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바이에른뮌헨은 얇은 선수층으로 어찌어찌 버티는 걸 넘어 역대급 전반기 성적을 냈다. 영입 선수 활용, 유망주 발굴, 기존 선수 발전 등 삼박자가 어우러지면서 난 성과지만 후반기에도 성공을 이어가려면 남은 과제가 많다. 전반기를 마치고 휴가 중인 바이에른의 지난 반 시즌을 리뷰한다.
▲ 함박웃음 지으며 크리스마스 휴가 간 이유, 역대급 성적
바이에른은 이번 시즌 개막 후 정규리그와 컵대회를 가리지 않고 16경기 연승을 거둬 이 부문 유럽 5대 리그 신기록을 세웠다. 전반기 모든 경기에서 아스널전 한 경기만 빼면 무패였다. 분데스리가에서는 13승 2무, 승점 41점으로 압도적 선두를 달렸다. 이는 바이에른 구단 입장에서도 15라운드 기준 역대 최고 타이 기록이다. 14라운드 최고 성적은 지난 2015-2016시즌의 13승 1무였다. 그러나 당시에는 15라운드에 패배를 당하면서, 15경기 성적이 13승 1무 1패로 이번 시즌만 못했다.
바이에른은 현재 2위와 승점차가 9점이나 된다는 점을 볼 때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 우승을 따놓은 것과 마찬가지다.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리그 페이즈에서 5승 1패로 전체 2위에 올라 있어, 16강 직행도 눈앞이다. 여기에 단판 승부였던 프란츠 베켄바워 슈퍼컵 우승, 독일축구협회(DFB) 포칼 8강 진출까지 완벽한 성적이었다.
▲ 얇은 선수단 극복한 콩파니 감독의 팀 운용
바이에른은 여름 이적시장에서 연봉 절감을 전력 보강보다 우선시하면서 선수층이 얇아졌다. 1군 자원 에릭 다이어, 리로이 사네, 토마스 뮐러, 주앙 팔리냐, 킹슬리 코망이 떠났다. 들어온 선수는 요나탄 타, 루이스 디아스, 니콜라 잭슨, 톰 비쇼프로 한 명 줄어든 셈이다. 게다가 이들 중 이적료를 쓴 완전 영입은 디아스 단 하나였다.
여기에 주전 선수 자말 무시알라, 알폰소 데이비스, 로테이션급 1군 선수 이토 히로키 세 명이 장기부상으로 이탈한 상태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선수들의 체력 부담이 컸다. 전반기 막판 무시알라를 제외한 장기부상자가 다 돌아왔지만, 이번에는 그동안 힘든 일정을 소화해 온 선수들에게 탈이 났다. 최종전에서는 컨디션 난조로 빠진 김민재, 요주아 키미히 등 7명이나 이탈한 상태였다.
위기 극복을 위해 콩파니 감독은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 먼저 새로 영입된 선수들을 십분 활용했다. 디아스는 분데스리가 8골 6도움으로 득점 2위를 달리고 있으며, UCL도 4경기 3골로 맹활약했다. 잦은 경고와 퇴장으로 여러 번 결장한 게 유일한 흠이었다. 타는 주전급 센터백으로 자리 잡았다. 미드필더 비쇼프는 중원보다 풀백진이 더 비어 있는 팀 사정상 레프트백으로 활용됐는데, 완벽하진 않지만 스쿼드를 채워주는 역할로는 충분했다.
유망주 등용 면에서도 성공적이었다. 2선 자원 부족 때문에 17세 레나르트 칼을 1군으로 끌어올렸는데 사실 세계적인 유망주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짜임새 있는 팀에서 명확하게 부여된 역할을 수행하며 급성장을 이뤘다. 분데스리가와 UCL에서 791분 만에 6골 2도움을 올리며 확실한 파괴력을 보여줬다.
기존 선수의 기량 향상을 논하려면 라이트백 콘라트 라이머를 빼놓을 수 없다. 라이머의 전반기는 한 마디로 유럽 최고를 다투는 풀백이었다. 킥력과 드리블 돌파 능력이 평범하고 본업이 수비형 미드필더인 선수지만, 팀 사정상 라이트백에 자주 기용되면서 포지션 적응도를 높여가더니 이번 시즌은 물이 올랐다. 성실한 움직임으로 압박수비와 공간 침투를 수행하면서 바이에른에서 중요한 입지를 차지했다. 축구 통계 업체 ‘OPTA’에 따르면, 라이머는 세트피스 킥을 제외한 오픈 플레이 공격기회 창출 측면에서 경기당 2.0회를 기록하며 이번 시즌 5대 리그 주전급 풀백 중 1위 기록을 갖고 있다.
▲ 그럼에도 불안한 점은
10월경 절정에 달했던 경기력이 11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12월 많이 감소했다는 건 후반기를 약간 불안하게 만드는 점이다. 콩파니 감독은 전반기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개선해야 할 점은 세트피스 수비와 역습 수비”라고 말했다. 이는 아스널을 상대로 유일한 패배를 당했던 경기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의 파괴력도 떨어진 건 사실이다. 시즌 초 매 경기 어떤 팀도 막지 못했던 바이에른 특유의 빌드업 방식은 시간이 갈수록 파훼하는 팀이 늘어나고 있다. 전술의 핵심은 4-2-3-1 대형에서 수비형 미드필더 요주아 키미히가 수비진으로 내려가고,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이 중원으로 내려가 연쇄적으로 후방 숫자를 늘리며 상대가 막을 수 없게 하는 빌드업 방식이다. 이 전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키미히가 본인의 체력 저하로 컨디션이 떨어질 때, 작은 체구를 겨냥해 상대가 강하게 압박할 때마다 팀 플랜 전체가 망가지는 모습이 보였다. 전술적 보완이 필요하다.
▲ 김민재, ‘최대 황색언론’의 억지 비판만 빼면 괜찮은 시즌
김민재는 개막 직후 후보로 시작했지만 이는 몸 상태 때문이었다. 지난 시즌 콩파니 감독의 남다른 총애를 받았던 김민재는 시즌 중반에 경기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잘 알려진 것처럼 아킬레스 건염을 달고 있음에도 계속 경기에 출전한 헌신 때문이었다. 보통 건염이 있어도 몇 경기 정도 출장하는 일은 흔하지만 김민재는 무려 6개월 가까이 건염을 안고 뛰었기 때문에 그 여파가 오래 갔다. 여름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고, 시즌 초에도 문제가 이어진 모습이다.
컨디션 문제로 아예 후보였던 초반을 지나고 본다면 김민재는 주전은 아니지만 핵심 로테이션 멤버였다. 결과적으로 분데스리가 기준 출장시간이 팀내 15위로, 주전 11명 바로 다음 로테이션 멤버 수준이다
평점도 준수하다. 경기 직후 평점을 내놓는 독일 최대 황색언론 '빌트'가 유독 최악의 평점을 남발해 이 점이 부각됐다. 그러나 좀 더 전문적으로 평점을 매기는 '키커'와 'tZ'의 점수는 훨씬 나았다. 김민재의 키커 평점은 평균 2.90으로, 센터백임을 감안하면 B 학점과 B+ 학점 사이를 오가는 이 정도 평점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키커가 선정한 전구단 라운드 베스트 11에도 두 번 들었다.
몸 상태를 회복하는 게 후반기의 최우선 과제다. 최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갖는다면, 지난 2년간 반복된 나쁜 패턴을 끊어내는 해가 될 수 있다. 지난 2년간 김민재는 전반기에 혹사에 가까운 일정을 소화하고, 그 타격으로 후반기에 컨디션이 뚝 떨어져 비판을 받는 식이었다. 이번 시즌은 반대로 전반기를 본의 아니게 쉬엄쉬엄 치렀다. 그렇게 비축된 힘을 후반기 경기력 상승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물론 전반기 정도의 팀 비중으로 시즌을 다 치러도 ‘세계 최강급 팀의 로테이션 멤버’이므로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김민재에 대한 기대치는 그 이상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