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은행이 연이은 외환시장 안정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단기적인 환율 하락이 나타나더라도 추세 전환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은 내년에도 환율 변동성이 물가와 금융시장 불안을 확대시킬 가능성을 주시하며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는 방침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4일 김재환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과 윤경수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공동으로 “원화의 과도한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원·달러 환율이 1480원을 돌파하며 연 고점(1487.6원)에 근접하자 외환시장에 대해 구두 개입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이달 들어 외화 유동성 확대를 목표로 국민연금과 기업, 개인투자자 등 주요 시장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대책을 순차적으로 내놓고 있다. 다만 최근 고환율의 근본 배경이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에 있는 만큼 이번 대책만으로 중장기 흐름을 반전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이은 강도 높은 조치들이 발표되며 추가 환율 상승을 저지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확인된 점은 원·달러 환율 추가 상승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면서도 “연말 환율 급등에는 펀더멘털 요인 외에도 수급 요인과 수급이 만든 가격 변동이 심리를 자극해 다시 환율을 밀어 올리는 흐름이 반복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불안 요인이 일부 해소되면 되돌림이 나타날 수는 있지만 그 폭이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내년에도 환율 수준에 대한 눈높이는 여전히 높게 유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 연구원은 “환율 하락 폭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한·미 금리 역전 고착화와 우리나라 국제수지 구조 변화, 글로벌 교역 구조 변화 등 팬데믹 이전과 달라진 요인들이 이미 원화 환율의 균형 수준을 끌어올린 상태”라고 지적했다.
고환율이 지속되면 내년 물가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수정 경제전망에서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0.1%포인트 상향한 2.1%로 제시한 바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내년 물가 전망치를 잇달아 높이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이달 중순 주요 기관 37곳이 내놓은 내년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중간값은 2.0%로 지난달 말(1.9%)보다 0.1%포인트 높아졌다.
이 가운데 JP모건체이스는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물가 둔화 효과가 원화 절하의 지연된 파급효과로 상쇄될 것”이라며 “원화 실효환율이 추가로 절하되면 수입 물가 상승을 통해 물가에 상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고환율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국내 경제 전반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한은 측 판단이다. 이에 따라 내년 통화정책 운용에서도 환율과 물가 관련 위험 요인을 면밀히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한은은 ‘2026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에서 “높아진 환율과 내수 회복세로 물가 상방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며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외환 부문 경계감이 높아진 만큼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과도한 쏠림에 대해서는 시장 안정화 조치를 적극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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