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태양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한 '끝'이 있다. 태양의 자기장이 더 이상 태양풍을 붙잡지 못하고, 물질이 완전히 우주 공간으로 흘러나가는 지점이다. 이 경계가 처음으로 연속적인 지도 형태로 구현됐다.
미국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Center for Astrophysics, Harvard & Smithsonian, CfA) 연구팀은 태양 대기 최외곽 경계인 알프벤 면(Alfvén surface)의 형태와 변화를 다수의 우주선 관측 자료를 결합해 시각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태양 활동 주기의 절반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이 경계의 변화를 연속적으로 추적한 첫 사례다. 지도는 개별 우주선의 관측값에 태양 자기장 모델을 더해 만들어졌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에 게재됐다.
◆ 태양풍이 되돌아오지 못하는 지점
알프벤 면은 태양풍의 속도가 태양 자기파인 알프벤 파의 속도를 넘어서는 지점이다. 이 경계를 지나면 플라스마는 태양 자기장과의 연결을 잃고, 다시 태양으로 되돌아올 수 없다. 연구팀은 이 지점을 태양 대기의 실질적인 경계로 정의한다.
이번 지도는 태양 활동 주기 25주기 전반 약 6년에 걸친 변화를 담고 있다. 흑점과 플레어, 코로나 질량 방출이 증가할수록 알프벤 면의 형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가 연속적으로 나타난다.
연구를 이끈 샘 배드먼(Sam Badman)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 연구원은 "태양 코로나가 왜 수백만 도의 고온을 유지하는지 같은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이 경계가 어디에 형성되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 파커 탐사선이 직접 통과한 태양의 경계
이번 연구의 핵심은 NASA의 파커 태양 탐사선(Parker Solar Probe)이다. 알프벤 면은 태양에 매우 가까워, 그동안 단일 우주선 관측만으로는 전체 구조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2018년 발사된 파커 탐사선은 2021년 이후 여러 차례 이 경계 아래로 진입해, 태양풍이 형성되고 가속되는 영역을 직접 관측해왔다.
연구팀은 파커 탐사선의 근일점 관측 자료를 중심으로, 태양을 더 먼 거리에서 관측하는 솔라 오비터(Solar Orbiter), 그리고 태양과 지구 사이 라그랑주 L1 지점에 위치한 우주선 3대의 데이터를 함께 분석했다. 태양풍의 속도와 밀도, 온도, 자기장 정보를 교차 비교한 결과다.
분석 결과 알프벤 면은 매끈한 구형이 아니라, 태양 활동이 강해질수록 표면이 거칠어지고 뾰족한 구조를 띠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양 활동이 극대기에 가까워질수록 경계의 평균 높이는 기존보다 약 30% 확대됐다. 파커 탐사선은 대부분의 관측에서 이 경계의 돌출부를 스치듯 통과했지만, 태양 활동이 정점에 달했던 두 차례 접근에서는 경계 아래 깊은 영역까지 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 우주기상과 다른 별 연구로 확장
알프벤 면의 형태와 변화는 지구 우주기상과도 직결된다. 태양풍이 이 경계를 통과하는 방식에 따라 지구 자기권과의 상호작용이 달라지고, 이는 위성 통신 장애나 전력망 교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태양은 알프벤 면을 직접 관측할 수 있는 유일한 별이다. 연구팀은 이번 지도가 다른 별 주변 행성계 환경을 추정하는 기준점으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기장이 강한 별일수록 이 경계는 더 멀리 형성돼, 가까운 궤도를 도는 행성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구팀은 파커 탐사선이 앞으로 더 가까운 근일점에 도달할수록 알프벤 면의 세부 구조를 더욱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드먼 연구원은 이제는 멀리서 추정하던 태양의 경계를 실제 지도로 확인하고, 그 변화까지 추적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성과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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