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 2026시즌을 앞둔 프로축구 K리그의 겨울은 어느 때보다 분주했다. 감독 교체는 매 시즌 반복되는 풍경이지만, 이번 겨울은 양상이 다르다. 성적 부진에 따른 단순한 인적 쇄신을 넘어 구단 운영 기조와 철학 자체를 다시 세우려는 움직임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K리그1(1부)에선 우승 팀 전북 현대를 비롯해 울산 HD, 제주SK, 광주FC까지 무려 4개 팀이 새 사령탑 체제로 전환했다. K리그2(2부)에선 수원 삼성이 이정효(50) 감독을 영입하며 승격 전쟁의 중심에 섰고, 강등된 수원FC 역시 새 사령탑과 함께 반등을 노린다.
한준희(55) 쿠팡플레이 축구 해설위원은 이번 감독 연쇄 이동을 두고 “올겨울은 단장 교체와 감독 교체가 거의 최대치로 이뤄진 시기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는 직전 시즌이 매우 다사다난했다는 의미이자, 문제를 안고 있거나 목표 달성과 거리가 멀었던 클럽들이 많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라고 분석했다. 단기간 성과에 대한 압박, 내부 갈등, 정체된 팀 컬러 등 누적된 문제들이 한꺼번에 분출된 겨울이라고 설명한다.
◆서로 다른 시각으로 내린 각 구단의 선택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전북이다. 2024시즌 10위에 그쳤던 전북은 거스 포옛(58·우루과이) 감독 체제에서 불과 1년 만에 K리그1과 대한축구협회(KFA) 코리아컵 우승을 동시에 달성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이어 새 시즌을 앞두고 전북은 또 한 번의 변화를 선택했다. 새 사령탑으로 낙점된 이는 김천 상무를 이끌던 정정용(56) 감독이다.
정정용 감독은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사상 최초로 결승 진출을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김천 상무에서 2024시즌과 2025시즌 연속 리그 3위라는 안정적인 성과를 냈다. 한준희 위원은 “전북은 반등에 성공한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국내 지도자 중 긍정적 혁신을 계속 가져갈 수 있는 사령탑으로 정정용 감독을 선택한 것이다”라고 해석했다. 선수 장점을 극대화하고 동기부여를 끌어내는 리더십이 연속 우승 도전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울산의 선택은 성격이 다르다. 3년 연속 K리그1 우승으로 리그를 지배했던 울산은 2025시즌 9위에 그치며 체면을 구겼다. 시즌 도중 2차례 감독 교체가 이뤄졌고, 팀 분위기 와해와 내부 갈등까지 외부로 드러났다. 결국 외부 선임 대신 구단 전설인 김현석(58)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한준희 위원은 “울산은 어떻게든 팀을 다시 올려놓아야 하는 상황에서 전술보다도 단합을 중시한 감독 선임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울산은 김현석 감독을 중심으로 무너진 조직력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주는 K리그1에서 유일하게 외국인 감독을 택했다. 새 사령탑으로 세르지우 코스타(52·포르투갈) 감독을 선임했다. 그는 감독 경험은 없다. 하지만 스포르팅 CP 전력분석관을 시작으로 포르투갈, 브라질, 그리스, 중국을 거쳐 한국 대표팀과 아랍에미리트(UAE) 대표팀까지 파울루 벤투(56·포르투갈) 사단의 수석코치로 활동한 인물이다. K리그와 한국 선수에 대한 이해도 또한 높다는 평가다.
한준희 위원은 제주의 선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프로축구의 번성을 위해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다양성인데, K리그는 여러 면에서 이 부분이 부족했다”며 “제주가 외국인 감독을 선택한 것은 리그 전체를 위해서도 의미 있는 결정이다”라고 말했다. 잔류에 성공한 제주가 세대교체와 체질 개선이란 중장기 과제를 안고 실험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계승과 재건이 교차하는 새 시즌 구도
광주는 ‘변화 속 안정’을 택했다. 팀을 이끌던 이정효 감독이 수원 삼성으로 떠난 뒤 외부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정규(43) 감독을 앉혔다. 이정규 감독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광주 수석코치를 맡으며 K리그2 우승과 K리그1 승격, K리그1 3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진출 등 구단 역사상 최고의 성과를 함께 만들었다. 한준희 위원은 “광주는 ‘제2의 이정효’를 찾는 선임”이라고 표현했다. 기존 철학을 유지하면서도 또 다른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선택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K리그2에선 수원 삼성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를 맞았다. 이정효 감독 영입은 단순한 승격 도전이 아니라 ‘명가 재건’ 선언에 가깝다. 한준희 위원은 “수원은 내년에 승격하지 못하면 끝장이란 분위기로 몰린 가운데 리그 전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감독을 데려왔다. 우리는 아직 야심이 있고, 이제 진짜 새롭게 시작한다는 신호를 리그에 보낸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반면 수원FC는 강등 이후 김은중(46) 감독과 결별하고 박건하(54) 감독 체제로 전면 재편에 나섰다. 강등 이후 프런트와 코치진 모두를 바꿔야 한다는 당위성이 작용한 선택으로, 조직적인 축구와 명확한 전술 색채를 통해 빠른 반등을 노린다.
새 시즌 판도는 쉽게 예측되지 않는다. 한준희 위원은 “내년에는 승격 티켓 수가 어느 때보다 많아 제대로만 준비하면 충분히 승격할 수 있다고 여기는 K리그2 팀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축구는 언제나 예상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선수단 개편과 시즌 초반 흐름을 지켜봐야 하며 지금 시점에서는 예단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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