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추위가 찾아오면서 옷장 깊숙이 넣어두었던 니트를 꺼내는 시기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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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니트가 작게 줄어들어 있거나, 세탁 한 번에 형태가 변한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고가의 캐시미어부터 정성이 담긴 울 니트까지, 잘못된 세탁법으로 수축한 옷을 보면 "버려야 하나"라는 고민이 앞선다. 하지만 포기하기는 이르다. 화장실에 있는 '헤어 린스' 하나만 있으면 기적처럼 원래의 사이즈를 되찾을 수 있다.
먼저, 니트가 왜 줄어드는지 원리를 이해하면 복구 과정이 더 빠르다. 니트의 주원료인 울은 동물의 털로 이루어져 있다. 현미경으로 이를 확대해 보면 사람의 머리카락처럼 '스케일'이라고 불리는 표피 층이 존재한다. 이 스케일은 물에 젖거나 열을 받으면 문을 열듯 벌어지는 성질이 있는데, 이때 세탁기의 강한 회전이나 마찰이 가해지면 벌어진 스케일끼리 마치 낚시 갈고리처럼 서로 엉키게 된다.
니트 자료사진 / 101imges-shutterstock.com
이렇게 엉킨 섬유는 물이 마르면서 그 상태 그대로 고착되는데, 이것이 우리가 겪는 '니트 수축' 현상이다.
즉, 니트가 줄어든 것은 실 자체가 짧아진 것이 아니라 섬유 조직이 촘촘하게 엉겨 붙어버린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복구의 핵심은 이 엉킨 섬유를 다시 부드럽게 풀어주는 데 있다.
복구의 일등 공신인 헤어 린스에는 '계면활성제'와 '유연 성분(실리콘 등)'이 포함되어 있다. 머리카락의 엉킴을 방지하고 부드럽게 만드는 원리가 니트 섬유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린스의 성분이 촘촘하게 엉킨 니트 섬유 가닥 사이사이로 스며들어 윤활유 역할을 수행하며, 단단하게 굳은 섬유를 유연하게 이완시킨다. 린스가 없다면 트리트먼트를 사용해도 무방하며, 이는 섬유유연제보다 훨씬 강력한 이완 효과를 제공한다.
단순히 린스 물에 담그는 것보다 세밀한 과정을 거치면 완벽하게 복구 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세면대나 대야에 미지근한 물(약 30도 전후)을 받는다. 너무 뜨거운 물은 오히려 섬유를 더 손상시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여기에 린스를 500원 동전 크기로 두세 번 펌핑하여 잘 풀어준다. 린스가 덩어리 지지 않도록 물에 완전히 녹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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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줄어든 니트를 린스 물에 완전히 잠기도록 담근다. 이때 손으로 강하게 주무르지 말고, 섬유 사이로 린스 물이 충분히 스며들 수 있도록 가볍게 눌러준다. 약 15분에서 20분 정도 그대로 방치한다. 이 시간 동안 린스 성분이 섬유의 스케일을 유연하게 만들어 엉킴을 해제할 준비를 마친다.
시간이 흐른 뒤 니트를 건져 가볍게 물기를 짠다. 이때 비틀어 짜는 것은 금물이다. 물기가 살짝 남은 상태에서 니트를 평평한 곳에 펼쳐 놓고, 줄어든 부위를 손으로 조금씩 늘려준다. 한꺼번에 강한 힘을 주기보다는 사방으로 결을 따라 부드럽게 당겨주는 것이 포인트다. 목 부분, 소매, 기장 등 평소보다 작아진 부위를 세심하게 만져주면 섬유가 이완되는 것을 손끝으로 느낄 수 있다.
적당히 늘어난 니트를 깨끗한 물에 한 번 헹군 뒤, 마른 수건 위에 올린다. 수건으로 니트를 돌돌 말아 꾹꾹 눌러가며 남은 물기를 제거한다. 건조 시에는 옷걸이에 걸면 물의 무게 때문에 오히려 지나치게 늘어날 수 있으므로, 반드시 건조대 위에 평평하게 뉘어서 그늘에 말려야 한다.
니트 자료사진 / Angelina Che-shutterstock.com
린스를 활용한 복구법은 이미 많은 살림 전문가와 세탁소에서도 인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모든 니트가 100%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섬유가 완전히 변형되어 딱딱하게 굳어버린 '펠트화' 현상이 진행된 경우에는 복구가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세탁 직후 줄어든 것을 발견했다면 즉시 린스 물 처리를 하는 '골든타임'을 지키는 것이 좋다.
또한 평소 니트 관리법도 중요하다. 니트는 잦은 세탁보다는 오염된 부위만 부분 세탁하는 것이 좋으며, 전체 세탁 시에는 반드시 중성세제를 이용해 찬물에서 손세탁해야 한다. 건조기 사용은 니트 수축의 가장 큰 원인이므로 절대 피해야 할 행동 1순위다.
주방이나 욕실에 흔히 있는 린스 한 통으로 애착 니트를 살려낼 수 있다는 사실은 알뜰한 생활의 지혜를 넘어 환경을 보호하는 작은 실천이기도 하다. 이번 주말, 작아져서 입지 못하고 옷장 구석에 방치해 두었던 니트를 꺼내 '린스의 마법'을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 버리려던 옷이 새 옷처럼 돌아오는 순간, 일상의 작은 즐거움과 경제적 이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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