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지난해 전국 기초지자체 중 청년유출 2위…직업·교육 이유
도, 일자리·교육분야 중심 대책 마련…"청년유출 심화 않도록 최선"
(창원=연합뉴스) 정종호 기자 = 수도권에서 프리랜서 방송 작가로 일한 지 5년이 넘은 경남 창원 출신 김도연(28) 씨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 고민이 깊다.
프로젝트가 끝나고 일을 쉬고 있는 최근 타향살이에 회의를 느끼기 때문이다.
새해를 일주일가량 앞둔 24일 그는 "한해가 또 지나가지만, 언제까지 연고 없는 이곳에서 생활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학 시절 국문학을 전공하면서 방송 작가를 꿈꾼 그는 지역에서는 일을 배울 기회마저 없어 서울로 향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제작에 참여한 프로그램이 좋은 평가를 받을 때면 일에 대한 보람과 자부심이 샘솟지만, 수도권에서는 월세와 교통비 등을 쓰고 나면 월급 모으기도 힘든 현실과 자주 맞닥뜨려 매번 고민하게 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고향에도 진로와 관련한 경험을 쌓고, 활동할 기회가 많았다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푸념했다.
지방 4년제 국립대학교에서 성적 평점 4.3(만점 4.5)을 받은 김모(28) 씨 역시 수많은 청년인구 유출 사례 중 하나다.
평소 교육업계 진출을 지망한 김씨는 대학 졸업 후 고향인 경남지역 한 입시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다 교재를 만드는 출판업계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지역에서는 관련 기업조차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그는 지난 2월 상경해 교과서를 제작하는 국내 중견 출판사에 입사했다.
김씨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 지방 출신 동료가 제법 많아 놀랐다"며 "다들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왔다고 털어놨다"고 했다.
그는 "서울에는 다양한 문화생활과 경험이 가능해서 만족스러운 부분도 많지만, 만원 지하철과 높은 물가 등을 생각하면 여전히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청년인구 유출 사례는 통계로도 증명된다.
지난 16일 리더스인덱스가 국가데이터처 자료를 바탕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전 4년(2018∼2021년)과 이후 4년(2022∼2025년 10월)의 'MZ세대(20∼39세)' 인구 이동을 비교·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 기간 경남지역 MZ세대 순유출 인구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은 5만1천827명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순유출 규모 2위인 경북지역(3만9천61명)에 비해 1만명 이상 많은 수치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9월 발표한 '최근 20년간 수도권 인구이동' 자료에도 경남지역 청년인구 유출 문제는 두드러진다.
경남지역은 2004∼2024년까지 꾸준히 청년인구 유출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창원의 경우 지난해 수도권으로 이동한 청년인구가 2천422명으로 집계돼 기초지자체 가운데 전북 전주시에 이이 2위를 기록했다.
창원시는 2014년 수도권으로 이동한 청년인구가 2천43명을 기록해 당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청년인구가 유출된 기초지자체였다.
경남을 포함해 지방 청년인구의 수도권 이동은 직업과 교육 등이 주된 사유로 꼽혔다.
이 같은 청년인구 유출에 경남도는 일자리와 교육 분야를 중심으로 대책을 마련해 추진 중이다.
도는 우주항공과 스마트 제조 분야 등 지역 산업과 연계한 현장형 인재 양성을 확대할 방침이다.
대학과 기업이 협업해서 청년들이 일과 관련된 경험을 늘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을 시행하고, 창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기반 시설을 확충한다.
또 지역 대학과 협의해 학과를 산업수요에 맞게 개편하는 작업도 한다.
도 관계자는 "청년인구 정책과 관련한 분야는 그 특성상 효과가 늦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며 "올해는 지난 10월까지 청년층 순유출 규모기 7천913명으로 집계돼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남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글로컬 대학 사업에 지정되고, 청년 채용 관련 사업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만큼, 지역에서 청년 유출이 심화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jjh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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