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을 앞둔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공습이 쏟아져 4살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3명이 숨지고 전역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서쪽으로 111㎞가량 떨어진 지토미르 지역 주택을 러 무인기가 타격해 4살 어린이가 숨졌다고 밝혔다. 키이우 지역에서도 러 무인기 공격으로 인해 여성 한 명이 숨졌고 서부 흐멜니츠키에서도 1명이 숨졌다고 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무인기(드론) 650대 및 미사일 30대가 동원돼 밤새 지속된 러 공습이 우크라 전역 13곳 이상을 타격했다고 설명했다.
영국 BBC 방송을 보면 지토미르 당국은 러 공격을 받은 어린이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며 이 공격으로 5명의 부상자도 발생했다고 밝혔다. 키이우에서도 부상자 3명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번 공격으로 에너지 시설이 손상되며 우크라 전역에서 비상 정전이 발생했다. <로이터> 통신을 보면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 총리는 서부 지역 에너지 시설에 가장 큰 피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우크라 에너지부는 모든 지역이 비상 정전을 경험했고 특히 서부 리브네, 테르노필, 흐멜니츠키 지역 거의 모든 가구에 대한 전력 공급이 23일 오전 끊겼다고 했다. 현지 당국은 북부 체르니히우, 서부 르비우, 남부 오데사에서도 에너지 시설이 피해를 입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 최대 민영 에너지 업체 DTEK는 23일 오전 자사 화력발전소가 러시아 공격을 받아 설비가 손상됐다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밝혔다. 이번 공격은 지난 10월 이래 이 회사 시설을 겨냥한 7번째 공격이다. DTEK는 이번 공격에선 사상자가 없었지만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이 회사 화력발전소가 220회 이상 공격 대상이 됐고 이로 인해 노동자 4명이 죽고 59명이 다쳤다고 설명했다. DTEK는 "성탄절을 이틀 앞두고 겨울 한파 시기에 발생한 이 공격은 기온이 떨어질수록 민간 에너지 기반시설을 표적으로 삼는 러시아의 냉소적 전략을 여실히 드러낸다"고 비판했다.
전선과 가까운 남동부 자포리자에 거주하는 올렉산드르 치르보니는 밤새 미사일과 무인기가 날아온다는 경보에 잠을 이루지 못했고 정전은 이제 일상이 돼 24시간 중 10시간만 전기가 들어온다고 BBC에 토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번 공격은 "러시아의 우선 순위에 관한 매우 분명한 신호"라며 "공격은 사람들이 그저 집에서 가족과 안전히 보내기를 바라는 성탄절 직전, 이 전쟁을 끝내려는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이뤄졌다. 푸틴(러 대통령)은 여전히 살육을 멈춰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규탄했다.
미국 중재 종전 협상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동부 격전지 중 하나를 잃었다. BBC를 보면 23일 우크라군은 도네츠크주 시베르스크에서 철수했다고 밝혔다. 우크라군은 성명을 통해 "우리 병사들의 생명과 부대의 전투 능력을 보호"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고 러시아군이 "인력 면에서 상당한 우위"를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베르스크 함락으로 러시아군은 '요새 지대'로 불리는 도네츠크 슬로비얀스크 및 크라마토르스크 30~40km 앞까지 다가왔다. 이 지대는 우크라이나가 참호, 벙커, 지뢰밭 등 방어벽을 형성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이미 점령한 루한스크주에 더해 미점령 지역을 포함한 도네츠크 전체 양도를 요구하고 있다. 도네츠크의 4분의 3이 러시아 통제 아래 놓인 상황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달 초 우크라가 영토 양보에 계속 동의하지 않을 경우 돈바스(도네츠크, 루한스크)를 "무력" 점령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로이터> 통신을 보면 레오 14세 교황은 이탈리아 로마 인근 카스텔간돌포에서 23일 취재진에 러시아가 성탄절 휴전을 거부한 것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선의를 가진 모든 이들이 적어도 성탄절은 평화의 날로 존중해주길 다시 한 번 호소한다"며 "그러면 적어도 24시간 동안 전세계에 평화가 찾아올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러시아 쪽은 분쟁의 "근본 원인"에 집중해야 한다며 성탄절 및 새해 일시 휴전 가능성을 일축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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