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문법] 민주당, ‘통일교 특검’ 받고 ‘2차 특검’ 더블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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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문법] 민주당, ‘통일교 특검’ 받고 ‘2차 특검’ 더블로 가

투데이신문 2025-12-24 15:32:5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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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겉보다 중요한 건 작동 방식이다. 정치는 말과 행동으로 움직이지만, 그 이면에는 언제나 고유한 ‘문법’이 존재한다. 법과 제도의 언어, 권력의 계산, 대중의 심리, 미디어 전략과 정치 언어 등이 어떤 타이밍에 움직이며, 무엇을 감추고 드러내는지는 단순한 논쟁 너머의 작동 규칙을 따른다.

〈정치문법〉은 한국 정치의 핵심 이슈와 정국 전개를 단순한 사건 나열이 아닌 정치 구조, 전략, 심리, 제도 작동 방식의 측면에서 분석해본다. 정치를 이해하고 싶다면, 정치의 문법부터 파악하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통일교 특검', '민생법안 처리' 등 현안 관련 원내대표회동에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은혜 국민의힘 원내정책수석부대표, 송 원내대표, 김 원내대표,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 [사진제공=뉴시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통일교 특검', '민생법안 처리' 등 현안 관련 원내대표회동에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은혜 국민의힘 원내정책수석부대표, 송 원내대표, 김 원내대표,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애경 발행인】 정치는 늘 수사의 얼굴을 빌려 말을 건다. 그러나 그 말의 핵심은 진실보다는 시간이고, 결과보다는 과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공동 발의를 추진하는 통일교 특검을 수용하고, 동시에 2차 종합특검을 꺼내든 장면은 ‘특검 정국’ 설계에 가깝다. 예외적 제도로 설계된 특검이 전략적 도구로 상수가 되는 순간 정치문법은 달라진다. 이번 특검 정국은 단순한 수사 논쟁이 아니라, 권력‧시간‧프레임을 둘러싼 고도의 정치 게임이다.

민주당, 통일교 특검법 수용

지난 15일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 제기하는 통일교 특검 요구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잘라 말한 민주당은 22일 입장을 선회해 “못 받을 것도 없다”고 했다. 이례적으로 빠른 입장 변화였다. 이 변화는 원칙의 수정이 아니라 전략의 갱신이다. 바뀐 것은 사안이 아니라 환경이었다.

여론이 움직였다. 당 지지층 내부에서조차 특검 찬성이 다수를 넘겼다는 신호가 포착됐다. 더 이상 방어적 태도를 유지할 실익이 사라진 것이다. 정치에서 지지층의 기류는 곧 판단과 결정의 바로미터가 된다. 민주당은 ‘거부의 비용’이 ‘수용의 비용’을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특검을 막는 순간 방어적 프레임에 갇히는 대신, 특검을 여는 순간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계산이 섰다.

주목할 것은 수용의 방식이다. 민주당은 통일교 특검을 ‘조건 없는 수용’이 아니라 ‘전방위 수사’를 전제로 특검을 받아들였다. 김병기 원내대표가 “여야 누구도 예외 없이 포함하자”고 말한 순간, 특검은 방어선이 아니라 공격선으로 전환됐다. 수용은 곧 전면전의 선언이었다.

이 장면에서 민주당은 특검을 피하지 않는 정당, 오히려 특검을 활용할 수 있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선택했다. 이는 과거 야당 시절의 특검 요구와는 결이 다르다. 지금의 특검은 권력을 견제하는 장치가 아니라, 권력이 정국을 관리하는 장치에 가깝다.

곽규택(오른쪽)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과 이주영 개혁신당 정책위의장이 ‘통일교와 정치권 인사간 불법 금품수수 및 유착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공동취재단]
곽규택(오른쪽)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과 이주영 개혁신당 정책위의장이 ‘통일교와 정치권 인사간 불법 금품수수 및 유착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공동취재단]

2차 종합특검으로 쌍끌이 전략

이번 정국의 핵심은 통일교 특검 하나가 아니다. 통일교 특검과 2차 종합특검이 동시에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하나는 여야 협상이 필요한 카드이고, 다른 하나는 여당 단독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카드다. 이른바 ‘쌍끌이 특검’ 구도이다.

통일교 특검은 협상용이다. 추천권과 수사 범위를 둘러싼 이견이 크고, 야권과의 합의 없이는 출범이 쉽지 않다. 반면 2차 종합특검은 이미 법안이 발의됐고, 민주당의 의지만 있으면 통과시킬 수 있다. 불확실과 확실을 동시에 쥔 구조다.

이 구조는 협상력에서 민주당에 유리하다. 통일교 특검이 지연되더라도 “우리는 이미 특검을 가동했다”는 명분을 갖는다. 또한, 야권이 통일교 특검을 압박할수록, 여당은 2차 특검의 정당성을 더 확보한다. 특검이 많아질수록 여당이 불리하다는 통념은 이번 국면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

특검의 시간표 역시 정치적으로 계산된 요소다. 두 특검 모두 수사 기간이 최장 170일로 설정되어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와 맞물리는 시간표이다. 특검 수사가 선거 직전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정치에서 시간은 중요한 메시지가 된다. 결과가 없어도 ‘수사 중’이라는 상태는 지속적인 프레임을 만든다. 민주당은 특검을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장기 국면으로 설계했다.

결국 쌍끌이 특검은 수사 성공 여부보다 정치적 지형을 관리하기 위한 장치에 가깝다. 특검이 하나만 있을 때보다, 두 개가 병렬로 움직일 때 여론의 초점은 분산되고, 정국은 장기화된다. 이는 여당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구조다.

서왕진(가운데)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차규근(왼쪽), 신장식(오른쪽) 의원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통일교 정치개입 진상규명 특검법' 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서왕진(가운데)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차규근(왼쪽), 신장식(오른쪽) 의원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통일교 정치개입 진상규명 특검법' 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위헌 정당’이라는 언어로 재정의

정청래 대표가 반복적으로 꺼낸 ‘위헌 정당 해산’이라는 발언은 이번 특검 정국의 방향을 분명히 보여준다. 통일교 특검은 더 이상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로비 의혹의 문제가 아니다. ‘정교 유착’이라는 헌법의 언어로 재정의 된다. 이는 범죄 혐의 입증을 넘어 정당의 헌법적 정당성 자체를 문제가 되는 프레임이다.

이 프레임이 작동하는 순간, 특검은 법률의 영역을 벗어나 정치의 영역으로 이동한다. 이는 수사의 결론과 무관하게 정치적 효과를 유지할 수 있는 구조다.

민주당이 나경원 의원의 ‘천정궁 방문’ 의혹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체적 유죄 여부와 별개로, 특정 인물을 상징으로 내세워 국민의힘 전체를 의혹의 프레임 안에 묶는 전략이다. 핵심은 ‘개인의 범죄’가 아니라 ‘구조적 위헌’으로 부각시키는 전형적인 정치 언어다.

민주당은 통일교 문제를 ‘누가 얼마를 받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정당이 헌법 질서를 흔들었는가’의 문제로 끌어올리고 있다. 특검은 그 서사를 정당화하는 도구다.

특검 추천권 두고 여야 간 주도권 경쟁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민주당의 통일교 특검 수용을 환영했다. 그러나 환영과 함께 즉각적인 단서가 따라붙었다. “물타기 특검이 돼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특검의 설계와 운영을 분명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는 특검을 반대하지 않되, 특검의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야권이 특검 추천권을 두고 제3자 추천, 특히 법원행정처 추천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여당 추천 특검은 결국 ‘여당 특검’이 될 수 있다는 정치적 경험 때문이다. 추천권은 곧 수사의 방향이다.

반면 민주당은 사법부 추천 방식을 ‘특검 무력화 시도’로 규정한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전제로 한 주장이다. 결국 추천권 논쟁은 공정성의 문제가 아니라, 권한의 문제다. 누가 특검의 주도권을 쥐느냐의 싸움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통일교 특검법 발의' 관련 비공개 회동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통일교 특검법 발의' 관련 비공개 회동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명분보다 속도가 앞서는 특검 정치

법조계는 일관되게 우려를 제기한다. 특검은 예외적 제도이며, 상시화 될수록 기존 수사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다는 것이다. 3대 특검이 종료되자마자 2차 특검이 추진되는 상황은 제도의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정치의 속도는 제도의 속도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끝나지 않는 특검 정국은 제도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됨은 물론, 자칫 피로감으로 인해 민심이 돌아 설 수 있다.

특히 특검으로 인한 대규모 수사 인력 차출은 민생 사건 적체로 이어진다. 장기 미제 사건이 늘어났다는 통계는 특검의 그늘을 보여준다. 이미 3대 특검을 통해 다수의 기소와 재판이 진행된 상황에서 추가 특검의 실익을 묻는 질문도 나온다. 남은 사건은 기존 수사기관이 처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검찰 개혁과의 충돌 역시 피할 수 없다. 수사·기소 분리를 말해 온 여당이, 수사와 기소를 모두 쥔 특검을 반복 가동하는 것은 논리적 설명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특검을 멈추지 않는다. 실익 여부와 무관하게 특검이 정치적으로 유효한 도구라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권력을 겨냥하는 특검은 법적 효율보다 정치적 효용이 크기 때문이다.

정치언어가 된 특검, 해석에 따라 민심 향배 달라져

이번 특검 정국은 법원의 판결이 아니라 지방선거를 향할 가능성이 크다. 특검은 결과보다 과정에서 힘을 발휘한다. ‘수사 중’이라는 상태는 선거 국면에서 끊임없이 호출되어 정치적 효과를 낳는다.

내년 지방선거는 정책 경쟁이 아니라 프레임 경쟁 속에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여권은 ‘청산과 개혁’을, 야권은 ‘정치 탄압’을 말할 것이다. 어느 쪽이 진실에 더 가까운지는 시간이 말해줄 문제다.

<정치문법> 관점에서 보면, 이번 특검 국면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가 위기를 관리하는 방식, 권력이 시간을 설계하는 방식과 야권이 그에 대응하는 방식이다. 특검은 수사의 이름을 빌린 정치의 언어이다. 그리고 지금, 정치권이 쓰고 있는 ‘특검’이라는 문장은 짧지 않다. 최소 1년이다. 민심이 이 문장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음 권력의 향배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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