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텔 근로자와 5년간 계약…단순 관리 업무하며 숙식 해결
최저임금 오르면서 근로자에게 계약 불리…사업주 벌금형 집유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무인텔에서 일하는 근로자와 합의하고 맺은 시급 5천456원의 포괄 임금 계약은 유효할까?
1심 재판부는 정확한 근로 시간을 산정할 수 없는 업무 특성상 이를 유효하다고 봤으나 2심 재판부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계약이라며 사업주의 법 위반을 지적했다.
전주지법 3-3형사 항소부(정세진 부장판사)는 근로기준법 및 최저임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업주 A(65)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범죄 사실을 유죄로 판단했다고 25일 밝혔다.
다만 양형에 관해서는 원심의 벌금 100만원의 집행을 1년간 유예하는 선처를 베풀었다.
이 사건은 전북 군산시에서 무인텔을 운영하는 A씨와 근로자 B씨가 맺은 근로계약에서 비롯됐다.
A씨는 포괄 임금 계약을 통해 2017∼2022년 무인텔에서 일한 근로자 B씨에게 매달 218만1천160원(세후 198만원)을 지급했다.
시급으로 따지면 5천456원.
내년도 최저임금 1만320원의 절반 수준이고, 계약 초반인 2019년도 최저임금 8천350원에도 한참 못 미치는 액수였다.
이 계약이 가능했던 건 무인텔의 업무 형태가 일반적인 파트타임 근로와는 달랐기 때문이다.
B씨는 격일제로 종일 근무(오전 9시∼이튿날 오전 9시)하면서 무인텔에 미성년자가 출입하는지를 확인하고 대실·숙박 현황을 기록하는 일 등을 했다.
무인텔 주변에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었기 때문에 B씨는 식사 시간이 되면 건물에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밤에는 관리실에서 잠을 잤다.
A씨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이곳에 들러 시설 이상 여부만 점검하고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무인텔을 떠났다.
사실상 직장에서 숙식이 해결되는 구조인 데다 사업주가 근로자들을 항시 감시하지도 않아서 포괄 임금 계약이 유효하다고 본 1심의 판단이 무리는 아니었다.
이들이 맺은 계약에는 휴게를 근무에서 제외하는 조항도 없어서 단순히 B씨가 무인텔에 있는 시간 전체를 근로 시간으로 보고 시급을 산정하는 게 다소 애매한 문제도 있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무인텔의 소정 근로시간과 유급 주휴시간 등을 계산한 결과 2017∼2018년은 근로자에게 계약이 유리했지만, 최저임금이 오른 2019년 이후로는 사업주에게 계약이 기울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B씨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24시간이 아닌 14시간을 근무했다고 보면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마지막 3년간 모두 14만8천342원의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러한 기준에 비춰 퇴직 전 3개월의 평균 임금을 기초로 산정하는 퇴직금(909만원)도 A씨가 B씨에게 75만원 더 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근로자에게 미지급된 임금과 퇴직금 규모가 크지 않고 피고인에게 벌금형 이외의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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