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를 둘러싼 ‘대한항공 숙박권’, ‘공항 의전’ 논란이 김 원내대표와 보좌진과의 진실공방 진흙탕 싸움으로 변모하고 있다. 집권여당 원내대표의 부적절한 금품 의전 의혹이 점차 확산하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일었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평소의 직선적 스타일에서 벗어나 기자들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그동안의 의혹을 상세히 설명하는 등 최대한 몸을 낮추는 스탠스로 바뀌었다. 민주당 지지층 일각에서 사퇴론이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오자 김 원내대표의 대응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일단 자신에게로 향해오는 의혹에 대해 철저하게 해명하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공항 의전 요구 의혹에 대해서도 며느리와 손자 등의 사생활 영역까지 여과 없이 공개하며 최대한 의혹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와 함께 이번 논란을 자신과 보좌진간 갈등과 싸움의 연장선이라는 견해도 함께 제시하고 있어 향후 결과가 주목되다.
먼저 김 원내대표는 24일 소속 의원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서 “송구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해당 의혹의 출처로 자신의 전직 보좌진들을 지목하며 “폭로를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전직 보좌진들이) 저를 제외한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내란을 희화화하고, 저와 제 가족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모욕과 비방을 일삼은 것도 발각됐다. 그래서 그만두게 했다”고 보좌진들이 이번 사태의 주 원인임을 내세웠다. 또한 “또 다른 빌미로 공격할지는 모르지만 든든한 우산인 의원님들을 믿고 견디겠다”며 원내대표 사퇴 가능성도 일축했다.
김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 다음날 보좌진들의 그간 ‘적대적 활동’ 정황을 구체적으로 폭로했다. 김 원내대표는 25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을 통해 “고심 끝에 폭로한 보좌진들의 대화방 내용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사람이 ‘전직 보좌직원들과 무슨 일이 있었느냐’, ‘어떤 일이 있었기에 그들이 이렇게까지 하느냐’라고 묻는다”면서 “그들의 면직 사유를 알고 있는 가까운 지인들은 ‘대화방을 공개하면 되지 않느냐, 왜 참고만 있느냐’고 물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보자는 동일 인물, 과거 함께 일했던 전직 보좌직원으로 추정된다”면서 “저도 한 사람의 인간인데 인내와 배려에도 한계가 있다. 그들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면서 폭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직을 하며 의원과 보좌직원의 관계는 위계가 아니라 동지애, 나아가 형제애에 가까워야 한다고 믿었다. 그 믿음은 12월 4일, 윤석열의 불법 계엄 사태 다음 날 산산이 무너졌다”고 토로했다.
김 원내대표는 “6명의 보좌직원이 만든 ‘여의도 맛도리’라는 비밀 대화방을 알게 됐다. 가식적인 겉웃음 뒤에서 내란을 희화화하고, 여성 구의원을 도촬하여 성희롱하고,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로 저와 가족을 난도질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2024년 12월 9일, 그날을 저는 잊지 못한다. 저는 이들 6명에게 ‘텔레그램 대화방을 봤다. 사유는 잘 알 테니 각자의 길을 가자 다시는 인연 맺지 말자’고 직권면직을 통보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인연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6월 원내대표 선거를 기점으로 상황은 악연으로 바뀌었고, 최근에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다”면서 “변호사 출신 전직 보좌직원 두 명과 많은 대화를 나눴고 의정 활동을 넘어, 거의 모든 것을 공유했다”고 전했다.
또한 김 원내대표는 “서로 신뢰 속에서 오갔던 말과 부탁, 도움은 이제 ‘갑질’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했다. 이들은 저와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뒤 사실과 왜곡, 허위를 교묘히 섞어 무차별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웃으며 나눴던 말들은 추억이 아니라, 저와 가족을 겨누는 흉기가 됐다”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의 최근 논란에 대해 지지층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먼저 “국회의원의 민감한 정보를 모두 알고 있는 보좌진들이 의도를 가지고 그것을 폭로하며 ‘저격’할 경우 살아남을 의원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느냐”며 고의적인 폭로와 그 의도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측에서는 “집권여당 원내대표의 ‘금품과 의전’ 특혜에 대한 처신이 매우 부적절했고 그 후의 대응 태도도 오만하고 고압적이었다”며 사퇴론까지 불사하고 있다. “오죽 했으면 보좌진들이 거대권력인 국회의원과 공개적인 싸움을 하겠느냐”며 김 원내대표의 ‘갑질 의혹’을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다.
민주당의 원로인 박지원 의원은 한 라디오에서 “보좌진과의 갈등을 탓하기 전에 의원 본인이 어떤 처신을 했는가 하는 반성의 계기가 우리 국회의원 전체가 갖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진보진영 일각에서 김 원내대표의 변명 없는 깨끗한 사과와 보좌진 관리 실패에 대한 책임 요구가 점차 커져가는 가운데 그가 보좌진들의 사적 대화방을 모두 공개하면서 이제 양측은 진흙탕 폭로전으로 빠져들고 있다.
“김 원내대표에 대한 의혹을 두고 앞으로 폭로될 내용이 훨씬 많이 남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있을 수 있느냐”며 김 원내대표의 철저한 대응에 대해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가 이미 상당히 권력화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금품이나 의전을 엄정한 도덕적 잣대 없이 무신경하게 받아들인 것 자체에 공직자로서 심대한 결점이 있다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또한 이번 논란을 보좌진들의 적대적인 폭로와 그에 따른 피해자가 김병기라는 프레임으로 몰아가면서 금품 의전 의혹의 본질을 희석시키려는 불순한 의도는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권으로서는 여당의 원내대표를 둘러싼 권력형 비리 의혹이라는 점에서 사태가 빨리 수습되는 게 최선이지만 오히려 김 원내대표가 보좌진들의 내밀한 대화방까지 전격 공개하며 확전을 불사하자 상당히 곤혹스러운 처지로 빠져들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번 사태에 대해 반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향후 정국에 미칠 영향을 의식해 조만간 정무적 선택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전략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민주당이 집권여당이 된 지 6개월이 지났다. 중도층은 민주당을 이미 상당히 기득권화된 권력집단으로 보고 비판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원내대표의 대응과 처신은 매우 부적절하고 오만했다. 김 원내대표가 결단을 내려야 하겠지만, 그 전에 자신에게 쏟아진 억울한 누명만은 벗어야겠다는 심정에서 보좌진 대화방도 폭로한 것 같다. 그런데 이런 해결 방식에 대해 국민 여론이 동의할지는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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