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등 3조원대 설탕 가격담합 ···"수년전 퇴직임원이 벌인 일"?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CJ제일제당 등 3조원대 설탕 가격담합 ···"수년전 퇴직임원이 벌인 일"?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5-12-25 04:25:00 신고

3줄요약

 

패러디 삽화=최로엡 AI화백
패러디 삽화=최로엡 AI화백

 달콤한 설탕의 이면에는 쓰디쓴 배신의 역사가 숨어 있었다. 대한민국 국민의 식탁 위에서 빠질 수 없는 기초 원자재인 설탕이 지난 수년간 거대 기업들의 은밀한 거래 속에서 인위적으로 부풀려진 가격표를 달고 있었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를 통해 백일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사부가 발표한 설탕 담합 사건은 그 규모만 3조 2,715억 원에 달하며, 이는 단순한 기업 비리를 넘어 대한민국 시장 경제의 근간을 뒤흔든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2021년 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4년간 이어진 이들의 공모는 전 세계적인 고물가 시대에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킨 슈거플레이션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검찰은 국내 설탕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대한제당 등 제당 3사의 조직적 담합을 적발하고 법인을 포함한 13명을 기소했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는 업계 1, 2위를 다투는 CJ제일제당의 김상익 전 식품한국총괄과 삼양사의 최낙현 전 대표이사가 구속 기소되며 사법 당국의 강력한 척결 의지를 보여줬다. 이들은 설탕 가격의 변동 폭과 시기를 사전에 합의하여 경쟁을 원천 차단했고, 그 결과 설탕 가격은 담합 이전 대비 최고 66.7%까지 폭등했다.

과점의 함정과 반복되는 CJ제일제당의 불신 역사

대한민국 제당 산업은 수십 년간 이어진 과점 체제 속에서 담합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왔다. 이번 사건은 과거 1963년의 삼분 폭리 사건과 2005년의 장기 담합 사건의 복사판이나 다름없다. 특히 2005년 당시 제당 3사는 1991년부터 15년 동안 시장 점유율을 CJ 48.1%, 삼양사 32.4%, 대한제당 19.5%로 고정하고 매달 임직원 회의를 열어 물량을 조절한 사실이 적발되어 51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당시 CJ제일제당은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를 통해 검찰 고발을 면제받았으나, 이러한 관대한 처분이 결국 20년 뒤 3조 원대 담합이라는 더 큰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사건의 구조는 더욱 치밀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담합은 대표이사 및 고위 임원급에서 가격 인상의 큰 틀을 합의하면, 영업 임원들이 세부적인 수치를 조정하고, 실무진이 현장에서 거래처를 관리하며 실행에 옮기는 수직적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특히 이들은 국제 원당 가격이 상승할 때는 즉각적으로 설탕 가격을 올렸으나, 원당 가격이 하락할 때는 인하 폭을 최소화하거나 시기를 늦추는 방식으로 부당 이득을 챙겼다. 경제학적으로 볼 때 이는 시장의 가격 기제가 완전히 마비된 상태를 의미하며, 독과점 기업이 누리는 지대 추구 행위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행태는 수치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소비자 물가가 14.2% 상승하고 식료품 물가가 22.9% 오르는 동안 설탕 가격은 59.7%나 폭등했다. 설탕 가격 상승률이 일반 물가 상승률의 4배를 상회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제당 3사가 과거에도 수차례 담합으로 적발됐지만 법인에 대한 과징금 처분에 그쳐 담합이 업계의 고질적 병폐로 자리 잡았다며, 서민 경제에 큰 폐해를 초래하는 담합을 근절하기 위해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시장의 공정성과 사법적 정의의 시험대

이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2026년 1월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5단독 류지미 판사의 심리로 첫 공판이 열린다. 이번 재판은 거대 기업의 불법 행위가 국민 개개인의 후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법리적으로 규명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류지미 판사는 과거 국가기관에 의한 기본권 침해 사건에서 국가권력에 의한 침해는 엄중한 책임이 따른다는 판결을 내리는 등 법과 원칙에 충실한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이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국민의 경제적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점이 입증된다면 사법부의 판단은 매우 엄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소된 기업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CJ제일제당 측은 구속된 임원이 수년 전 퇴직한 인물이라며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고, 삼양사 측은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법정에서의 공방은 훨씬 치열할 전망이다. 피고인 측은 국제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에 따른 자연스러운 가격 인상이었다는 의식적 병행행위 논리를 펼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반해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회의록과 메신저 기록 등 명백한 합의의 증거를 바탕으로 조직적 공모를 입증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실제로 법정 안팎에서는 이들의 ESG 경영에 대한 회의론도 거세게 일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그간 사회적 책임과 투명한 지배구조를 강조하며 글로벌 식품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포해 왔다. 하지만 뒤에서는 빵 하나, 음료 한 병의 가격을 결정짓는 설탕값을 담합했다는 사실은 기업 윤리의 실종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과징금 몇 백억 원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담합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었으며, 일단 오른 가공식품 가격은 설탕값이 내려가도 요지부동인 가격의 하방 경직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이 지적하듯, 시장 경제의 가장 큰 적은 외부의 비판이 아니라 내부의 독점과 담합이다. 폴 크루그먼 역시 독과점 기업의 가격 결정권 남용이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전체 경제의 효율성을 저해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대한민국 설탕 시장에서 벌어진 3조 원대 담합은 이러한 경제적 경고가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비극적인 사례다. 2026년 1월에 열릴 첫 공판은 제당업계가 60년 넘게 이어온 구태를 끊어내고 공정한 경쟁의 장으로 복귀할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최후의 심판대가 될 것이다. 사법부의 단호한 판결만이 시장의 투명성을 회복하고, 더 이상 달콤한 설탕이 서민들의 삶에 쓰디쓴 고통이 되지 않도록 보장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의 전개 과정은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 경제국가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Copyright ⓒ 저스트 이코노믹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