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계절에 따라 정해진 수확물을 내어주는 정직한 생산지다. 전남 강진, 해남, 영암을 잇는 이른바 ‘강해영’ 지역은 예부터 바다에서 얻은 온갖 먹거리를 ‘갯것’이라 불렀다. 갯벌 위를 이동하는 물고기부터 추위를 피해 남쪽으로 내려온 대형 어종까지, 겨울 남도 '갯것'들을 살펴본다.
1. 청정 갯벌의 생태 지표, 강진 '짱뚱어'
강진 갯벌에서 주로 발견되는 '짱뚱어'는 머리 윗부분에 눈이 돌출된 형태를 띤 어류다. 이들은 물속에서 지내기보다 갯벌 위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더 길다는 점에서 다른 물고기와 구분된다. 아가미뿐만 아니라 피부로도 공기 호흡을 할 수 있어 물 밖에서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짱뚱어는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환경에서만 살 수 있어 해당 지역 갯벌의 상태를 확인하는 기준이 된다.
강진에서는 짱뚱어를 활용한 짱뚱어탕이 발달했다. 삶은 짱뚱어 살을 체에 걸러내어 시래기, 된장과 함께 끓여내는 방식이다. 추위가 오기 전 영양분을 축적한 짱뚱어는 단백질이 풍부하며, 국물 맛이 담백해 보양식으로 쓰인다. 또한 갯벌 위에서 잡은 짱뚱어를 석쇠에 올려 구워 먹는 전라도식 짱뚱어구이는 고소한 맛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조리법이다.
2. 지형적 특징이 만든 식재료, 영암 '낙지'
영암 '낙지'는 과거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던 지형인 영암군 학산면 독천리 인근에서 주로 잡혔다. 이곳의 낙지는 다리가 가늘고 질감이 부드러워 씹는 맛이 고소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방조제가 들어선 뒤로 주변 지형에 변화가 생겼으나, 영암 낙지가 가진 위상은 여전히 높다. 낙지는 단백질 함량이 높아 영양학적으로 우수하며, 영암 지역 음식 문화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영암의 대표 음식으로는 낙지와 소갈비를 함께 끓여낸 갈낙탕이 있다. 이는 육지 식재료인 소고기와 바다 식재료인 낙지가 결합한 조리법이다. 낙지를 통째로 꼬챙이에 감아 양념을 발라 구운 낙지호롱이 역시 영암의 사실적인 먹거리다. 과거 영암 갯벌에서 낙지가 흔하던 시절, 나무젓가락이나 볏짚에 낙지를 말아 조리하던 방식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3. 수온 따라 이동하는 대형 어종, 해남 '삼치'
기온이 떨어지는 시기가 되면 해남 인근 바다에서는 대형 '삼치'가 잡히기 시작한다.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크기와 달리 남도 바다에서 나는 삼치는 몸길이가 70cm를 넘는 경우가 많다. 본래 서해에 머물던 삼치는 날씨가 추워지면 수온이 높은 남쪽으로 이동해 제주 주변 바다에서 겨울을 보낸다. 이동 경로인 해남 앞바다에서 잡히는 삼치는 겨울을 나기 위해 몸에 지방을 비축한 상태라 고소한 맛이 강하다.
해남 지역에서는 신선한 삼치를 삼치회로 즐긴다. 지방 함량이 높은 삼치를 두툼하게 썰어 갓 지은 밥, 양념간장, 마른 김에 싸서 먹는 방식이다. 삼치는 잡힌 직후 빠르게 죽기 때문에 산지에서만 회로 먹을 수 있다는 제약이 있다. 회로 먹고 남은 머리와 뼈는 맑은 탕으로 끓여 먹거나, 크기가 큰 삼치의 살을 발라 양념을 발라 굽는 삼치조림 등으로 조리하여 한 끼 식사를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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