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보기 위해 '사랑의 열차'를 타고 전선으로 향하는 우크라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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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보기 위해 '사랑의 열차'를 타고 전선으로 향하는 우크라 여성들

BBC News 코리아 2025-12-24 14:52:2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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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을 입은 남성이 열차 출발 전 한 여성을 안아주고 있다
Matthew Goddard/BBC

사샤(22)는 전쟁 지역 깊숙이 들어가는 야간 열차에 탔다. 소위 '사랑의 열차'를 타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출발해 동부 도네츠크주 크라마토르스크에 있는 남편을 만나러 간다. 이 재회를 오랫동안 기다렸지만, 만남은 짧게 끝날 예정이다.

사샤는 아침 커피를 마시며 BBC에 이렇게 말했다. "저 자신은 걱정하지 않아요. 남편이 걱정이에요. 지금 임무를 수행하던 위치에서 나오고 있어요."

지치고 매우 위험한 여정이지만, 사샤에게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 사샤는 "가는 길은 길어도 희망으로 가득 차 있지만, 돌아오는 길은 더 힘들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철도 시설에 대한 공격이 격화되면서 지난 11월 5일 이후 도네츠크 지역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현재 열차는 크라마토르스크 시내에 정차하지 않고, 시내에서 버스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작은 마을에 멈춘다.

사샤는 "그 환승 과정에서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지만, 열차가 아직 운행된다는 건 희망을 주니까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크라마토르스크로의 이주 가능성

사샤는 2025년 8월 결혼했다.

사샤는 미소를 지으며 "드미트로가 만나자마자 '당신은 내 아내가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믿지 않았다. 25살 전에는 결혼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샤의 남편은 직업 군인이다. 26년 인생 가운데 7년을 우크라이나 군에서 복무했다. 사샤 역시 군과 인연이 있다. 사샤는 "우리 집안 남자들도 모두 군대에 갔다. 아버지는 경찰 은퇴 후 군에 들어가셨다. 오빠도 군대에 있다"고 설명했다.

사샤는 거의 매달 크라마토르스크를 찾는다. 더 자주 가고 싶지만, 드미트로가 군에서 휴가를 받기가 어렵다.

결혼 후 사샤는 크라마토르스크로 이주하는 것도 고려했다. "9월 초에 처음 이주에 대해 말했어요. 한 달 전에도, 일주일 전에도 대화를 나눴죠. 말은 항상 하지만, 크라마토르스크가 위험하기 때문에 지금은 확실히 불가능해요."

안경을 쓴 여성이 열차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Matthew Goddard/BBC
위험한 길이지만, 사샤는 키이우에서 크라마토르스크로 향하는 여정을 고대한다

드미트로는 짧은 재회를 위해 비교적 조용하고 안전한 지역을 선택하지만, 그럼에도 도시는 여전히 "아주 시끄럽고" "공습이 빈번하다". 사샤는 "드미트로가 내 옆에 잠들어 있을 때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고 덧붙였다.

사샤는 키이우에서 고속열차를 이용한다. 하지만 이날은 최소 2시간 이상 지연이 발생했다. 차장은 "폴타바까지는 빠르게 달리지만, 하르키우 지역에 들어서면 기반 시설에 대한 포격 때문에 우회해야 한다. 도착 시간을 절대 확신할 수 없다. 사람들은 현장에서 상황을 파악한다"고 설명했다.

안개 낀 기차역과 군복을 입은 사람들.
Matthew Goddard/BBC
'사랑의 열차'가 지나는 승강장에 선 군인들이 전쟁 중인 나라의 단면을 보여준다

열차가 바르빈코베 시에서 종점에 도착한 뒤에도 여정이 더 복잡해지는 경우가 있다. 한 번은 버스가 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정차해 있었다. 결국 버스는 사샤를 태우지 않고 출발해 버렸다.

사샤는 그 때를 회상하며 "여자분이 택시를 운전하시는 걸 보고 크라마토르스크까지 태워 달라고 애원했다. 안개 속을 3시간 정도 달렸는데, 도로는 움푹 팬 구덩이로 가득했다"고 말했다.

벽에 난 구멍 사이로 승강장과 건물이 보인다.
Matthew Goddard/BBC
러시아 드론 공격을 받은 기차역 모

사샤는 미소를 지으며 "우리가 아직 살아 있고, 소통도 가능하며, 교통수단도 있고 서로를 볼 수 있다는 현실 감각만이 나를 지탱해 준다"고 말했다.

그리고 만남이 끝날 때마다, 다음 만남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버스에서 열차로

바르빈코베 승강장에서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내린다. 저녁 안개가 분위기를 더하고, 어떤 이에게는 평온함을 선사한다. 할머니들은 "안개가 끼면 드론이 덜 날아다닌다"며 서로 속삭인다.

어둠 속 열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 할지 확신하지 못한다. 유일한 선택지는 군복 입은 사람들을 따라가는 것이다.

수염 난 남성이 흰 재킷을 입은 여성을 살며시 안아준다. 나는 그 연인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4개월 전 버스에서 안드리를 만났다는 폴리나는 "울지 않으려고 발레리안(가벼운 신경 안정제)을 마셨다. 지난번에는 계속 울어서 제대로 작별 인사도 못 했다"고 말했다. 당시 안드리는 입대를 위해 이동 중이었다. 폴리나는 바닷가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군인들이 지나가는 가운데 연인들이 기차역 승강장에서 서로를 끌어안고 있다.
Matthew Goddard/BBC
폴리나와 안드리는 몇 달 전에 만났고, 함께 보내는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

폴리나(24)는 이번이 크라마토르스크 첫 방문이다. 그 전에는 안드리가 주말마다 키이우로 왔다.

폴리나는 "우리는 함께한 시간이 길지 않아서 이 시간이 정말 간절하다. 어느 순간 안드리에게 이제 반나절이라도 괜찮으니 같이 커피만 마실 수 있다면 오겠다고 말했다"고 털어 놓았다.

결국 안드리는 주말 외출 허가를 받았고, 폴리나는 기차표를 샀다.

안개 속 승강장에 선 열차와 사람들.
Matthew Goddard/BBC
정전으로 인해 열차가 자주 지연되지만, 어떤 이들에게 이 안개는 위안과 안전한 느낌을 준다

폴리나는 "장거리 연애는 힘들다"고 밝혔다. "안드리가 답장을 안 하면 바로 걱정이 시작돼요... 하지만 그냥 샤워 중인 걸 수도 있겠죠. 그리고 만날 때마다 서로의 존재에 다시 익숙해져야 하는 기분이 들어요. 아직 서로를 그렇게 오래 알지 못했으니까요."

위험은 늘 존재한다. 이른 아침, 폴리나가 탑승한 열차가 다시 키이우에 도착했을 때, 승강장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그날 밤 키이우에서는 10시간이 넘는, 손꼽히게 긴 공습 경보가 이어졌다. 이후 수십 명의 부상자와 두 명의 사망자가 확인됐다

꽃을 든 군복 차림의 여성이 차량 위에 앉아 있다.
BBC
폴리나는 장거리 연애가 여러모로 어렵다고 느낀다

한편, 전선 인근 도시로 연인을 실어 나르는 열차는 같은 지역에서 가족들을 먼 지역으로 대피시키기도 한다. 지역 당국은 안전을 위해 주민들에게 정기적으로 대피를 권고한다. 전선은 크라마토르스크와 슬로비얀스크에서 불과 20km 거리에 있다. 이 도시들은 지속적인 포격을 받고, 드론 공격의 사정권 내에 있다.

매일 200명가량이 안전을 위해 하르키우와 도네츠크 지역 경계의 대피 거점에 도착한다.

어떤 이들은 앞으로의 삶에 대한 명확한 계획을 세우고 자신의 차량으로 이동한다. 다른 이들은 우크라이나 철도공사의 대피 열차를 기다린다. 이 열차는 러시아의 지속적인 공격으로 지연되기도 하지만, 결국 도착한다.

사샤는 "다음 만남이 벌써 기대된다"고 그리움에 찬 목소리로 말한다. "슬픔과 절망에 빠질 시간은 없어요."

추가 취재: BBC 글로벌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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