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사퇴로 어수선한 부산 민심 잡기에 나섰다.
23일 부산을 찾은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 해양수산부 개청식, 업무보고 등을 통해 부산의 주요 현안을 챙겼다. 특히, 해수부 장관 공석 문제를 언급하며 후임 장관을 가능하다면 부산 지역 인재로 발탁하겠다고 약속했다.
모든 일정이 끝난 후에는 부전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을 만나며 바닥 민심을 다지기도 했다.
한편, 전 전 장관은 통일교 의혹에도 여전히 존재감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발표된 부산시장 적합도 조사에서 박형준 현 시장과 오차범위 내 팽팽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 지지도는 통일교 파장으로 인해 크게 하락세를 보이며 PK민심이 출렁거리고 있다.
李, 국무회의·해수부 개청식·업무보고 종일 부산 일정
"후임 해수부 장관도 부산 인재 구해보겠다"
이 대통령은 23일 부산에서 하루 종일을 보냈다. 오전에는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이후 해수부 부산청사 개청식에 참석했다. 해수부와 해양경찰청으로부터 업무보고도 받았다.
그러면서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휘말린 전재수 전장관이 사퇴하면서 비어있는 해수부 장관 자리에 부산 인사를 배치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아쉽게도 지금 해수부 장관이 공석인데, 후임 해수부 장관도 가급적이면 부산 지역에서 인재를 구해보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정부 출범 후에 첫 국무회의에서 해수부를 연내 부산 이전을 하자고 말씀드렸는데 그 약속을 지키게 됐다"며 "해수부 (부산) 이전은 국토 균형 발전 그리고 부산 도약의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해수부 이전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부산이 대한민국을 넘어 동북아시아의 대표적인 경제·산업·물류 중심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게 재정·행정 등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이어 "특히 그 중에서도 항만 시설 확충, 고부가가치 서비스 제공, 지역산업 성장 지원을 통해 부산과 동남권을 북극항로 시대를 선도하는 주인공으로 만들겠다"며 "가덕신공항의 본궤도 안착, 부산의 K-문화, K-관광 인프라 강화도 서두를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엔 해수부 임시청사 개청식에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오늘의 해양수산부 청사 개청은 단순히 청사 하나를 부산에 옮긴 것을 넘어 대한민국이 북극항로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겠다는 웅대한 포부를 만천하에 밝히는 날"이라며 "이전 과정에서 묵묵히 노력한 우리 직원들에게는 그에 걸맞는 포상도 준비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해양수산 행정을 총지휘하는 해양수산부 이전에 발맞춰서 앞으로 부산에는 해양수산 분야의 공공기관과 해사법원은 물론이고 관련 해운기업들도 든든하게 뿌리를 내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개청식에는 부산으로 본사를 옮긴 SK해운, 에이치라인해운 관계자도 참석했는데, 두 기업에는 '호종'(배에 설치하는 종)과 감사패가 증정됐다.
또 "북극항로라는 새로운 기회가 활짝 열리게 되면 부산을 비롯한 남부권 주요 항구들은 전 세계의 선박이 드나드는 물류의 중심지가 되고, 남부권 등 내륙은 전체가 광역산업단지로 변모하여 전 세계 산업의 심장이 될 것"이라며 "북극항로 시대를 부산이 앞장서서 열어갈 수 있도록 정부도 아낌없이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개청식 참석 후에는 청사 건물 15층에 위치한 '북극항로 추진본부'에 들러 직원들을 격려했다. 북극항로 추진본부는 해수부·산업통상부·행정안전부·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외교부 등 10개 부처가 참여한다.
신공항·동남권투자공사·해사법원…부산 현안에 '올인'
이날 이 대통령은 동남권투자공사 추진 상황과 해사법원 설립, 해수부 이전 등 부산 현안을 연이어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동남권투자공사 추진과 관련해 "부산 시민들이 관심 있는 사안"이라며 준비 상황을 별도로 보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해사법원과 해수부 이전, 동남권투자공사 등은 시너지 효과가 있는 사안인 만큼, 각각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설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에 대해 "5년 내 자본금 3조 원가량을 조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약 50조 원 규모를 운용해 지역 투자를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동남권투자공사 설립 추진 상황을 보고했다. 이 대통령은 보고 과정에서 가용 자산 규모를 직접 묻는 등 세부 사항까지 관심을 보였다.
부전시장 깜짝 방문… "경기 어떠냐" 상인 격려
모든 일정을 마친 이 대통령은 부산 부전시장을 깜짝 방문해 상인들을 격려하고 바닥 민심을 청취했다. 부전시장은 6·25 전쟁 이후 피난민들이 터를 잡아 형성된 부산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이다.
이 대통령은 온누리상품권과 현금으로 견과류와 생선, 반찬, 고구마 등을 직접 구매하며 상인들에게 "요즘 경기가 어떠냐"고 묻고 덕담을 건넸다. 상인들은 "부산 경기가 어려운데 잘 살게 해 달라"고 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이 대통령이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지시한 '해병대 실질적 독립'을 언급하며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시장 상인회와 관련해 고충을 토로하는 한 시민의 이야기를 듣고 동행한 강훈식 비서실장에게 자세한 내용을 청취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시장 내 식당에서 국무위원, 참모진과 오찬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 국가 운영의 최우선 과제"라며 "민생문제 해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전재수 '여전한 존재감'…통일교 의혹에도 여론조사서 박형준과 팽팽
이 대통령 지지도 평균 53.4%, PK 50.1%
이 대통령의 이날 부산 일정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의 유력한 부산시장 후보로 꼽혔던 전 전 장관의 사퇴로 뒤숭숭해진 부산 민심을 다잡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통일교 파문에도 불구하고 전 전 장관은 여전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부산 MBC의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OSI)가 지난 13~14일 부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 전 장관은 박 시장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장 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 전재수 26.7%, 박형준 24.5%였다.
후보 적합도 조사와는 달리 정당 지지도에서는 국민의힘 41.2%, 민주당 37.0%로 나타났고, 부산시장 정당 후보 선호도에서도 국민의힘 43.5%, 민주당 39.2%로 조사됐다.
즉, 전 전 장관의 인물 경쟁력이 정당 지지도를 앞서는 셈이다.
KSOI 조사는 이동 통신 3사에서 제공받은 무선 가상 번호를 무작위 추출해 무선 ARS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5.5%로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p)다.
통일교 파문, 전재수 사퇴 후 이 대통령 PK지지도 하락...PK, 통일교 파문 충격파 커
그러나 PK 지역에서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은 통일교 파문과 전재수 전 해수부 장관 사퇴로 인한 하락폭이 매우 크다.
PK에서 통일교 파문으로 인한 유력 차기 부산시장 후보였던 전 장관의 사퇴가 주는 충격파는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이 드러났다.
에너지경제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5일~19일(12월3주차)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21명을 대상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무선 100%, ARS,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 긍정평가는 53.4%인데 비해 PK에서는 50.1%를 기록했다.
전체 평균 이 대통령 지지도가 전주(55.2%) 대비 0.9%P하락 한 반면, PK에서는 전체 평균보다 3.3%p나 더 떨어져 '전재수 파장'으로 인한 충격파가 더 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PK에서 이 대통령 지지율 변화는 12월2주차 50.5%에서 12월3주차 50.1%로 소폭 하락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통일교 의혹으로 전재수 장관 사퇴 후 지지도가 대폭 하락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6~18일(12월3주차)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를 조사한 결과 (전화조사,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는 55%,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36%로 나타났다. 직전 실시된 조사에 비해 긍정은 1%p 내렸고 부정평가는 2%p 올랐다.
이 대통령의 12월3주차 지지율이 55%인데 반해 PK지지도는 44%로 무려 11%P나 급락했다.
또한 PK 지지도 변화만 비교하면, 이 대통령 PK지지도는 지난 조사(12월2주차) 대비 무려 8%P나 급락했다. 12월2주차에 이 대통령의 PK지지도는 52%였던 것이 44%로 급락한 것이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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