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경기도 하남시 한강생물보전연구센터에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수리부엉이' 3형제가 모두 알을 깨고 태어났다. 이번 번식은 10월 25일 첫 산란을 시작으로 11월 28일 첫 부화가 이뤄졌으며, 약 일주일 만에 세 마리 모두 건강하게 세상 밖으로 나왔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한 부엉이 부부가 센터의 보살핌 속에 3년 사이 총 10마리의 새끼를 길러내며 눈길을 끌고 있다.
올빼미과 최대 맹금,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
수리부엉이는 올빼미목 올빼미과에 속하는 밤에 활동하는 새다. 몸길이가 약 70cm에 이르는 대형 사냥새로, 한국에 사는 밤새 중 덩치가 가장 크다. 주로 암벽이나 굴에 둥지를 틀며, 먹이 사슬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아 주변 생태계가 얼마나 잘 보존되어 있는지 보여주는 척도가 된다.
예전에는 자주 볼 수 있었지만, 살 곳이 사라지고 먹이가 줄어들면서 지금은 국가에서 지정해 보호하는 귀한 존재가 됐다. 센터 측은 이번 번식을 축하하고 새끼들이 무사히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둥지 앞에 새끼줄로 만든 금줄을 걸었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나쁜 기운을 막고자 대문에 줄을 치던 우리 고유의 풍습을 따른 것이다.
소리 없이 다가가는 사냥의 기술
수리부엉이의 머리 위에는 귀처럼 솟은 깃털이 있는데, 이를 ‘귀깃’이라고 부른다. 이는 소리를 모으는 안테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기분을 나타내는 통로로도 쓰인다. 밤에도 앞을 잘 볼 수 있는 커다란 눈과 아주 작은 소리까지 잡아내는 귀는 어둠 속에서 사냥감을 찾는 데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깃털의 생김새도 남다르다. 날개 끝이 빗 모양처럼 잘게 갈라져 있어 하늘을 날 때 공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거의 나지 않는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사냥감이 알아채기 전 순식간에 다가갈 수 있다.
10월 조기 산란 등 이례적인 모습 보여
이번 부엉이 부부의 번식 과정에서는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대개 수리부엉이는 12월에서 이듬해 2월 사이에 알을 낳지만, 이번에는 평소보다 두 달 정도 이른 10월 말에 산란을 시작했다. 센터의 번식 기록을 보면, 안정적인 환경과 충분한 먹이 공급이 알을 낳는 시기에 변화를 준 것으로 보인다.
수리부엉이는 알을 한꺼번에 낳지 않고 2~3일 간격으로 하나씩 낳는다. 이 때문에 새끼들마다 알에서 깨어난 날과 자라는 속도가 조금씩 다르다. 현재 태어난 3형제는 어미의 품에서 온기를 나누며 자라고 있으며, 스스로 날 수 있을 만큼 성장하면 사냥 훈련을 거쳐 자연의 품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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