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바야흐로 '딸기의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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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빨간 빛깔과 달콤한 향으로 오감을 자극하는 딸기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겨울철 가장 사랑받는 과일 중 하나다. 보통 우리는 딸기의 당도를 높이기 위해 달콤한 연유를 듬뿍 뿌리거나 설탕에 찍어 먹곤 한다. 하지만 미식가들과 요리 전문가들 사이에서 전해 내려오는 의외의 비법은 따로 있다. 바로 '소금'이다. 딸기에 소금을 뿌린다는 말이 언뜻 들으면 괴식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여기에는 혀의 감각을 이용한 치밀하고도 완벽한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다.
딸기에 소금을 한 꼬집 뿌렸을 때 단맛이 훨씬 강하게 느껴지는 현상은 심리학과 식품과학에서 말하는 '맛의 대비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 혀는 여러 가지 맛을 동시에 느낄 때, 서로 다른 맛이 상호작용하여 특정 맛을 도드라지게 만드는 특성이 있다.
딸기 자료사진 / Alexey Vecherin-shutterstock.com
특히 인간의 미각 세포는 짠맛을 먼저 인지하는 경향이 있는데, 소량의 소금이 혀에 닿아 짠맛을 감지하는 순간 뇌는 뒤이어 들어오는 단맛을 평소보다 훨씬 강렬하고 선명하게 받아들인다. 소금이 설탕의 단맛 성분을 물리적으로 늘려주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뇌가 단맛을 느끼는 임계치를 낮추어 같은 양의 당분에서도 더 큰 만족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수박에 소금을 뿌려 먹거나, 단팥죽에 소금을 살짝 넣는 것과 같은 원리다.
소금의 역할은 단순히 단맛을 강화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딸기에 뿌려진 소금은 딸기 자체의 풍미를 입체적으로 변화시킨다.
첫째, 딸기 특유의 '산미'를 부드럽게 잡아준다. 겨울 딸기는 하우스 재배를 통해 당도가 높지만, 품종이나 수확 시기에 따라 끝맛에 신맛이 강하게 남을 때가 있다. 이때 소금의 나트륨 성분은 산미를 중화시켜 전체적인 맛의 밸런스를 차분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둘째, 수분 배출을 유도해 맛을 농축시킨다. 소금을 뿌리면 삼투압 현상에 의해 과육 속에 있던 수분이 겉면으로 살짝 배어나온다. 이 과정에서 딸기 내부에 남아있는 과당과 포도당의 밀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면서 씹었을 때 느껴지는 당도의 농도가 훨씬 진해진다. 또한 겉면에 배어나온 수분이 소금과 섞여 일종의 '천연 시럽' 역할을 하며 과육 전체를 감싸 안는다.
딸기에 연유를 뿌리는 모습 / NPvancheng55-shutterstock.com
맛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소금은 연유나 설탕보다 뛰어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연유는 당 함량이 매우 높고 칼로리가 부담스러운 반면, 소금은 아주 적은 양(한 꼬집 미만)으로도 딸기 본연의 맛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당뇨 환자나 다이어트 중인 사람들에게 '소금 딸기'는 과도한 당 섭취를 피하면서도 과일의 달콤함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지혜로운 방법이다.
또한 소금은 딸기에 풍부한 비타민 C의 산화를 억제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설탕은 비타민 B1을 소모하고 비타민 C의 흡수를 방해하는 성질이 있는 반면, 적절한 소금물 세척이나 소금 섭취는 체내 전해질 균형을 돕고 과일의 신선한 맛을 유지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딸기에 소금을 활용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세척 단계에서 활용하는 방법이다. 딸기를 씻을 때 소금물에 가볍게 헹구면 잔류 농약 제거 효과와 함께 과육이 단단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때 아주 미세하게 스며든 짠맛이 딸기를 먹을 때 은은한 단맛을 끌어올린다.
딸기 자료사진 / oksanatukane-shutterstock.com
둘째는 직접 뿌려 먹는 방법이다. 딸기를 접시에 담은 뒤 고운 소금을 아주 소량, 마치 눈이 내린 것처럼 가볍게 뿌려준다. 이때 굵은 소금보다는 입자가 고운 죽염이나 암염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소금이 과육에 살짝 녹아들 때쯤 한 입 베어 물면, 처음에는 짠맛이 혀끝을 스치고 지나가지만 곧이어 딸기의 향긋한 과즙과 함께 폭발적인 단맛이 입안을 가득 채우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올겨울, 식탁 위에 놓인 딸기가 기대만큼 달지 않다면 주방으로 가서 소금통을 열어보자. 연유의 텁텁한 단맛 대신, 소금이 깨워주는 딸기 본연의 청량하고도 깊은 달콤함이 당신의 겨울 식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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