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내게 각별한 의미의 노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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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내게 각별한 의미의 노동이다”

평범한미디어 2025-12-24 17:31:42 신고

3줄요약

※ 지난 9월27일 13시 광주 동구에 위치한 ‘전일빌딩 245’ 4층 시민마루에서 개최된 박상영 작가의 북토크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대표작 <대도시의 사랑법>에 대한 이야기, 성소수자 서사, 소설가로서의 삶 등 박상영 작가의 다양한 토크 내용을 정리해서 4개의 시리즈 기사로 전달해드리겠습니다. 이번 기사는 3편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영화와 드라마로도 제작된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이 대표작이지만 다른 작품들도 많다. 예컨대 2021년과 2022년 연달아 출간된 <1차원이 되고 싶어>와 <믿음에 대하여>에는 “내가 나이에 따라서 성장해왔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박상영 작가는 “사실은 <1차원이 되고 싶어>가 <대도시의 사랑법>보다 먼저 구상된 얘기”라며 “습작생 때 장편 소설 쓰기를 시도하면서 썼던 소설이었는데 그때 한 원고지 300매 정도 써놨다가 포기했었다”고 회고했다.

 

내가 이 서사를 감당할 능력이 안 되는구나라는 그런 깨달음을 얻고 포기해놨다가 이제 책 2권을 내고 첫 장편 소설 계약을 하면서 <1차원이 되고 싶어>를 이제는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썼다. 어떤 10대 때의 고통과 즐거웠던 감정들, 행복했던 기억들을 다 녹여서 정리할 수 있는 심리적인 거리도 확보가 되고 어떤 작가로서의 스킬도 그만큼 많이 길러진 것 같다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10대 얘기로 돌아가서 그것을 첫 장편 소설로 내게 됐던 건데 사실 난 <대도시의 사랑법>도 장편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한국의 어떤 문학계의 지형상 주로 신인 작가들에게는 단편 소설 청탁이 오니까 내가 이렇게 찢어서 발표해서 연작이라는 구성을 취했을 뿐인 거지 장편 소설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생각을 한다.

 

박상영 작가가 진행자와 함께 북토크 행사에 임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대도시의 사랑법>은 그렇게 대박이 나서 부커상 인터네셔널 부문 후보작에 오르기도 했는데 박 작가는 그 당시 “이제 부담스러워서 차기 작품을 어떻게 내려고 그러니 뭐 이런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난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왜냐면 이미 다음 작품 <믿음에 대하여>를 다 써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음 소설을 미리 구상할 수 있었던 이유는 코로나 거리두기의 영향 탓이었다.

 

그전에 이미 다 써놓은 상태였고 이게 코로나 시절에 우리 모두가 인생이 뒤집어지는 경험을 했는데 나 역시도 그때 생각이 나는 게 앞서 말씀드렸던 그 <방구석 1열>과 <역사저널 그날>에 출연했을 당시가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였다. 근데 그때는 막 누가 방송국에서 걸리면 기사가 계속 났었다. 너무 무서웠다. 방송 출연이 내 고정 수입원인데 내가 코로나에 걸려서 못나오게 되면 결국 돈을 못 벌게 되는 거고 높은 확률로 고정이 잘릴 수 있어서 목숨 걸고 사수해야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거의 아무 데도 안가고 집 밖에 안 나갔었다. 특히 한창 거리두기가 심할 때는 서울에서는 헬스장 문 닫고 카페 문 닫고 모든 공간이 문을 닫았을 때가 있었다. 그때는 진짜 집에만 있으니까 미칠 것 같았는데 그때 내가 이 소설들을 구상했다. (코시국 초기 거리두기 수칙을 위반한 사람들의 동선이 공개되는 등) 우리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공포심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믿음에 대하여>를 되게 빠른 속도로 써내려갔다. <대도시의 사랑법>이 부커상 후보고 어쩌고 막 이런 생각 없었고 그냥 재밌고 좋은 소설을 써야겠다는 이런 생각으로 그냥 신나게 출간했었다.

 

박 작가는 소설 외에 에세이집도 낸 바 있다. 소설 집필과 에세이 쓰기는 서로 다른 창작의 즐거움이 있다. 박 작가는 “에세이는 그냥 나 자체”라며 “나이기 때문에 편안하게 재미있게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자가가 생각하는 에세이와 소설의 접근법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대신에 에세이는 자기 검열이 좀 많이 들어간다. 나와 내 주변에 대한 직접적인 얘기이고, 때로는 아주 먼곳에 있는 사람의 얘기를 쓸 때도 있는데 잘 모르는 사람 얘기를 쓸 때는 논픽션이기 때문에 조심을 하려고 하고 허락도 다 구하고 쓴다. 픽션 소설 같은 경우에는 약간 나의 본진 같은 느낌이 있는데 나로선 극본가나 에세이스트로서도 본업이긴 하지만 소설은 나의 어떤 핵심적인 영역 같은 생각이 좀 있다. 그래서 쓸 때부터 조금 자세를 고쳐 앉게 되는 게 있는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픽션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자유를 좀 만끽한다. 대신 형식적으로는 소설이 매우 보수적인 장르다. 내용으로는 아무거나 담을 수 있는데 그 장르의 규칙 같은 게 분명히 존재를 한다. 그래서 문학계에서 합의가 된 그런 틀에 잘 맞춰서 좋은 소설을 쓰려고 노력을 하게 된다.

 

박 작가에게 ‘친구와 우정’은 가족 이상의 의미가 있다. 좋은 글감이자 소재로 작용하기도 하는데 “친구를 좀 각별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다.

 

(내가 에세이에 나열한 친구들이 많아서 다들 인맥을 부러워하던데) 별로 부러워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은 게 여러분들의 친구와 똑같다. 그냥 뭐 친구의 기준은 별거 없다. 뭐 마음 잘 맞으면은 처음 봐도 바로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좀 싫은 사람은 10년을 같이 알고 지내도 카톡 오면 12시간 동안 안읽고 있고 여러분들 다 그러지 않는가? 나도 마찬가지다. 물론 친구를 각별하게 생각한다. 내가 아무래도 가족이 따로 없고 부모님이랑도 사이도 안좋고 그렇다. 그래서 친구를 약간 어떤 대안 가족의 차원에서 많이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애착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재희 같은 소설 속 인물을 쓸 수 있었던 것 같다. 친구와의 애착관계가 남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걸 쓸 수 있었던 것 같고 <순도 100%의 휴식>도 사실은 여행기이지만 친구에 대한 얘기다.

 

다들 그 정도의 친구들이 있다고 말했지만 사실 박 작가의 에세이들을 읽어본 독자라면 정말 친구가 많아도 정말 많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작가는 “가장 큰 오해가 친구가 엄청 많은 사람이라는 오해인데 여러분 평생 동안 만난 친구들의 숫자를 헤아려 보면은 그 정도 나온다”고 강조했다.

 

인생의 친구들을 다 털어넣은 거기 때문에 직장에서 만난 은사님과 이금희 쌤까지 써넣었다. 이금희 쌤 1년에 한 번 본다. 그러니까 그렇게 친구가 많지 않다. 그리고 그 친구들 대부분이 사실 잘 못보고 요즘은 다 바빠져서. 특히 내 나이 또래들(30대 후반)이 이제 사회적으로 결혼의 연령이 많이 늦춰지긴 했지만 한창 애를 낳고 있을 때다. 남자애들이나 여자애들이나 다 그래서 많이 떠나 있다. 지금 다 그들 각자 가정의 세상으로 떠나 있고 그런 상황이다.

 

박 작가의 업적 아닌 업적이라고 하면 한국 문학의 비주류인 퀴어를 소재로 다뤘다는 점이다. <대도시의 사랑법>이 출간됐던 2019년과 6년이 흐른 2026년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을텐데 박 작가는 “그때만 해도 행복하고 발랄한 퀴어들이 어색하다”는 피드백을 들었다고 고백했다. 퀴어는 비극적이고 기구한 삶을 살아야 하는 스테레오 타입이라도 있는 걸까?

 

퀴어라는 소재가 근데 그게 좀 싫었다. 데뷔작 중에 하나가 이제 <패리스 힐튼을 찾습니다>와 이 소설의 제일 앞쪽에 있는 <중국산 모조 비아그라와 제제, 어디에도 고이지 못하는 소변에 대한 짧은 농담>이라는 당해에 발표된 가장 긴 제목의 소설 2편을 내서 당선이 됐는데 그 <중국산 모조 비아그라> 퀴어 소설을 보고 평론가들이 약간 그때는 인식이 좀 떨어질 때였어서 이상한 소리를 진짜 많이 하셨다. 그때 들었던 코멘트가 이렇게 행복하고 발랄한 퀴어들이 좀 어색하고 이상해. 이런 얘기하시고 박 작가가 잘 쓴 건 알겠는데 그냥 개인의 일기장 같아.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를 쓰면서도 진짜 일상적이고 일기장 같은 그런 귀여운 소설을 쓰고 말 것이라는 그런 마음으로 <자이툰 파스타>와 <대도시의 사랑법>을 쓰게 된 것이었다. 일종의 투지와 같은 개념이다. 근데 그게 개인적인 차원에서 창작의 이유였는데 작품으로 나왔을 때 이렇게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 문학계에서도 사실 이제 당사자성을 지닌 퀴어 문학들이 내가 데뷔했을 무렵 막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중에서 가장 많은 대중적인 사랑을 받은 작가 중 하나가 된 것인데 그래서 나 혼자서 이걸 이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나도 여러 명의 <토지>를 읽은 사람들 중 1명이고 그런 축적된 관심들을 어깨에 이고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된 것 같다.

 

이제는 퀴어 문학이 전혀 비주류로 취급되지 않는 시대가 됐다.

 

퀴어 문학이 한국 문학계에서 주류 장르가 되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것 같다. 내가 그래도 거기에 일조를 한 것 같아서 굉장히 자부심을 좀 갖고 있다. 이젠 오히려 약간 유행이 지나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많이 나왔어서. 근데 단순히 유행이 아니라 그냥 하나의 꾸준한 작품 형태로 남겨두기 위해서 나도 계속 퀴어 작품을 쓸 것 같다.

 

그렇다면 박 작가는 그런 퀴어 소설을 쓸 때 일종의 사명감 같은 걸 갖고 있을까? 독자들에게 어떻게 읽혀졌으면 바라는지 문득 궁금한데 박 작가는 “읽는 동안에는 개인적인 일상처럼 느끼길 바라고 다 읽고 났을 땐 비로소 사회적 메시지로 남기를 바란다”고 집약했다.

 

전통적인 작가들이 글쓰기를 되게 신격화하고 미화해서 하는 얘기들을 조금 싫어한다. 여러분들이 하는 다른 모든 일들이 다 똑같은 노동이고. 글쓰기는 내게 돈을 벌어다 주는 수단인데 그것에 플러스 알파로 내게는 의미가 좀 각별한 게 있는 것이다. 앞서 말씀드렸던 대로 내가 괴로웠던 일이나 일상에 있어서 어떤 견딜 수 없었던 문제 같은 것들을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서 해소를 좀 할 수가 있었다. 내 안의 실타래처럼 꼬여 있던 문제를 글쓰기를 통해서 좀 객관화시켜 볼 수도 있게 되었고, 심지어는 글 쓰고 유통하는 과정을 통해서 많은 독자들과 소통을 하고 내 혼자만의 어떤 좀 꼬인 생각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많은 분들과 같이 공유하고 있는 생각이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그래서 내겐 일종의 치유의 개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많은 독자들이 나의 책을 읽고 많은 위로를 얻었다거나 위안을 받았다는 말씀을 해주시는데 나 역시도 그분들의 그런 말씀을 통해서 큰 위안을 받고 있는 것 같다.

 

글쓰기가 곧 힐링이 되는 셈인데 박 작가는 원래 “글을 쓰기 전에 진짜 뾰족뾰족한 사람”이었지만 글을 쓴 뒤로 “사람이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글을 쓰게 되면서 원래도 안했지만 작은 범법행위들이나 무단횡단도 안하려고 노력을 하는 식으로 변하게 됐다. 그래서 나한테 글쓰기는 좀 각별한 의미의 노동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박 작가의 다음 플랜이 알고 싶다.

 

지금 프로젝트를 2개 진행하고 있다. <믿음에 대하여> 드라마 프로젝트가 하나 있는데 지금 캐스팅과 편성을 돌리고 있다. 아직은 어떤 배우들이 할지 또 어디서 틀게 될지 확정되지 않았는데 부디 무사히 좋은 자리를 찾아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현재 당장 쓰고 있는 거는 그 (출판 프로젝트) ‘안전 가옥’에서 내년 상반기에 출간될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을 쓰고 있다. 지금까지 썼던 것과는 전혀 다른 형식의 소설이고 퀴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주인공은 1940년대에 태어난 재벌 할머니다. 그녀의 인생사를 쭉 훑는 어떤 비밀과 범죄와 살인과 이런 치정과 이런 것들이 얽혀 있는 그야말로 장르적인 요소가 강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지금 제일 걱정은 기존에 내 팬들이 좀 실망하고 떠나가지 않을까. 왜냐하면 너무 달라진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런 걱정이 있는데 그래도 나오면은 좀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좋겠고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마지막 4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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