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위로 찬 공기가 내려앉기 시작하면 연안 풍경부터 달라진다. 여름 내내 잠잠하던 포구에 다시 사람들이 모이고, 물때를 계산하는 목소리가 잦아진다. 바닷물이 빠지는 시간을 기다렸다가 갯벌로 들어가는 움직임도 이때부터 잦아진다.
이 시기에 이름이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생선은 '망둥이'다. 너무 흔해서 가볍게 여겨졌고, 낚싯대만 있으면 쉽게 잡힌다는 인식이 먼저 떠오르는 생선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계절과 물때를 정확히 읽어야 제대로 만날 수 있는 연안 어종이다.
갯벌에서 쉽게 안 잡히는 망둥이의 생존 방식
망둥이는 농어목 망둑어과에 속한다.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연안, 하구, 갯벌 어디서든 잘 산다. 염분 변화와 수온 차에 대한 내성이 크다. 이런 이유로 전 세계에 분포한 종 수가 매우 많다. 조사 기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600종 안팎이 보고돼 있다.
국내 연안에서도 40종 정도가 확인된다. 문절망둑, 풀망둑, 말뚝망둥이, 짱뚱어, 밀어 등 이름도 다양하다. 이름의 유래도 오래전 기록에 남아 있다. 19세기 초 서유구가 남긴 어류 기록에는 눈이 불룩 튀어나와 먼 곳을 바라보는 모습 같다고 적혀 있다. 실제로 망둥이는 눈이 머리 위로 솟아 있다.
이 구조 덕분에 물 밖에서도 주변을 살필 수 있다. 갯벌 위로 몸을 드러낸 채 포식자를 감시하다가 위협을 느끼면 재빠르게 구멍 속으로 숨는다. 이 구멍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출구로 이어진다. 추적을 피해 빠져나가기 위한 구조다. 먹이를 향한 반응도 빠르다. 작은 갑각류, 갯지렁이, 조개 살점까지 가리지 않는다. 식욕이 강해 미끼를 던지면 바로 달려든다. 하지만 연안 환경 변화 속에서도 살아남아 온 어종인 만큼, 결코 쉽게 잡히는 생선은 아니다.
갯벌에 나무를 박고 기다려야 잡히는 생선
망둥이를 잡는 방식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서해와 강화도, 남해 일부 지역에서는 갯벌에 나무 말뚝을 박아두고 그물자리를 미리 잡는다. 바닷물이 완전히 빠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물길이 드러나는 순간 그물을 친다. 이후 밀물이 들어오면 연안으로 몰려든 망둥이가 그물에 걸린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물이 다시 차오르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조금만 늦어도 작업이 중단된다.
발이 깊게 빠지는 갯벌을 오가며 100m가 넘는 그물을 손으로 설치해야 한다. 기다림과 노동이 동시에 필요한 어획이다. 이 작업은 매일 이어지지 않는다. 물때와 산란 주기가 맞는 짧은 기간에 집중된다. 지역 어부들 말로는 한 달 중 열흘 남짓이 가장 좋다. 그 시기를 놓치면 다시 기다려야 한다.
김치 넣고 끓이면 단맛이 살아나는 이유
어획을 마친 배가 포구로 돌아오면 풍경이 바뀐다. 소식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이 몰린다. 하루 동안 잡은 망둥이는 금세 나뉜다. 이 시기 망둥이를 기다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살이 오른 망둥이는 조리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강화도식 망둥이 찌개가 대표적이다. 무를 넉넉히 넣고 김치와 함께 끓인다.
망둥이를 넣으면 국물에서 단맛이 올라온다. 김치가 어느 정도 익어 있어도 신맛이 튀지 않는다. 그래서 일부 지역에서는 김치 상태를 크게 가리지 않고 망둥이 찌개를 끓인다. 오래된 밥상 메뉴로 남아 있는 이유다.
몸집이 작은 망둥이는 또 다른 방식으로 먹는다. 내장을 제거한 뒤 깻잎에 싸서 통째로 먹는다. 뼈가 부드러워 씹는 데 부담이 없다. 말려두었다가 반찬으로 쓰거나, 술안주로 올리기도 한다. 불에 살짝 구워도 살이 쉽게 흐트러지지 않는다. 다만 오래 익히면 살이 빠르게 단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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