접 줄을 서 자율 배식을 받았고 식사 도중 교인들과 대화를 나누며 기념촬영을 했다. 이후에는 인근 노틀담 수녀원을 방문해 수녀들과 성탄 인사를 나눴다. 노틀담 수녀원은 장애인 복지관과 교육시설을 운영하며 소외계층의 재활과 자립에 힘쓰는 곳이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오후 서울 명동대성당으로 이동해 성탄 미사에도 참석했다. 미사에는 정순택 서울대교구장, 구요비 총대리주교, 조성풍 주임신부와 일반 신도 1000여 명이 함께했다. 대통령의 이날 일정에는 강훈식 비서실장, 전성환 경청통합수석, 김남준 대변인이 배석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내년 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적 행보라 비판 수위를 높였다.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은 “대변인은 대통령의 입이자 국정의 중립성을 상징하는 직책”이라며 “출마가 예상되는 지역구 예배 현장에 대변인을 동행한 것은 명백한 선거 개입이자 특정 후보 띄워주기”라고 주장했다.
이어 “계양구는 이 대통령의 전 지역구로 본인의 정치적 입지와 직결된 상징적인 곳”이라며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고향에서 벌어지는 선거를 앞두고 대변인을 앞세워 노골적인 선거 개입에 나선 것은 권력을 동원한 민주주의 훼손이자 공정한 선거를 바라는 국민에 대한 기만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이 대통령은 과거 야당 시절 대통령의 작은 행보 하나에도 ‘선거 개입’이라며 서슬 퍼런 비판을 쏟아냈다”며 “이제는 본인의 입인 대변인을 데리고 출마 예정지 교회로 달려가 ‘성탄 정치’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 원내수석대변인은 “이재명 정부가 민생은 뒷전으로 한 채 내 사람 챙기기와 선거 공학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정원오 성동구청장, 충남지사 출마설이 나오는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에 이어 이제는 김남준 대변인을 계양구에 투입하려는 행보까지 노골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탄 예배마저 선거 전략의 일환으로 전락시키는 이 같은 행태는 국정 농단과 다름없다”며 “이재명 정부의 노골적인 관권선거 시도를 강력히 규탄하며, 민심은 ‘대통령의 후광’이 아닌 ‘준비된 정책’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야당의 비난에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백승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은 대통령실 참모를 끌어들여 ‘계양구 선거 개입’을 운운하며 ‘성탄 정치’로 매도하고 있다”며 “상식과 이성을 벗어난 사실 왜곡이자 망상에 가까운 정치공세”라고 비판했다.
백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의 지역 방문을 관권선거라 매도하더니 이제는 성스러운 종교 일정마저 억지로 선거 프레임에 끼워 맞추며 무책임한 선동에 몰두하고 있다”며 “성탄의 의미를 왜곡하며 국정을 흔들려는 정치공세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왜곡과 망상의 정치를 멈추고 국민 앞에 책임 있는 공당의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이 대통령의 행보와 발언을 두고 통상적인 국정 활동이라는 해석과 정치적 맥락이 반영된 메시지라는 시각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다만 최근 대통령의 행보가 정원오 성동구청장과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 등을 둘러싼 선거 출마설과 맞물려 거론되면서, 대통령의 행보 하나하나가 정치적 의미로 해석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논란이 잇따라 불거지는 것 자체가 선거 국면이 벌써부터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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