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트리뷴=김예준 기자]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며 본격적인 겨울 추위가 시작됐다.
이맘때 주유소에서 가장 흔히 벌어지는 위험한 행동이 있다. 주유기가 ‘딸깍’ 소리를 내며 멈춘 뒤, 금액을 맞추기 위해 한 번 더 주유건을 당기는 습관이다. 무심코 반복되는 이 행동이 차량 고장과 화재 위험까지 부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겨울철에는 건조한 날씨 탓에 정전기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 주유소에서 정전기를 경험하는 운전자도 적지 않다. 정전기 방지 패드를 터치하는 기본 수칙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주유 습관 자체에서 발생하는 위험은 간과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의 행동은 주유기가 자동으로 멈춘 뒤에도 노즐 레버를 다시 당기는 것이다. “조금만 더 넣자”는 생각으로 추가 주유를 시도하는 운전자도 적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이 습관이 단순한 연료 낭비를 넘어 차량 핵심 부품 손상과 화재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원인은 자동차에 장착된 ‘캐니스터’ 때문이다. 연료탱크는 기름만 저장하는 공간이 아니다. 연료가 기화하며 발생하는 증발 가스를 처리하는 시스템과 연결돼 있다. 캐니스터는 이 가스를 흡수한 뒤 엔진으로 보내 연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연료탱크 내부에 일정한 빈 공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주유기가 멈춘 뒤 억지로 연료를 더 넣으면 이 공간까지 액체 연료로 차오르게 된다.
넘친 연료는 결국 캐니스터로 흘러 들어간다. 이때 내부의 활성탄 필터가 젖으면서 제 기능을 잃게 된다. 캐니스터가 손상되면 증발 가스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차량 성능 저하나 시동 꺼짐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국산차 기준으로는 보통 15만~30만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수입차는 100만 원 안팎의 교체 비용이 드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비용에서 끝나지 않는다. 포집되지 못한 유증기는 차량 외부로 그대로 배출된다. 이는 대기 오염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주유소처럼 유증기가 많은 환경에서는 작은 정전기 스파크 하나로도 화재나 폭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겨울철에는 정전기 위험이 더 커진다. 주유 전 정전기 방지 패드를 터치해 몸에 쌓인 전기를 흘려보내는 것이 기본이다. 여기에 더해 주유 중 ‘탁’ 소리와 함께 자동으로 주유가 멈추면 미련 없이 주유건을 내려놓는 습관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주유기가 멈추는 시점은 차량과 주유기가 판단한 가장 안전한 주유량”이라며 “금액을 맞추기 위해 억지로 더 넣는 행동이 차량 고장은 물론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올바른 주유 습관은 복잡하지 않다. 주유 전 정전기 패드를 터치하고, 주유기가 멈추면 추가 주유를 하지 않는 것. 이 두 가지만 지켜도 내 차와 지갑, 그리고 겨울철 안전까지 함께 지킬 수 있다.
김예준 기자 kyj@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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